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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아스케 ㅣ 보림문학선 8
레이프 에스페르 안데르센 지음, 김일형 옮김, 울리치 뢰싱 그림 / 보림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오랫만에 좋은 책을 만나 몰입하여 읽은 것 같습니다.
"아스케"는 재를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아주 오래 전 바이킹 시대에는 항해를 떠나 사람들을 잡아 와 노예로 썼대요.
아스케도 그런 노예인데 피부색이 검고 머리가 곱슬곱슬하다고 아스케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군요.
그런데 남자 어른들이 항해를 떠난 그 마을이 다른 바이킹들에게 기습을 당하고 맙니다.
노예를 부렸던 족장의 가족들도 결국은 그들에게 끌려가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지요.
혼란의 틈에서 아스케와 족장의 아들 안만이 살아남게 됩니다.
그 때부터 그들이 알고 있던 세계와 가치관이 흔들리고 서로 저마다의 알 껍질을 깨고 나오느라(데미안에서처럼..) 혼란을 겪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아이들은 남자 어른들이 돌아와 자기 가족을 찾아줄 때까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게 됩니다.
안은 예전에 그러하였듯 노예를 부리는 주인 행세를 하려 했지만 아스케의 마음에선 알 수 없는 반항이 시작되고, 결국 며칠 만에 둘의 관계는 평등 내지 오히려 역전이 되는 상황도 발생하는데요.
그러한 아이들의 심리 묘사와 사건의 연속, 아이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 구조 그리고 타협 등이 흥미 진진하게 서술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책 읽기를 시작하면 중도에 멈추기 어렵게 몰입되고 마는 것 같아요.
두 아이는 족장과 노예라는, 자신이 원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지워진 이름을 다 떨쳐 버리고 진정으로 평등한 자유인이 되네요.
안은 아버지의 뒤를 따라 족장이 될 것이고, 노예라고 우습게 보았지만 똑똑하고 배울 점이 많은 아스케로부터 느끼고 배웠던 것, 그리고 스스로가 타고난 능력(예컨대 사냥..) 등을 발휘해 훌륭한 족장이 되겠지요.
아스케도 노예로 끌려 오기 전에는 자신도 족장이 될 족장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운명을 탓하지 않고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득이 될 것을 찾아내어, 자신의 꿈인 대장장이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강한 자들이 권력 유지를 위해 만들어 낸 법칙, 예컨대 노예 제도, 노예는 무기를 가져선 안된다 등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모순된 법칙들이 어떻게 무력화되고 무의미해져 가는지를 보여줍니다. 누구도 처음부터 노예였던 것은 아니지요. 아스케처럼요.
아이들 문고판으로 나온 것인데 어른도 읽어 보고 생각할 점이 많은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