사랑을 묻다
송은일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송은일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2000년 7월 [아스피린 두알]로였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장편보다는 중단편을 선호하는 내가 여간해서는 작가와의 첫 만남을 장편으로 하지는 않는데 아마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이라는 타이틀의 힘이었지 싶다.

그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비슷한 소설들. 공지영 작가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시작으로 은희경 작가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그리고  1~2년 뒤쯤 나온 김형경 작가의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까지. 그 소설이 그 소설 같다는 느낌으로 사실 송은일 작가와의 첫 만남은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그 뒤 읽은 [도둑의 누이]도 타로카드의 영상만 강렬하게 남아 있다.




8년이 흐른 지금 마치 그리 친하지는 않았으나 이름과 성격, 얼굴 등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옛 여고 동창을 만난 기분으로 [사랑을 묻다]를 읽기 시작했다.

기억의 오류. 사람들은 대부분 진실 그대로를 기억하지 않고 자신의 그 때 그 때 느낌대로 왜곡시켜서 그것이 정확한 기억인양 착각한다고 한다.

[사랑을 묻다]를 다 읽고 난 뒤 드는 첫 번째 생각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과연 맞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내가 왜 이 작가의 책을 전작읽기를 시도하지 않았을까? 복잡한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머릿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면서 눈으로만 읽었던 것이 아닐까? 아님 세월이 흐르면서 나의 정서관이 바뀌었나?

새삼 작가의 약력을 살펴보니 그 사이 다섯 권의 책이 출간되어 있다.

기쁜 기대로 마음이 설렌다. 이제야 새로운 작가를 한명 더 안 것 같은 느낌. 책방 나들이에서 찾아야 할 책이 다섯 권 더 늘었다.




[사랑을 묻다]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러 매체에서 흔히 접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조금은 특이한 설정을 갖는다.

지능지수 60이하의 중등도 정신지체자인 40대 남자 겸이와, 조선족이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일명 드러내놓고 바보라 할 수 있는 겸이의 결혼 상대자로 팔려 온 부용, 각각 세 번의 결혼으로 한 재산을 거머쥔 미모의 영라. 그녀는 겸이의 소꿉친구였으나 그녀 자신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말려 겸이의 정부가 된다.

결혼이 무엇인지, 외도가 무엇인지 인지 능력이 없는 중등도 정신지체자 겸이를 사이에 두고 젊고 똑똑한 20대 초반의 부용과 누구나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미모에 재산까지 넉넉한 영라가 얽히고 설켜간다는 설정이 조금 억지스러우면서도 마음 한구석을 아리게 하는 것은 그들의 사랑에 진심이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 전체를 끌어가는 것이 그들 삼각관계에서만 이루어졌다면 [사랑을 묻다] 또한 그렇고 그런 연애 소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큰 줄기는 ‘하백당’에 있다.

남씨 상암공파 종가의 종택인 하백당. 그 하백당 사람들의 이야기가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은은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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