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과 손주들을 원할 때 보지 못하지만 씩씩하게 할아버지와 사시던 시골집에서 바삐 짓고 계신 농사를 잠시 제쳐두고 첫째 딸의 살가운 손자와 함께 가기로 하는데...
그는 6년 전 군을 제대하고 공허한 마음으로 위로받으려 갔던 외가집에서, 마주한 '엄마의 엄마' 그의 할머니의 외로운 모습을 기억한다.
할머니의 세계는 한평생 남원 버스터미널에서 한 시간 반이나 더 들어가야 하는 지리산 노치마을이었고, 블루베리 농사와 김장철이면 자식들에게 택배로 보낼 엄청난 양의 김치를 담그시는 시골 할머니의 삶이었지만, 어린시절 부모님의 맞벌이로 방학마다 할머니의 세계에 들어갔던 손주는 이제 장성해서 할머니가 '더 넓은 세상을 보셨으면' 매일 저녁 8시 이후 TV와의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 여행의 추억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까운 나라도 아닌 저 멀고 먼 유럽을 '할머니와 함께' 가기로 한다.
한국사람들에게 멀기도하고 볼 것도 많은 유럽여행을 49년생 노쇠한 몸으로 가능할 것인가? 평생 농사일로 앙상한 다리와 심장이 안좋으셔서 매일 한웅큼의 알약들을 드시고 허리 통증으로 병원도 다니시는데,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과 광장에서 광장 수많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관광지 투어가 할머니에 무리라는 것은 손자가 충분히 예상했던 방해요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첫날부터 여행 내내 시차, 숙소와 이동수단과의 거리 등 할머니의 체력조건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변수들에 부딪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