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쪽 산중문답의 인용 부분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후반부가 아니라 전반 2구여야 했어요.問余何事棲碧山笑而不答心自閑桃花流水杳然去別有天地非人間묻노니, 왜 푸른 산에 사는가웃으며 답하지 않지만 마음은 저절로 한가롭네.복숭아꽃 물 따라 아득히 흘러가니,이곳이 인간세계가 아닌 별천지라네.
유적지나 유물을 보고 원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황량한 빈 터에서 치열한 전투 장면을 떠올릴 수 있을까? 이미 사라졌거나 유물이 된 물건을 만들고 만지던, 신과 함께 공존하며 치열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유물에서 옛날 그들의 삶과 생각을 알 수 있고, 그들처럼 만질 수 있고,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단 1분ᆞ1초 전으로도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그랜드 투어 그리스'를 읽으면 실 양 끝에 종이컵을 매달고 옛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때론 홀로그램 처럼 그들의 움직임이 보이고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경찰도 싫어하고 노동자도 싫어하는 그 시절 대학생 입장에서 '우리'를 기억하는 나는 노동자가 학출을 왜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선망했는지 이 책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진짜와 가짜 논쟁이 있다면 이들이 진짜 노동자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저자는 해묵은 부채의식을 자극한다. 어쩌면 이렇게도 저자의 기억은 세밀할까? 매일 일기를 쓴 까닭일까? 도망다녀야 하는 노동자가 품에 품은 성근 인쇄물을 꺼내어 보는 것 같다. 그 시절 아스라이 굽어든 뒷골목의 풍경과 내음이 느껴지는 책이다.학출은 오랫동안 노동자로 머물기를 바라고,노출은 오랫동안 학생이 되기를 바랐다.마침내 별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된다.운동은 살았있음의 징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