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의 여름
미쓰하라 유리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본격적인 책 읽기에 앞서 잠깐 살펴보니 제 5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이라는 소개말이 눈에 뛴다. 상까지 탄 추리소설이라니 대단한 반전과 복선이 숨어 있겠지. 읽다가 밤을 꼴깍 세게 되는 것은 아닐까. ‘꽃을 모티브로 한 연작 미스터리’라니 과연 어떠한 내용일까? 기대와 궁금증으로 시작한 책이었다. 미쓰하라 유리 작가의 [열여덟의 여름].

첫인상.

사실 나는 첫인상으로 무엇을 판단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대상이 사람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자신의 평소 경험이나 주관이 많이 작용하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열여덟의 여름]이라는 책을 처음 손에 들고 표지의 그림을 봤을 때의 첫인상. 어쩐지 추리 소설책 같지가 않다는 느낌이었다. 밝은 봄날의 휴일 오후를 표현한 듯한, 베란다의 채광이 인상적인 그림. 엉덩이 밑의 다리만 보이지만 20대 초반의 여성임을 짐작할 수 있다. 배를 깔고 엎드려서 책을 읽고 있는 상반신이 상상된다.

미쓰하라 유리 작가와의 첫 만남에서는 첫인상의 승리였다.

‘아 이런 추리 소설도 있구나’하는 놀라움. ‘추리 소설도 이렇게 잔잔하고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하는 깨달음(?).




열여덟의 여름은 [열여덟의 여름] [자그마한 기적] [형의 순정] [이노센트 데이즈]의 4편이 각각 나팔꽃, 금목서, 헬리오트로프, 협죽도를 모티브로 쓰인 연작소설이다. 연작이라고는 하지만 꽃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 외에는 별 연관성이 없는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나팔꽃 외에는 잘 모르는 꽃들이어서 역으로 소설의 분위기로 꽃의 느낌을 상상해보게 된다. 그만큼 확실한 색체감과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4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열여덟의 여름]

열여덟의 신야가 조깅도중 우연히 만나게 된 연상의 디자이너.

그녀는 창가에 4개의 화분에 각각의 이름을 주고 똑같은 나팔꽃을 키우고 있다.

성장소설 같기도 하고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한 상태에서 지나간 시절에 대한 아련한 향수마저 느끼게 한다.

제 5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바로 그 작품이다.




[자그마한 기적]

아내와 사별한 후 혼자 사내아이를 키우는 미즈시마 다카시. 그는 대형 서점의 주임으로 일하면서 동네 작은 서점 주인인 아스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삭막하고 따분한 요즘 세상에는 산이 움직이는 일도, 빵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리석은 인간이 어리석은 착각 때문에 자신과 주위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을 막는 정도의 기적은 지금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155쪽)

다카시와 아스카의 사랑을 도와주는 자그마한 기적은 무엇일까?

마음이 따스해지는 소설이다.




[형의 순정]

좌충우돌 활력적이고 저돌적인 형.

그 형이 첫사랑을 만나 맘 잡고 공부하여 생활인이 되려고 한다.

명랑소설적인 분위기.




[이노센트 데이즈]

마지막 협죽도를 모티브로 한 소설.

4편중 추리 소설적인 요소를 가장 많이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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