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박주영 옮김, 김복영 감수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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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나간 것, 되돌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선 아무래도 회환이 따르게 마련이다.

있는 그대로 명확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흐려지고 굴절되어 왜곡된 기억으로 남게 되기도 한다. 공감이 가기는 하지만 무작정 따뜻한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것이 성장 소설이 가지는 맹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의 십대 시절에 대해 아련한 향수를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직은 전쟁의 여파가 미치지 않은 호젓한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쓰이어진 존 롤스의 [분리된 평화]는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한다.




[“너도 여기서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널 총이라도 겨눈 것처럼 억지로 끌고 왔으니까. 하지만 아무하고나 같이 바닷가에 올 순 없잖아. 혼자 올 수도 없고. 우리 나이 때는 같이 오기에 제격인 건 가장 친한 친구잖아.”

그리고 머뭇거리며 덧붙였다.

“바로 너 말이야”] (67쪽)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인격체인 두 소년 진과 피니어스.

명문의 사립학교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전쟁은 그들의 행동과 사고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끊임없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15년이 지난 뒤 화자인 진이 기억하는 피니어스는 그야말로 탁월하고 눈부신 존재였다.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타고난 운동신경과 뛰어난 리더쉽의 소유자로서 진은 그에게 강한 애정과 함께 묘한 열등감을 느낀다.

그 열등감을 공부를 열심히 해 최고의 성적을 따 내는 것으로 만회하려 하나 진은 피니어스가 자신의 공부를 방해한다고 의심한다. 자신이 피니어스를 질투하는 것처럼 피니어스도 자신을 질투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처음에는 의혹이던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확신 쪽으로 치우치게 되고 진은 이중적인 감정에 괴로워한다.

그러한 와중에 우연한 사고로 피니어스는 불구가 되고 수술을 받던 중 목숨을 잃게 된다.

진은 사고 당시 자신의 무의식 세계에 고의성이 없었는지를 분석하고 또 분석하며 10대를 마감하고 어른이 된다.




[다른 이들은 모두 살아가다가 어느 시점에 주변 세계의 어떤 것과 격렬하게 부딪쳐 자신의 내부에 공동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와 동기인 이들은 대개 이러한 시점이 전쟁의 실상을 파악하는 때였다. 자신들이 사는 세상에 엄청나가 적대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이들 성격의 단순성과 일체감은 무너지고 이들은 결코 이전과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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