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그리고 시작
김명조 지음 / 문학수첩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중학교 때까지는 정규 수업과정 중에 따로 반공 과목과 교련 과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 된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내가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고 지냈다.

세월이 그만큼 흐른 탓인지, 아니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발전한 탓인지 선거 때만 되면 심심찮게 등장하여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에 살고 있음을 새로이 기억하게 해 주던 간첩 사건이라든가 국가 전복 음모론등도 요즈음엔 보기 힘들다.

이러한 연유들로 김명조 작가의 [끝 그리고 시작]은 읽을까 말까 많이 망설이던 작품이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또는 너무 진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망설임.

그러나 책을 손에 든 순간 읽기 전에 가졌던 우려들은 말끔히 날아가 버린다. 책의 내용에 흠뻑 빠져 밤을 새고 말았다.

우선 스토리가 재미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도저히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을 정도이다. 법을 공부하고 법원의 재판부와 등기소등에서 근무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이어진 사실적인 묘사 부분 또한 뛰어나다. 탄탄한 구성도 느껴진다.




그저 흔한 치정살인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극동 국장 살인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피해자의 처로서 그녀는 의과대학 부속병원의 의사이자 대학 교수이다. 피해자인 허준기의 후배 이재훈과 내연의 관계를 가지던 중 그 사실이 발각날 것이 두려워 처 심은희와 후배 이재훈이 공모하여 남편 허준기를 살해한 것이다. 처음에는 순순히 자백하던 심은희가 법정에서 자신의 자백을 번복하며 심문 도중 성폭행이 있었음을 폭로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사건을 조사하다가 우연히 발견된 지문과 머리카락이 이미 사망한 황인성이란 사람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전환점을 가진다.




법정 스릴러가 가지는 긴박감과 고도의 두뇌싸움이 주는 상상의 만족감에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납북과 고문. 탈북자들의 인권으로까지 연결된다.

특히 자국민의 보호에서는 아직도 멀기만 한 우리의 현실이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현재 중국에는 북한을 탈출한 주민이 30~40만 명쯤 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북한을 의식한 정책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인권이 국제적으로 드러나면 자국의 인권문제와 연관되어 전 세계의 질타를 받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탈북자들은 일정한 직업도 없이 산속이나 초막에 숨어서 막일로 겨우 입에 풀칠합니다. 대부분 여자가 노예처럼 팔려 다니며 매춘을 강요당하고, 남자들은 도시 뒷골목을 떠돌며 짐승처럼 살고 있지요. 이들은 거의 한국행을 원하는데도 한국 정부는 이들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습니다. 각자 알아서 제3국을 통해 올 테면 오라는 식입니다. 실제 탈북자 중에서는 한국대사관을 피해서 외국 공관의 도움으로 중국을 벗어나는 사람도 많습니다.] (28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