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축복

우연한 축복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7월

한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소설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작가의 마음이 읽어질 때가 있다.

이 소설을 쓸 때 이 작가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이 있었나 보다 라거나 또는 이때는 작가가 아주 많이 행복 했었구나 등등...

물론 그중 8~90%는 나의 착각이겠지만 말이다.

오가와 요코의 [우연한 축복]을 읽을 때 특히 그러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마음을 다치고 상심할일이 아주 많았나 보다하는 생각.

사실은 그것은 작가의 마음이 아니고 책을 읽을 당시 나의 마음상태일 수도 있겠다.

[우연한 축복]은 실종자들의 왕국/ 도작/ 기리코의 실수/ 에델바이스/ 누선수정결석증/ 시계 공장/ 소생 등 총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이지만, 어린 아들과 아폴로라는 개를 키우는 싱글맘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오가와 요코 작가와는 [슈거 타임]이후로 두 번째의 만남이다.

어딘가 붕 떠있고 이승의 가치, 이승의 사랑에 대해서는 초월한 듯했던 [슈거 타임]에 비해서 [우연한 축복]은 지상으로 내려와 두 발을 땅에 딛고 서기 시작한 느낌이다.

상실이나 상처를 대하는 주인공의 태도도 전작에 비해서는 많이 인간적이다.

일본 여류 작가 풍과 우리나라 여류 작가 풍의 중간 지점정도라 할까.

옳다, 아니다,를 떠나서 일본 여류 작가들의 비슷비슷한 소설들에 어느 정도 식상해 있던 차에 이런 작은 변화는 반가움과 함께 그녀의 전작 읽기를 시도해 볼까하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요즘 아이들 말처럼 ‘이건 오버 하는 거지’하면서도 주인공의 직업이 30대 중반쯤으로 상상하게 되는 여류 소설가여서 일까 아무래도 오가와 요코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녹아있지 않을까 싶다. 오버하는 것이면 또 어떤가. 그만큼 그녀의 소설을 가슴으로 읽었다는 증거이지 않을까?

[진부하다 못해 잔소리 같은 교훈이지만, 세상 사는 게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누구에게든 우연한 축복이 찾아온다. 물론 그게 축복이었는지 아닌지는 후에 알게 되는 것이므로 일단은 우연에 몸을 맡기고 볼 일이다.] (207쪽)

[신기하게도 그들은 나를 위로해 준다. 왕국은 아득히 멀텐데, 그들은 동굴로 내려와 언제까지고 참을성 있게 옆에 있어 준다. 나는 볼 언저리에 그들의 입김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일어서서 몸에 묻은 흙을 떨어낸다. 서랍을 열어 원고지를 꺼내고 만년필 뚜껑을 연다. 그리고 왕국을 생각하면서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37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