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선생님께 선물 받은 '영원한 릴케의 명시'로 릴케를 처음 만났어요. 당시엔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반세기 넘는 삶을 지내온 지금, 다시 만난 릴케를 이번에는 필사로 정성껏 써 내려가 보았는데요. 여전히 쉽지 않은 클래식한 시들이지만, 단어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며 읽고 쓰는 특별한 경험이 됐어요. 손으로 옮겨 적는 시간이 더딘 만큼, 제 생각의 깊이도 비례하여 깊어지는 듯 했지요.특히 소년의 죽음에 헌화하는 노란 장미의 대목에서 '순수한 모순'이 느껴졌어요.'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라는 그의 묘비명처럼, 릴케의 글들이 수많은 모순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완성되었음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어요.이 책의 여백은 단순한 쓰기 공간을 넘어 명상의 공간이 되었어요. 릴케의 명시를 필사하며 더 깊이 있게 만나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