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에 자기 계발서나 명상집 종류의 책들은 멀리 했다. ‘어차피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이야기들에 사탕발림을 조금 한 정도’라는 것이 나의 견해였으므로.

그러나 편중된 책읽기는 사고 또한 그러하게 만든다.

새해에는 한쪽으로 치우친 독서 습관을 바꿔보고자 (더 정확하게는 긍적적인 사고방식을 배워보고자) 자기 계발서류의 책에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던 중 읽게 된 책이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이다.

책을 고르는 기준을 작가쪽에 많이 치중하는 습관에 따라 류시화님의 번역이라는 점만 보고서 선택했다. 후회하지 않을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자축하게 하는 책.




사람에게는 일생 변하지 못하는 것이 있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저절로 변해가는 것들이 있다.

책의 저자 아잔 브라흐마가 우리에게 설명하고자하는 것은 일생 변하지 못하고 짊어지고 가는 것들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내려놓으란다.

이점이 숱한 자기 계발서류의 책들과는 다른 마음의 평화를 준다. 그 평화를 넘어서서 깨달음으로 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겠지만.




[누가 쓴 대본에 따라서 웃고 울고, 좋아하고 싫어하는가? 누가 쓴 대본에 따라서 날마다 기뻐하고 슬퍼하고, 행복하고 불행해하는가? 그 대본을 하나님이 쓰는가, 붓다가 쓰는가? 아니면 운명이 쓰는가? 부모인가, 세상인가? 그렇지 않다. 그 대본은 우리 자신의 마음이 쓰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쓰는 대본에 따라 우리는 사랑하고 미워하고, 즐거워하고 불만족스러워하는 것이다.](24쪽)




내 마음이 쓰는 대본. 내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코끼리.

내려놓는 것과 버리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평소 문외한으로서 불교에 대한 생각은 [버린다]는 것이었다. 욕심과 미련을 버리는 것. 물욕과 애욕을 버리는 것. 그렇게 나이를 먹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타이르곤 했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저 먼 이국의 스님처럼 되어야 한다고.

 

[야생의 코끼리를 자유롭게 풀어 놓으면 마음 내키는 대로 짓밟고 돌아다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속 코끼리를 정복하지 않으면 삶은 고통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생의 문제를 만들어내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 길들여지지 않은 마음속 코끼리이다. 깨어 있음의 밧줄로 코끼리를 붙들어 맬 때 문제는 사라진다. 깨어 있는 마음을 키우지 못하면 코끼리는 통제하는 이도 없이 집착과 분노, 욕망과 쾌락 사이를 뛰어다닐 것이다](92쪽)




내 마음의 고통은 하필이면 나에게라는 생각,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에서 연유한다고 아잔 브라흐마는 말한다. 그 생각이 길들여지지 않은 코끼리, 술 취해서 날뛰는 코끼리인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미친 마음이여, 네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든 내 마음의 문은 너에게 활짝 열려 있다. 안으로 들어오라. 네가 나를 파괴하고 파멸에 이르게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너에게 어떠한 나쁜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나의 마음이여.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나는 너를 사랑한다.‘’‘’‘’‘’‘’‘’‘’‘’‘’그래, 내 마음이여. 그래, 내가 다 안다](116쪽)




한 발짝 물러서서 내 마음을 바라보는 것, 내 마음과 싸우지 않고 그 마음을 평화롭게 대하는 것, 그래, 내 마음이여. 내가 다 안다. 다독일 수 있는 것 더 나아가 내 마음을 내려놓는 것

많은 연습을 거쳐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여 시간이 많이 흐른 어느 날에는 내 마음속의 코끼리와 나는 아잔 브라흐마의 가르침대로 평화로운 시선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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