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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남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만큼 짜릿한 게 또 있나요?
선한 얼굴 뒤에 감춰진 잔혹한 얼굴들에 대한 이야기, 이동원 장편소설 [얼굴들]이다.


p.3
"1997년 12월 30일,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되었다. 집행 대상자는 스물여섯 명. 전원이 살인자였다."
첫 문장부터 너무나 강렬한 이 책은, 2020년 출간된 [적의 연작 살인 사건]의 개정판이다. 제 10회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추리소설 매니아인 이동원은 인간의 이중적인 본성을 날카롭게 해부하며 본격 존재론적 추리소설을 선사했다. 사실 샘플북을 미리 받아서 읽었었는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책이 너무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적의 연작 살인 사건]을 구해서 읽어볼까 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로 본책을 받아 읽을 수 있었다. 장편 소설이라 두꺼운 페이지가 압박이 되었지만, 뒷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가 버렸다. 등장하는 인물의 개성이 뚜렷하고, 무엇보다 스토리 전개도 탄탄해서 놀랐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제가 겪어야 했던 고통만큼 여러분이 즐겁기를 바랍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작가님의 고통은 너무 싫지만, 그 고통덕에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고 전해 드리고 싶다.
이 [얼굴들]은 일곱 번째 아동 연쇄살인사건 현장에서 살아남아 경찰이 된 오광심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소위 '피 냄새'를 맡는 오광심은 사이코패스와 경찰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 혼란을 느끼며 살인범을 검거해나간다. 그러던 중 얼굴 없는 작가로 살아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주해환을 만나게 되고, 스타 강사 고보경의 딸 실종 사건을 비밀리에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속도로 전개된다. 사실 살인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다보니 읽으면서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특히나 "언니도 나랑 같잖아요. 왜 날 그런 눈으로 봐요?"라는 대사가 나왔을 때는 소름이 쫙 돋았다.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이 책은 너무 재미있는 소설이라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돈과 명예에 눈이 먼 자,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자, 오직 자신의 쾌락에 굴복한 자...작가는 선인의 가면을 쓴 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악인을 섬세하게 그려냈는데, 예전에는 귀신이 나오는 공포 영화가 제일 무서웠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다룬 영화나 소설이 더 무섭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 너무 치명적인 듯 싶다.
작가는 그 누구도 범인의 얼굴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이 소설에 나오는 수많은 얼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범인의 얼굴은 숨겨진 진실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얼굴들]은 범인의 얼굴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p.49
"누구나 마음속엔 악의 씨앗을 갖고 있어요. 가장 선하다는 사람도요. 그러니까 저도, 경위님도 그런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죠.
p.120
상처가 사라지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다. 상처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것도 기적이다. 성윤은 해환에게 일어난 기적에 감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