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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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으로 글 쓰는 공부(?)를 하지 않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살다가 나중에 작가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을 대할 때 그가 쓴 글과는 별개로 그 사람에 대한 경이로움, 존경심등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 작품이 소설일 경우 솔직히 선택하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직 종사자로서 그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사실적이고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겠지만 소설이란 것이 사실성과 정확성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한 이유로 많은 망설임 끝에 선택한 책이 박영광 작가의 [이별을 잃다.]이다.

현직 경찰관이라는 작가의 특이한 이력이 책 내용보다 먼저 눈길을 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냥 우리가 사는 게 행복임을, 가족과 같이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소리 내어 웃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272쪽)




소소한 일상 속에서 주워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아내와 두 아이를 벅차게 사랑했던 주인공 진수. 강력계 형사라는 직업은 그를 예기치 못한 죽음으로 몰고 간다.

소설은 진수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모든 사고사가 그렇듯 미처 준비되지 못한 죽음을 당한 진수의 영혼은 남겨진 가족에 대한 미련과 회환으로 과거로의 여행을 한다.

아내를 처음 만났던 시절, 아내가 아이를 낳던 그 순간,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했던 짧은 일상들 속으로.

차마 할 수 없는 이별. 마음에 와 닿는 제목이다. [이별을 잃다.]




[나를 닮은 사람이면 좋겠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면 좋겠다. 나를 닮아 당신과 아이들이 쉽게 사랑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고, 나를 닮지 않아 쉽게 나를 잊어버리면 좋겠어.](268쪽)




너무 많은 미련이 남지 않게 살면서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지 다짐해 보지만 늘 실천은 쉽지 않다.

정리하면서 사는 삶. 내 주변의 작은 것들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임을,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내 흔적을 하나씩 떨어뜨리고 내 발자국을 깊이 남기고 간다. 나중에 내 아내와 내 아이들이 오는 길에 내 흔적을, 내 발자국을 보고 내가 지나간 길임을 알고 길을 잃지 않게 나를 남겨 놓고 간다.](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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