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후르츠 캔디
이근미 지음 / 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처음 접하던 사춘기 때는 거의 에스프레소 수준의 진한 커피를 즐겼다.

단지 어디선가 보았던 문구 [지옥처럼 뜨겁고 독약처럼 쓰게]라는 말에 매료되어서.

기억이 가물거리기는 하지만 광고 카피는 아니고 어느 책에선가 읽은 구절인 듯하다.

지금은 설탕과 프림을 잔뜩 넣은 전통적인 다방 커피를 즐긴다. 그냥 놔둬도 인생살이가 그야말로 지옥이고 쓰기만 한데 굳이 커피까지 그렇게 마실 필요가 있나해서이다.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

각자 나름대로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밖에서 억지로 지옥을 끌어 들여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인생이 알록달록하고 달콤한 후르츠 캔디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그 시절을 한눈에 보여주는 책표지. 쉽게 소화해 내기에는 조금 버거워 보이는 총천연색 가로 줄무늬 스타킹에 빨간 구두, 짧은 스커트. 발랄하게 두 손으로 치마를 펼쳐들고 있다.

이근미 작가의 [어쩌면 후르츠 캔디]는 책 표지가 그 책의 내용을 다 담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평범한 집안, 지방의 그저 그런 대학교를 나온, 토플 점수도 대단치 않은, 주인공 조안나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그냥 응시해본 국내 굴지의 광고회사 자이언트 기획에 덜컥 합격이 되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학벌 따지기로 유명한 자이언트에 지방의 그저 그런 대학을 나온 조안나가 합격하고, 그룹의 오너와 같은 조씨라는 이유로 조안나는 그룹의 조카딸로 오인 받게 된다. 동명이인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회사의 분위기를 조안나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명하지 않고 은근히 즐기고 나아가서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본인은 해명하려 했지만 일이 꼬이고 때를 놓쳤다고 변명을 한다.




나름 요즘 젊은이들의 꿈이라는 광고회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지만, 삶의 치열한 현장을 보여 준다기보다 재미에 역점을 두고 그저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5~6년 전에 읽은 정미경 작가의 [장미빛 인생]이 책을 읽는 동안 자주 뇌리를 스친 것은 그러한 미진함이 느껴져서일 것이다.




[   나를 뛰게 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핸드백에서 후르츠 캔디를 꺼내 입에 물었다. 사랑을 닮은 사탕의 달콤함이 입 안 가득 고였다.]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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