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공감 - 감정의 낭비를 끝내고 확실한 변화를 이루는 법
셰르민 크루즈 지음, 신동숙 옮김 / 청림출판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셰르민 크루즈 『단단한 공감』 서평

감정의 낭비를 끝내고 확실한 변화를 이루는 법

공감이라고 하면 흔히 상대방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모습을 떠올린다. 상대가 슬퍼하면 같이 슬퍼하고, 힘들어하면 그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이 공감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셰르민 크루즈의 『단단한 공감』은 공감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되 그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중심과 경계를 지키면서 관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공감이다. 저자는 이를 ‘전략적 공감’ 또는 ‘스토아적 공감’이라고 설명한다.

책의 부제인 ‘감정의 낭비를 끝내고 확실한 변화를 이루는 법’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공감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공감은 무조건 상대에게 맞추거나 양보하는 일이 아니다. 나와 상대의 감정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며, 관계와 상황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사용하는 실천적인 힘이다.


전쟁과 이민의 경험에서 시작된 전략적 공감

저자인 셰르민 크루즈는 협상 전문가이자 법학 교수이며, 작가이자 TEDx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1977년 사회적·정치적 격변이 끊이지 않던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났다. 정부의 탄압과 전쟁의 위기를 일상에서 마주하며 성장했고, 열 살 무렵부터 페르시아어로 시를 쓰며 글쓰기를 익혔다.

열한 살이 되던 해에는 가족과 함께 여행 가방 몇 개만 들고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러나 전쟁을 피해 도착한 새로운 나라에서도 이민자로서 차별과 수모를 겪어야 했다.

저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감정적인 호소력과 논리적인 설득력을 함께 갖추기 위해 말과 글을 끊임없이 훈련했다.

이후 토론토대학교에서 철학과 신경심리학을 전공하고, 미시간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 학위를 취득했다. 국제 비즈니스 법률을 전문으로 하는 법조인의 길을 걸으며 로펌 파트너로 17년 동안 근무했고, LVMH와 구글, 월마트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대리했다.

분쟁 해결과 고위험 협상, 국제 거래와 기업 경영을 다루며 쌓은 경험은 이 책에서 설명하는 ‘전략적 공감’의 토대가 되었다.

현재는 노스웨스턴대학교 프리츠커 로스쿨 교수로 일하며 전략적 공감에 기반한 협상과 리더십, 국제 거래 등을 가르치고 있다. TEDx 총괄 프로듀서와 강연자로도 활동했으며, 2022년에는 인지적 공감을 활용한 협상에 관한 강연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작가의 이력을 알고 책을 읽으면 『단단한 공감』이 책상 위에서 이론으로만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쟁과 이민, 차별과 법률 분쟁을 직접 겪고, 수많은 협상 현장에서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온 경험이 이 책의 문장 곳곳에 녹아 있다. 그래서 다른 공감 관련 책보다 저자의 이야기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전쟁 이야기에서 우리의 일상으로

전쟁을 직접 겪지 않고 주로 텔레비전이나 뉴스를 통해 보아온 세대인 나에게 저자의 경험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의 이야기는 전쟁이라는 특별한 상황에만 머물지 않는다.

직장에서 동료와 의견이 부딪칠 때, 가족과의 대화가 자꾸 어긋날 때, 상대를 설득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관계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누군가의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그 사람을 이해하기보다 나까지 함께 지쳐버릴 수 있다. 상대의 슬픔과 분노를 모두 끌어안은 채 감정적으로 소진되면 정작 문제를 해결할 힘은 남지 않는다.

그렇다고 타인의 감정을 외면하거나 냉정하게 거리를 두는 것이 답은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단단한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감정과 경계를 잃지 않는 것이다. 상대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되 반드시 같은 의견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상대의 마음을 인정하더라도 부당한 요구까지 받아줄 필요는 없다.

상대와 함께 무너지는 공감이 아니라 서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목차를 따라 배우는 공감의 힘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드는 공감의 힘’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내 편으로 만든다’는 것은 상대를 조종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대의 입장과 욕구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간다는 뜻에 가깝다.

1장에서는 스토아 철학에서 배우는 내적 통제력과 공감이 만들어내는 외적 영향력을 살펴본다. 저자가 이민자 소녀에서 변호사와 협상 전문가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이 장에서 만날 수 있다.

