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쓰게 된다 -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김중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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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책방> 팟캐스트 속 흑임자 김중혁 작가는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 한다. 그런 그의 소설 리뷰는 늘 새롭고 반가운데, 이번 책에는 글쓰기를 중점적으로, 어떻게 쓸 수 있을까를 이야기한다. 특히 뒷부분의 문제풀이 형식으로 되어 있는 <대화 완전정복>은 나도 모르게 정답을 맞추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버린다. ㅋㅋㅋㅋ (정답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작가님의 말도 소용없고)

 

 (언어영억부터 과학영역까지 있다!)

 

글쓰기 책이란 무엇인가? 어떤 책을 읽어야 하고 원고지 몇 매 기준 기승전결 각 매수는 이러하다 정해주는 게 글쓰기 책일까? 어쩌면 글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글을 쓰게 만드는 게 글쓰기 책의 진정한 미덕 아닐까?

한 글자씩 메우는 글쓰기보다 무엇을 쓸지 오래 고민해온 김중혁 작가의 이야기는 그래서 귀하다. 생각은 어디서부터 날아오지? 나만의 스타일은 어떻게 정해졌지? 누군가는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짚어보고 관찰해온 작가가 매번 실패하지만 그래도 좋았고, 이번에 쓰지 못한 것을 다음에 쓰려고 노력해온 17년간 창작노트 같기도 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시작과 끝을 경험하는 일이다. 글의 시작이 어떠해야 할지 생각하고, 글의 끝까지 달려가본 다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글을 마무리하게 된다. 글쓰기 경험은 삶의 경험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우리는 글을 쓰면서 내가 어떤 나인지 알 수 있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지, 내가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중략)

글을 쓸 때도 비슷한 몰입이 일어난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서 판단해야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래를 계속 시뮬레이션하고 갈등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글을 계속 쓰다 보면 상상의 근육이 붙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상상이나 몽상은 '허무맹랑한 글쓰기'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뇌의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고, 내가 어떤 나인지 끊임없이 물어보는 일이다. 첫 문장에서 그 모든 것이 시작된다. (p.82)

 

늘 써왔던 글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고민하던 작가는 독자들이 자신에게 궁금해했던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등에 대한 솔직한 대답을 적어준다. 그리고 형편없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시작해보라 다독인다. 힘을 빼고 일단 시작,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특별해진다는 것을 믿을 것.

일상을 비껴서고 천천히 보면서 관찰하는 법,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시간이 아니라 사금을 채취하듯 내 안에 남아 글로 나오게 되는 시간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법 등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 골몰해본 사람이라면 그렇구나, 무릎을 탁 치게 될 그런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특히나 문장, 즉 글을 쓰는 것은 생각을 정리한 뒤에 쓰는 것이기 때문에, 글 쓰는 우리는 '자기 합리화'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해주는 것이 김중혁 작가님 답다.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 본다. 누군가의 마음에 공감을 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면, 우리는 '솔직하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욕을 하고 싶고 비아냥거리고 싶고, 남의 성과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고 싶은 감정을 쉽게 내보이지 않게 된다.

 

이 책에서도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이것이다.

더 험해지고 거칠어져야만 버틸 수 있는 사회에서 우리가 중요한 걸 잃어버리기 전에,

무엇이라도 그리고 만들고 쓰는 창작자의 마음으로 살아보길,

 

우리는 서로가 만든 창작물을 들여다보며서 덜 거칠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소설이든 노래든 그림이든 시든 단순한 이야기이든 상관없다. 무언가를 만들고, 결과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보면 무언가 변할 것이다. (p.283)

 

글쓰기 외에도 작가님의 그림 그리기 특강도 포함되어 있다. 선 하나를 일단 그어보기. 그리기 위해 자세히 관찰해보기. 그 재미를 가르쳐주고 싶은 작가님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진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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