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해석 - 프로이트 최후의 2년
마크 에드문슨 지음, 송정은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한 때 프로이트의 이론에 심취했던 적이 있다. 그를 깊게 연구하거나 한 것은 아니고 그저 수박 겉핥기식이었지만 나름 그 매력에 흠뻑 취해 있었다. 만나는 사람들이 하는 말, 행동, 모두를 프로이트의 이론에 갖다 붙여서 혼자 분석하고 이해하려 애를 썼었다.

그리고 내 무의식에는 그 때의 습관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느낀다. 무의식의 저 밑바닥에 깔려 있는 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 슬픔, 상처를 나름 이해하려 애쓰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려 노력하는 습관은 아마도 그 때 생긴 듯하다.




[광기의 해석]이라는 제목보다는 [프로이트 최후의 2년]이라는 제목이 훨씬 책 내용에 근접한 것 같다. 처음 책 제목과 표지를 보고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아돌프 히틀러>의 이야기를 액자 형식으로 구성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이야기의 초점은 프로이트 최후의 2년 동안의 전기에 맞춰져 있다.




[1부 빈]에서는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무력으로 장악하고 유대인에 대한 학살이 시작된 해인 1938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당시 81세의 고령으로 이미 15년 전부터 턱에서 시작된 암으로 시달리고 있던 프로이트는 몇 번의 재수술을 받으면서 빈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자살의 근본 원인으로 정신의 내적 부조화를 주장했다. 자아가 약해지고 고갈될수록 상위자아는 더욱더 강해진다. 권위를 이루는 내적 동인은 무능하기 이를 데 없는 자아를 꾸짖는다. 그러나 자아가 약해져서 자신을 방어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그것은 상위자아에게 항복하고 사라져버린다.

만약 프로이트가 독극물을 먹고 자살한다면, 혹은 빈에 머무르면서 나치가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둔다면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103쪽)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장악했을 때 유태인이었던 프로이트는 자살까지도 고려했었으나 자신에게는 아직 이 세상에서 할 일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탈출을 결심한다.




[군중은 대부분 지도자의 최면에 걸렸다. 지도자는 상위자아의 자리를 차지했고, 여러 이유로 그곳에 머물렀다. 그가 사람들에게 제공한 것은 새로운 심리 처방이다. 개인의 초자아가 모순되고 때때로 가까이 하기 힘든 까닭은 그것이 무의식적, 집단적 초자아이기 때문인데 지도자는 자신의 가치에 대해 분명하고 절대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119쪽)




[2부 런던]에서는 영국으로 탈출한 프로이트가 최후의 문제작 [모세와 일신교]를 쓰고 출판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영국에서 프로이트는 환영받고 존경받는 인물로서 여러 유명 인사들의 방문이 러시를 이루었다. 여기에는 특히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버지니아 울프, 살바도르 달리등도 포함되어 있다.




[최상의 상태에 있는 인간의 묘사와 관련해 프로이트가 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었다. 그는 성적으로 실패했거나 실패로 향하고 있는 사랑, 질투 혹은 자신을 파괴하려는 미묘한 역동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신의 천재성을 드러낼 수 있었다.] (169쪽)




[모세와 일신교]를 출판함으로서 프로이트가 예상했던바 영국에서 받던 존경과 사랑은 사라진다.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비난과 경고에 맞서 자신의 의지대로 글을 쓰고 출판하는 프로이트를 보면서 다시 한번 그에게 고개가 숙여진다.




[나는 사실 과학적인 사람이 아니다. 관찰자도 아니고, 실험자도 아니고, 사색가도 아니다. 나는 단지 기질적으로 모험가일 뿐이다.]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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