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긋나긋 워킹
최재완 지음 / 바우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이상하게 축축 늘어지기만 하고 만사가 심드렁한 날이 있다. 문제는 그게 하루로 끝나면 좋겠는데 며칠씩 계속된다는 것이다. 마치 우기의 장마처럼.

이럴 때 특효약이 바로 연애이다.

새로운 연애의 시작.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마음이 설레고 상큼해지는지. 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 그 때마다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기는 힘든 일. 그래서 대리만족으로 사랑에 관한 영화나 소설을 선택해 보곤 한다. 울고 싶을 땐 슬픈 이야기를, 그리고 요즘처럼 매사에 의욕이 없을 땐 달콤하고 가벼운 연애물을. 이번에 선택한 책은 최재완 작가의 [나긋나긋 워킹]이다. 평소 즐겨하지 않던 분야의 소설이었기에 다소 망설임이 있었지만 결과는 만족이었다. 두세 시간의 투자로 마치 상큼한 레모네이드를 쭈욱 들이킨 듯 기분의 전환을 느끼게 해 주는 소설이다.  [나긋나긋 워킹].




젊지도 늙지도 않은 30대 초반의 두 남녀 주인공 해진과 남욱.

같은 사건을 두 남녀의 시선이 교차하며 서술된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상대방의 속내를 어림짐작이 아니라 훤히 들여다보는 시원함이랄까.

젊은 여성작가답게 남자 주인공은 어느 곳 하나 흠잡을 것이 없는 적당한 완벽남으로 묘사되어 있다.

확실히 맞선보다는 연애의 느낌이 강한 소개팅.

그러나 소개팅으로 만난 당사자들은 소개팅이 그렇고 그런 몇 프로 부족한 인연으로 느껴지는가 보다.




[결국엔 이런 얘길 하고 싶었습니다.

왜 하필 그날, 왜 하필 그때, 왜 하필 거기에, 왜 하필 그 사람과, 왜 하필 그런 짓을.

모든 인연에 우연이란 없으며, 잔머리 굴려 이런 만남, 이른바 사람의 손을 탄 인연인 ‘소개팅’을 발명해냈지만 그 역시 알 수 없고 무한한 인연의 개입을 완벽하게 차단한 만남은 아니라는 얘기.] (269쪽 작가 후기 중에서)




젊다는 건, 아직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일인지.

요리 조리 재보고 이렇게 저렇게 준비해도 아직은 미숙함에, 그녀의 순수함에 좌충우돌 허점투성이인 해진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잘 먹고 잘 살아 즐거웠어! 그렇게 보내주는 건 쿨한 게 아니라 쿨한 척 하는 거죠. 자기 마음에 한 점 얼룩 없이 후련해야 쿨한 거지. 그럴 때 정말 쿨한 건 이런 개나리 찌질한 샛길, 죽어버려! 하고 물이라도 끼얹는 거예요. 짱돌이라도 하나 집어 들던가. 보도블록 교체하는데 많잖아요?]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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