2장에서는 감정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 동정과 연민의 차이를 설명한다. 공감이 때로는 우리를 지치게 하는 이유와, 공감을 건강한 힘으로 사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이야기한다.

3장과 4장에서는 전략적 공감을 실천하는 다섯 단계를 소개한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집중해서 들으며, 침묵으로 대화하고, 상대에게 맞춰주고 따라 하며, 질문을 통해 더 깊이 탐색하는 과정이다.

2부에서는 ‘삶의 주도권을 얻는 스토아 철학의 방법’을 다룬다.

5장과 6장에서는 감정을 없애려고 하기보다 어떻게 이해하고 다스릴 것인지, 감정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에 따라 감정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며, 생각의 초점을 바꾸면 감정과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7장과 8장에서는 삶의 어려움을 견디고 주도권을 되찾는 스토아 철학의 다섯 가지 도구를 소개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통제의 이분법’, 불편함을 무조건 피하지 않는 태도, 어려움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체계적인 훈련, 삶의 유한함을 기억하는 ‘메멘토 모리’, 옳다고 믿는 일을 선택하는 ‘도덕적 용기’가 그것이다.

마지막 9장에서는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한 윤리적 삶의 열 가지 기둥을 제시한다.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제공하며, 개인의 선의를 넘어 사회의 부당함에도 목소리를 내는 삶을 이야기한다.

책의 목차는 공감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 감정을 다스리고, 역경을 이겨내며, 더 나은 관계와 사회를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직접 실천하는 책

이 책에서 또 하나 좋았던 점은 각 장의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데서 끝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각 장에서 배운 내용을 자신의 일상에 적용해볼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제시하고, 독자가 직접 자신의 생각과 행동 계획을 작성할 수 있는 부분도 마련되어 있다.

공감에 관한 좋은 내용을 읽는 것과 실제 관계에서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아무리 상대의 말을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감정이 앞서는 순간에는 내 이야기부터 꺼내기 쉽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상대의 반응에 계속 마음을 빼앗길 때도 있다.

그래서 책을 읽은 뒤 나의 상황을 돌아보고 직접 적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감정이 앞섰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써보면 책의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꺼번에 모든 방법을 실천하려 하기보다 각 장을 읽을 때마다 한 가지씩 자신의 생활에 적용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읽고, 생각하고, 직접 써보고, 관계 속에서 실천해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구성도 잘 짜인 책이었다.

공감을 머리로만 이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실제 행동과 변화로 연결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느껴졌다.


감정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의 차이

책에서 특히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감정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을 구분한 내용이었다.

감정적 공감이 상대방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이라면 인지적 공감은 상대가 왜 그렇게 느끼고 행동하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는 감정적 공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많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상대의 말과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이유와 욕구를 살펴보아야 한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의견에 모두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과 그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차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협상 전문가인 저자가 공감을 단순한 친절이나 위로가 아니라 실질적인 영향력으로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공감을 실천하는 다섯 단계

저자가 소개하는 전략적 공감의 다섯 단계는 일상에서도 활용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분노인지, 두려움인지, 서운함인지 구체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에서 공감은 시작된다.

두 번째는 집중해서 듣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내 대답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속에 담긴 감정과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다.

세 번째는 침묵으로 대화하는 것이다. 모든 순간을 말로 채우지 않고 상대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도 중요한 공감의 방법이다.

네 번째는 상대에게 맞춰주고 따라 하는 것이다. 말의 속도나 자세,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신호를 살피고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면 상대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질문으로 탐색하는 것이다. 판단하거나 몰아붙이는 질문이 아니라 상대의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열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설명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생활에서 꾸준히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방법들이다. 그래서 한 번 읽고 덮기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거나 협상이 필요한 순간에 다시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을 외면하지 않는 공감

『단단한 공감』을 읽으며 공감은 타인만을 위한 능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먼저 알아차리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일에서 공감이 시작된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상대의 반응에 매달리기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말과 행동에 집중하는 것, 상대를 이해하면서도 나의 필요와 경계를 존중하는 것이 단단한 공감의 핵심이다.

