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인 러브 판타 빌리지
로라 위트콤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특별한 종교가 없는 나에게 죽음 뒤의 세계는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매혹이 느껴지는 곳이다.

이승의 인간에게 함께 공존하는 영혼과 육체. 오직 죽음으로서만 분리된다고 생각했던 그 영혼과 육체의 분리가 살아 있는 인간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소설이다. [고스트 인 러브]

작가 로라 위트콤은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서 12세까지 다소 귀신 들린 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 때의 경험과 사춘기 소녀의 풍부한 상상력이 발전하여 만들어진 소설이 아닌가 싶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저 잔인하고 무섭기만 한 호러물에는 질색인지라 제목만 보고 책을 선택하기에는 약간 망설여졌었다.




[능숙하지 않은 작가의 솜씨였더라면 이 귀신 달라붙는 이야기는 그저 소름끼치게 무서운 얘기가 되었거나 혹은 터무니없이 웃기는 얘기가 되었을 것이다.](표지 뒤편 워싱턴포스트)




능숙한 작가의 솜씨를 믿어보기로 한 선택은 역시 탁월했다.




130년 전에 죽은 헬렌의 영혼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후 세계로 들어가지 못하고 춥고 숨 막히는 무덤의 내부에서 고통에 시달린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시를 쓰는 독신녀를 호스트로 만나 영혼의 상태로  살아 있는 인간에게 기생하는 일종의 숙주인 라이트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라이트로서 헬렌은  호스트를 사랑하지만 정작 호스트는 그녀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고 전생의 기억도 잃어 버려 외로운 상태의 헬렌.

호스트의 운명이 다하면 호스트를 따라 사후 세계로 들어가기를 갈망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이승에 남아 다른 호스트를 구해야 한다.

그러한 삶을 이어가던 중, 살아 있는 인간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역시 라이트였다가 영혼이 떠나버려 텅 비어 있는 빌리라는 16세 소년의 육체를 차지하게 된 제임스였다.

제임스의 도움으로 헬렌은 영혼이 없는 육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 역시 영혼이 떠난 소녀의 육체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제임스와의 사랑.




소설을 읽는 내내 아름다운 고전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의 시대에 태어난 헬렌. 단정하고 신비로운 삶을 살던 그녀의 호스트들의 분위기. 고전 문학에 매료되어 있던 헬렌과 제임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학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독특한 설정이 어우러져서 단아하고 고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무더운 여름밤. 잊을 수 없는 죄책감과 상처 때문에 사후 세계로 들어가지 못하고 이승에서 미약하게나마 자신을 되찾으려 힘들어하는 영혼들의 이야기 푹 빠져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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