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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책을 읽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얼마전 나를 정말 사랑하시고 아껴주신 분께서 겨울 눈과 함께 생을 마감하셨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온 조부모님의 죽음과 그 후 가족 이야기가 잠시 있고 있었던 분의 기억을 되살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은 사람들은 살아가야 한다.
그분을 추억하면서...
그 추억은 슬픔이었다가 아픔이었다가 그리고 그리움으로 전해져간다.
그리움이 무뎌져 그냥 잊혀질것 같은 두려움이 휩싸이지만
그런 두려움은 가신 분의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에 의해 치유가 되는것 같다. 그러니.. 함께 사는 것이다...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책 표지에 있는 이 말이 가슴에 와닿는 책이다.
사소한 작은 이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힘이 되어준다.
주변에서 볼수 있는 분들의 삶의 이야기
그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줄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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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
밖에 눈 와. 나가서 눈 구경해. 눈이 내리면 하늘에 있는 사람이 행복한 거랬어.
p.26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 그건 서른에도, 마흔에도, 여든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다짐 같았다.
여든셋의 나이에도 여전히 매일 사랑하고 꾸준히 새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p.31
네, 맞아요. 혼자서 일하니까 재미있는 일이 있어도 말할 사람이 없고.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p.49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아이들에게 사랑 받은 기억을 남겨주는 일. 어쩌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작별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p. 59
계절을 계절답게 하는 존재의 이름을 익히는 것. 그건 삶에서 느낄 수 있는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기는 일인 것 같다고,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보라색 들꽃을 지나치며 생각한다.
알아야 할 이름이 여전히 이렇게나 많다.
p.105
엄마는 삶이 너무 무겁고 고달프겠다. 그랟 엄마를 불쌍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엄마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걸 잊지 말자.
p.122
베란다가 없는 집은 햇볕이 가장 잘 드는 자리에 빨래 건조대를 옮겨 놓듯이. 다 마르기 전에 해가 지면 어쩔 수 없이 다음 날을 기다려야 하지만, 다행히 아침은 매일 다가온다. 그리고 장마에도 젖은 빨래를 말리는 방법은 있다.
p.126
조금씩 나이 들어감에 익숙해지는 일, 할 수 있던 일을 하나씩 하지 못하게 되는 일, 가까운 존재를 영원히 떠나보내는 일처럼 다가올 날들에는 견뎌야 할 상실과 슬픔이 더 많을 것이므로, 미래의 나를 상상할 때면 그저 내가 편안하기를 바라게 된다. 예측 가능한 행복과 눈에 보이는 고만고만한 기쁨에 만족하는 법을 익히고 싶어진다.
p.154
그즈음 내가 가장 자주 느낀 감정은 허무함과 무서움이었다. 어떻게 한 존재의 삶이 이렇게 끝나버릴 수 있는지. 이러한 상실을 계속 겪어야 하는게 삶이라면, 산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떻게 다시 삶을 믿고 살아갈 수 있을지.
p.175
삶은 필연적으로쓸쓸해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것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될 거야. 그리고 지금의 나처럼 어렴풋이 깨다든 날이 오겠지.
이제는 네가 기억하는 것들이 너를 지켜준다는 것을.
p.177
제주에 사는 친구는 비 내리는 아침에 무얼할까. 서울에서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보고있을 친구는 긴 산책을 다녀오려나. 구금하다고 해서 매번 연락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옆에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이 시간이 좋다.
p.180
세상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하루가 있고, 그 하루가 샇인 사람들의 삶을 결코 다 알 수 없을 거라는 것. 몰라서 계속 궁금해지고 신기해지는 마음이 나에겐 세상을 좋아하는 방식이라는 걸.
p.217
매번 가족들에게는 자랑스러운 베스트셀러가 되는 나의 책들.
p.235
삶은 때로 너무 복잡하고, 사람들은 가까운 이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안고 살아간다는 걸. 한 사람을 사하는 동안엔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는 걸.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으니까
p.271
"할아버지, 그럼 저는 어떤 계절 같아요?"
"너는 가을이다."
"제가 왜 가을 같나요?"
"너는 조용하면서도.....꼭 끌어안고 있으니까."
"무엇을요?"
"살아 있는 것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