저자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야 할 때는 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부당한 상황에서는 선을 긋고, 개인적인 친절을 넘어 사회의 불평등과 부당함에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공감은 무조건적인 양보도 아니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 나를 숨기는 일도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다. 나를 지키는 힘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 함께할 때 공감은 세상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관계가 어렵고 감정에 쉽게 지치는 사람에게

『단단한 공감』은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상대의 감정에 쉽게 휩쓸려 지치는 사람, 갈등이 생기면 무조건 피하거나 반대로 감정부터 앞서는 사람, 협상과 설득이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뿐 아니라 가족과 동료 사이에서 건강하게 대화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특히 자기계발서를 읽고도 무엇부터 실천해야 할지 몰라 책을 덮어버리곤 했던 사람이라면, 각 장의 실천 내용을 직접 써보면서 한 가지씩 생활에 적용해보아도 좋겠다.

공감은 타고난 성격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되 그 감정에 빠져 함께 흔들리지 않는 것, 따뜻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중심을 단단히 지키는 것.

저자가 전쟁과 이민, 차별과 수많은 협상의 현장을 지나며 발견한 공감은 부드럽지만 약하지 않았다.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단단한 공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단단한공감 #셰르민크루즈 #공감 #협상 #청림출판 #스토아적공감 #전략적공감 #인지적공감 #감정적공감 #공감의기술 #스토아철학 #리더십 #인간관계 #직장생활 #실천하는독서 #책추천 #독서기록 #서평 #도서리뷰 #나의책장 #그래언니독서노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오래 머무는 마음 - 시가 피어나고 그림이 머무는 자리
나태주 지음, 나난 그림 / OTD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음속에 한 장의 수채화를 걸어두는 일/나태주 글·나단 그림, 『오래 머무는 마음』

나태주 시인은 워낙 잘 알려진 분이라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짧고 쉬운 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시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편씩 천천히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래 머무는 마음』을 펼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수채화 같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읽고 서평을 썼던 다른 시집들과 비교하면 이 책은 한 편의 시와 한 폭의 그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작품처럼 느껴졌다.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의 표지부터 마음을 끌었다. 책장을 넘기면 여백이 넉넉한 종이 위에 나태주 시인의 시와 나단 작가의 그림이 함께 담겨 있다. 시를 읽다가 그림을 바라보고, 그림을 보다가 다시 시로 돌아오게 된다.

시 하나하나를 예쁜 액자로 만들어 집 안 곳곳에 걸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집을 읽고 있다기보다 작은 미술관을 천천히 거닐며 그림과 글을 함께 감상하는 듯했다.




메마른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시

요즘 나는 시집을 자주 읽고 있다.

예전에는 시가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짧은 문장 안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할 것 같았고,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정답을 찾아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여러 권의 시집을 읽으면서 이제는 시를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마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시 한 편을 읽고 잠시 멈추는 시간, 어떤 문장이 내 마음에 닿아 오래 머무는 순간이 좋아졌다. 그렇게 시집을 가까이하다 보니 바쁜 일상 속에서 조금은 메말라 있었던 내 마음도 다시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다.

『오래 머무는 마음』은 그런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해준 책이다.

이 시집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경치 좋은 날을 떠올리게 한다. 따뜻한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 길가에 피어난 작은 꽃과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가 생각난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풍경과 행복한 감정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과 그리움, 외로움과 이별처럼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여러 마음이 함께 들어 있다.

다만 그 감정들을 무겁게 끌고 가지 않는다. 슬픔을 억지로 없애려 하지 않고, 외로움을 모른 척하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곁에 앉아 그런 마음이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꽃과 사랑으로 이어지는 시들

책은 크게 세 장으로 나뉜다.

1장 ‘너도 꽃을 피워라’에는 꽃과 봄, 자연과 삶을 바라보는 시들이 담겨 있다. 2장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 그리움과 위로를 만날 수 있다. 3장 ‘다만 사랑해서 좋았단다’에는 사랑과 이별, 기다림과 추억에 관한 시들이 이어진다.

각 장의 제목만 읽어도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진다.

꽃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느새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시 삶 전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넓어진다. 나태주 시인의 시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어렵고 화려한 표현보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로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짧은 시를 읽었을 뿐인데 잊고 있던 사람이 생각나고, 지나온 시간이 떠오르며,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조금 더 소중히 바라보게 한다.


