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개의 달 시화집 일력 에디션 - 그림과 시로 빛나는 당신의 하루
윤동주 외 64명 지음, 클로드 모네 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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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력 에디션 그림과 시로 빛나는 당신의 하루!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력이 나왔습니다. 계절별 에디션도 좋았지만, 좋은 그림과 함께하는 좋은 시는 어떤 감성일까 궁금했다.


1월 1일부터 한 장씩 넘기며 명화와 명시를 감상할 수 있는 탁상 일력

그림과 시를 동시에 감상하기 좋은 시원한 판형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365+1일 만년 일력

출판사 소개 중에서.


미술과 문학 등 예술이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심리 치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독자가 마치 미술관에 들어설 때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처럼, 조용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느끼며 꼭 미술관으로 가지 않더라도 마음의 평온을 주는 시와 그림을 한데 모아 역어내었다.

우선 1월은 클로드 모네 그림,

2월은 에곤 실레, 3월은 귀스타브 카유보트, 4월 파울 클레, 5월은 차일드 하삼이라는 조금 덜 대중적인 작가의 그림,

6월 에드워드 호퍼, 7월 제임스 휘슬러. 나한테만 생소한가?

8월은 다행히(?)앙리 마티스의 걸작들 그리고, 9월은 카미유 피사로 10월 가을과 겨울을 잘 그려낸 빈센트 반 고흐 ...

먼저 클로드 모네 인물소개. 한창 여름에 클로드 모네에 매료되어 전시회를 찾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내손안에 전시회 일력으로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반가웠다.

한참 잊고 있던 화가 귀스타브 카유보트, 프랑스 인상주의에서 회자되는 화가 중의 하나로 마네, 모네, 르느와르, 피사로, 드가, 세잔 등 가난한 인상파 화가들에게 재정 지원을 해줄 수 있을만큼 여유로운 재산 상속자였기에 그림에만 전념하며 인상파전에 참여를 했던 인물이다. 포근한 봄에 어울리는 작가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월은 더욱 따뜻한 계절이자 내가 태어난 달이라 특별히, 파울 클레 독일화가의 추상회화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는데 그 중에서도 김영랑 시인의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와 어우러지는 Heroic Strokes of The Bow(1938) 이 인상적이었다.

내 마음의 어딘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에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의 시는 아름다운 시구로 유명한데, 계절에 상관없이 자연을 노래하고 마음을 빗대어 잘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존경하는 시인 중 다른 한 분 시인 백석. 글도 감성에 젖게 하지만, 외모도 그 당시로서나 지금이라도 훌륭한 분이다.

그의 시를 보면, 일제강점기에 창작된 그의 작품이 한국 문학계에서 명성이 높은데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는 조금 생소하지만 모네의 그림 Houses on The Achterzaan(1871)과도 잘 어울려 소개해본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모네의 그림의 풍경을 즐기다 2월로 넘어가면 강렬한 이미지의 에곤 실레의 작품들이 펼쳐진다. Portrait of a Woman(1910)은 윤동주 시인의 <슬픈 족속과> 함께 나오는데,

...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디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라고 해서 여인의 초상과 어울리는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동주 님의 시는 워낙 잘 알려져 있고 그 수도 많아, 이번 일력에서 그 비중이 제일 높은 작품을 자랑한다.

그 중 11월7일에 실린 '참회록'은 항상 읽을 때마다 숙연해진다.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어 보자. (후략)

윤동주 <참회록>중에서


10월은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연작이 윤동주 님의 <별 헤는 밤>과 잘 어울렸고,

<자화상>이라는 시는 반 고흐의 Self Portrait with Bandaged Ear(1889)와 함께 나와 그들의 평행이론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밖에 정지용의 <유리창> 김영랑의 <마당 앞 맑은 새암을> 등은 스스로 침잠하듯 고요하면서 인간이 느끼는 자연에 대한 경외함이 각각 표현되었다.

12월의 화가 칼 라르손은 스웨덴의 사실주의 화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프랑스풍의 부드러운 빛깔로 두텁게 표현한 수채화를 주로 그렸고, 아름다움과 장식성으로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의 정신적 모토가 되어 김영랑의 시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정심, 황석우, 한용운 이상 등 우리나라의 역사적 시인들 뿐아니라 총65명에 이르는 세계적 작가들 그리고 12명의 훌륭한 작품을 동시에 만나 눈이 호강한 일력으로 일년을 보낼 수 있어 소장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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