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황정아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언 매큐언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들.

글을 잘 쓴다. 특히 심리묘사 부분이 탁월하다. 비상식, 비도덕(?)적이다. 구성이 뛰어나면서 스토리도 재미있다. 등등...

결과는 이언 매큐언. 그의 책을 선택 하는 데는 조금의 망설임도 필요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그의 신간을 대하면 기대로 마음이 두근거리는 정도이다.

[이런 사랑.] 제목도 마음에 든다. 작가가 이언 매큐언이 아니었다면 조금은 감미로운 혹은 낯간지러운, 아님 전에 봤던 어떤 영화의 제목처럼 지독한 사랑정도를 상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작가인지라 책을 보기 전 스토리를 짐작하는 정도도 달라진다.

‘음. 또 어느 심각한 신경증 환자의 망상에 대한 이야기 아닐까’하는 확신이 드는 것은 나의 고정관념 탓만은 아닐 것이다.




[시작점을 짚어 내는 건 쉽다.](6쪽)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때가 시간의 지도 위에 핀으로 콕 찍은 한 점이었다.[(6쪽)




[이 얽힘이 불러올 슬픔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연인이라도 되는 양 서로를 향해 달려드는 두 점. 불과 몇 분 후면 우리를 뒤흔들어 놓을 만남이 이루어질 터이지만, 그 순간 이 만남이 지닌 무서운 힘은 시간의 장벽에 가려져 있었다.](7쪽)




역시 최고의 작가답게 글의 처음 시작부터 독자를 곧바로 몰입하게 만든다.

이언 매큐언이라는 사람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출발한 책읽기였기에 그의 전작들에 비해 다분히 안정적이고 도덕적인 화자 조와 그의 아내 클라리사의 사랑에 대해서는 너무 전시용이고 밋밋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종교적 색채를 띤 동성애적 강박적 망상증 환자인 제드가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로 설정 되었더라면 이언 매큐언은 이 이야기를 또 어떻게 풀어 놓았을지 궁금해진다. 




[그녀처럼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이런 사회적인 만남은 음주 운전 같을 것이다. 대화의 적절한 속도를 가늠하기 힘들고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며 과장되게 자기 상태를 숨기려 들 테니까] (157쪽)

[그녀는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 헤아려 봐야 했고 무엇을 슬퍼할지 알아야 했다. 모든 것을 다 알아내고 그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만 어떤 식으로든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166쪽)




[이런 사랑]의 또 다른 한 면을 차지하는 진 로건의 심리 묘사를 통해 이언 매큐언이 정의하는 사랑의 일면을 본 듯한 느낌이다. 적당히 덮어주고 눈 감아 주는 것이 아닌 진실의 직시. 마음에 든다.




[그의 세계는 감정과 날조와 동경으로 이루어진 세계다.](208쪽)




[우리는 반쯤만 공유된 신뢰할 수 없는 지각의 안개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 감각의 데이터는 욕망과 믿음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며 굴절되고, 그에 따라 우리의 기억 또한 왜곡된다. 우리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보고 기억하며 거기에 맞추어 스스로를 설득한다.](254쪽)

[우리는 절반의 진실을 얘기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스스로도 믿어 버리는 사람들의 후예다.](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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