나에게 가장 오래 머문 시, 「괜찮아」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오래 머문 시는 「괜찮아」였다.

“괜찮아, 서툴러도 괜찮아.”

우리는 살아가면서 능숙해져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실수하지 않아야 하고, 다른 사람보다 잘해야 하며, 미리 준비해서 실패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아무런 준비 없이 세상에 와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배우는 중이다. 오늘을 살아보는 것도 우리 모두에게는 처음이다.

그런데도 나는 가끔 서툰 나 자신을 너무 심하게 나무랐던 것 같다. 실수한 일을 오래 생각하고, 잘하지 못한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기도 했다.

이 시는 그런 나에게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었다. 조금 틀려도 괜찮고, 남들보다 늦어도 괜찮으며, 아직 익숙하지 않아 서툴러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완벽하게 살아내려고 애쓰기보다 하루하루를 담담하게 살아가는 것, 실수하면 다시 해보고 넘어지면 천천히 일어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짧은 시 한 편이었지만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위로였다. 그래서 책을 덮은 뒤에도 「괜찮아」라는 제목과 그 마음이 오래 남았다.


사랑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 바라보는 「그리하여 사랑은」

또 한 편 마음에 남은 시는 「그리하여 사랑은」이었다.

이 시에서 사랑은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다. 두 사람이 함께 흔들리고, 마주 보며 울고, 서로에게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사랑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설렘과 행복, 아름다운 순간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이 시는 사랑 속에 기다림과 고독, 흔들림과 고통도 함께 존재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사랑을 왜 이렇게 아프고 어렵게 표현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더 오래 읽어보니 사랑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진짜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시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좋은 순간만을 함께 누리는 일이 아닐 것이다. 때로는 상대방의 아픔을 바라봐야 하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기다려야 하며, 함께하면서도 외로움을 견뎌야 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그 사람 곁에 머무르기로 선택하는 것, 흔들리면서도 다시 마주 보는 것이 사랑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인은 사랑을 ‘스스로 선택한 고통’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 사랑하기 때문에 기꺼이 기다리고, 사랑하기 때문에 아픔까지도 감당하려는 마음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괜찮아」가 서툰 나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시였다면, 「그리하여 사랑은」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일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 시였다.

하나는 나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로, 다른 하나는 함께 살아가는 사랑의 의미로 오래 머물렀다. 두 시를 함께 읽으니 『오래 머무는 마음』이라는 제목이 더욱 깊게 다가왔다.

마음에 오래 머문다는 것은 아름다운 기억만을 간직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기쁨과 슬픔, 설렘과 기다림, 위로와 고통까지 모두 품은 채 한 사람을 오래 생각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시와 그림이 함께 건네는 위로

『오래 머무는 마음』의 또 다른 매력은 나단 작가의 그림이다.

그림은 시의 의미를 그대로 설명하기보다 시가 남긴 감정을 조금 더 넓게 펼쳐준다. 꽃과 나무, 구름과 햇살이 담긴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를 읽으며 떠올렸던 장면들이 눈앞에 천천히 그려진다.

강한 색도 있고 섬세한 선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따뜻하고 평온하다. 시가 마음에 한 문장을 남긴다면 그림은 그 문장 주위에 풍경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에 빠르게 읽기보다 하루에 몇 편씩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마음에 닿는 시가 나오면 그 페이지에 잠시 머물러 그림까지 찬찬히 바라보고 싶다.

어떤 날에는 꽃에 관한 시가, 어떤 날에는 사랑에 관한 시가, 또 마음이 지친 날에는 「괜찮아」와 같은 시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날에는 「그리하여 사랑은」을 다시 읽으며 사랑이란 무엇인지,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될 것 같다.


친구와 가족에게 선물하고 싶은 시집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음이 지친 친구에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가족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시집이다. 평소 말로는 쉽게 전하지 못했던 “괜찮아”라는 위로와 “사랑한다”는 마음을 이 책이 대신 전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한 날의 선물도 좋겠지만, 문득 누군가를 생각한 평범한 날에 아무 이유 없이 건네도 참 좋을 것 같다.

