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티볼리의 고백
앤드루 손 그리어 지음, 윤희기 옮김 / 시공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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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4월의 어느 하루, 고전적인 느낌의 소설에 푹 빠져 지냈다. 이국의 낮선 작가가 쓴 집요하고 치명적인 사랑이야기에 중독되어 다른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그저 안타깝고 먹먹한 가슴만 쓸어내리던 하루였다.   




흔이들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애절한 사랑도 3년을 넘기지 못한다고들 한다. 우리 신체의 호르몬 분비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가는 사랑이 있다. 평생 동안 간절히 원하고 쟁취하려 노력하는 사랑, 평생 동안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사랑. 그러한 사랑 이야기가 [막스 티볼리의 고백]이다.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잔잔한 막스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다.] (11쪽)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로 소설은 시작한다. 정신적으로는 정상적인 절차대로 성장해가지만 육체적으로는 70세의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점 젊어지는 운명을 가진 불운의 사나이 막스.

평생을 앨리스라는 한 여인만을 사랑하지만 그녀의 사랑을 얻지는 못한다.

정신적으로는 17세의 소년이지만 육체는 50대 노인의 몸으로 14세의 앨리스를 만나 그는 사랑의 좌절을 경험한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그녀와 헤어지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최상의 시기인 30대에 우연히 그녀를 다시 만난 막스는 신분을 속이고 그녀와 결혼에 성공한다. 하지만 앨리스 역시 평생 한사람만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기에 막스를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막스를 떠난다.

사랑을 잃은 고통 속에서 자신을 방치하고 유기하던 막스는 정신적으로는 60대 노인이지만 육체적으로는 12세의 소년의 모습으로 앨리스를 찾아가 그녀의 양자가 되어 자신의 아들 새미와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막스의 부모님을 제외하고 막스의 비밀을 알고 있는 단 한 사람 휴이.

그는 어린 시절 막스 가정교사의 아들로 평생을 함께한 단 하나뿐인 막스의 친구이다. 변호사로 성공해 부와 명예를 가졌음에도 행복하지 못했던 휴이. 그는 동성애자이다.




막스가 아들 새미 또는 앨리스에게 쓴 회고록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이야기는 큰 기복 없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자신의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막스의 이야기가 아직은 사람들이 사랑을 믿고 서로에게 성실하던 전생의 어느 시대를 보여준 듯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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