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묘보설림 2
루네이 지음, 김택규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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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살았던 기억때문인지 소설 속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순박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친밀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속이는 그들의 모습이 당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백만명이 기아로 죽었던 대약진 운동에서 살아 남은 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의 세월과 산업화를 통한 부의 집중화로 다시 빈민이 되는 공장 직공들의 삶은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살아남기 위한 그 치열한 경쟁 속에 '자비'는 모순이지만 또 엄연히 존재했던 가치였다.

 

소설을 끝내고 역자(김택규)의 후기를 읽고 나자 작가(루네이)에 대한 궁금증이 참을 수 없이 커져 짧은 중국어 실력으로 바이두에서 찾아 보았다. 풍채 좋은 중년 남자의 모습엔 삶의 궁색함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고 어딘가 예술하는 사람들이 풍기는 그런 기운이 감돈다.

 

소설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것은 충격적인 내용을 너무나 담담하게 써 내려간 문체때문이다. 역자는 이런 스타일을 '낯빛 하나 변하지 않는 참혹함'이라고 명명된다고 했다.

 

루네이도 본명이 아니라 인터넷에 글을 올릴 때 쓰던 아이디라고 한다. 그는 기술학교를 나오고 대학교육도 받지 않은 전형적인 공원 출신이지만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해 뒤늦게 작가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소설에는 유식한 사람들의 글냄새가 나지 않고 인물들이 가식없이 생생해서 읽기 편하다.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그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 봐야겠다. 

"나는 가난하고 능력이 없어서 텔레비전은 살 수 있었지만 배는 곯고 있어. 벌써 두 달이나 아침밥을 못 먹었다고. 그래서 보조금을 신청한 건데 당신이 나한테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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