책을 받은 사람이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 그날 자신의 마음에 필요한 시 한 편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꽃과 구름, 따뜻한 문장과 그림을 바라보며 잠시라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오래 머무는 마음』은 나 혼자 읽고 책장에 꽂아두기보다 사랑하는 친구와 가족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고 싶은 시집이다. 책은 덮어도 그 안에서 만난 따뜻한 마음은 오래도록 그 사람의 곁에 머물러줄 것 같다.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시집

『오래 머무는 마음』은 제목처럼 읽은 뒤에도 마음속에 오래 남는 시집이다.

시를 읽는 일은 거창한 공부가 아니라 잠시 멈추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에 가려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정과 다시 만나는 시간이다.

마음이 지친 사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 사랑의 여러 모습을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아름다운 그림과 어렵지 않은 언어가 시의 세계로 부드럽게 이끌어줄 것이다.

나도 가끔 내 삶이 서툴게 느껴지는 날이면 이 책을 다시 펼쳐볼 생각이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조금 틀려도 괜찮다.
아직 서툴러도 괜찮다.

우리 모두는 오늘이라는 하루를 처음 살아가고 있으니까.

『오래 머무는 마음』은 마음속에 한 장의 수채화를 걸어두는 것 같은 책이었다. 책을 덮은 뒤에도 꽃과 구름, 사랑과 기다림, 따뜻한 문장들이 마음속에 남아 오래도록 나를 어루만져 주었다.



#오래머무는마음 #나태주 #나단 #나태주시집 #괜찮아 #그리하여사랑은 #한국시 #시와그림 #그림시집 #감성시집 #힐링도서 #마음의위로 #시집선물 #친구선물 #가족선물 #사랑에관한시 #독서기록 #도서리뷰 #책추천 #책블로그 #그래언니독서노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로 살아가는 연습
책한민국(박동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 한 장, 문장을 따라 쓰며 나를 만나는 시간/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조용한 인생 필사

『나로 살아가는 연습』/책한민국 박동수 지음 | 국일미디어

책 표지에는 ‘하루 한 장, 나를 만나는 인생 필사’라고 적혀 있다.

이 문장처럼 『나로 살아가는 연습』은 빠르게 읽고 덮는 책이라기보다 하루에 한 장씩 천천히 읽고, 마음에 남는 문장을 직접 써보면 좋은 책이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펼쳐진 노트, 그 위에 놓인 펜이 그려진 표지도 책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추어 한 문장을 읽고 쓰면서 나 자신과 대화해보라고 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읽는 책이면서 직접 써보는 책

이 책은 단순히 좋은 문장을 모아놓은 책이 아니다.

한 편의 글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을 직접 필사하면서 그 문장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도록 구성되어 있다.

필사는 눈으로 읽는 것보다 속도가 느리다. 한 글자씩 손으로 옮겨 적어야 하므로 문장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오래 바라보게 된다.

빠르게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쳤던 말도 직접 쓰다 보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문장 속에서 나와 닮은 감정을 발견하기도 하고,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을 만나는 순간도 생긴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에 많이 읽기보다 하루에 한 편씩 읽고 쓰는 방식이 더 잘 어울린다.

오늘의 문장을 읽고, 그중 가장 마음에 남는 말을 필사하고, 잠시 내 삶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 한 장씩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한 권의 책뿐 아니라 지금의 나를 기록한 필사 노트도 함께 완성될 것 같다.


명언처럼 다가오는 각 장의 제목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각 장의 제목이었다.

‘내 삶은 결국 내가 만든다’,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 선물이다’처럼 제목만 읽어도 하나의 명언처럼 마음에 남는다.

본문을 읽기 전에 제목을 바라보며 그 의미를 먼저 생각해볼 수도 있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나답게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각 장에는 위로와 격려의 말이 담겨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나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응원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마음이 지쳐 있을 때는 누군가의 긴 설명보다 짧고 따뜻한 한 문장이 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과 문장들은 힘든 날 조용히 건네받는 작은 응원처럼 느껴졌다.




벗어나고, 바라보고, 선택하며 나로 살아가기

책은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벗어나다’에서는 고통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이야기한다. 삶의 주인공은 결국 나이며, 생각과 가능성에 따라 앞으로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2부 ‘바라보다’에서는 가면을 벗고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게 한다. 남의 생각을 내 인생의 기준으로 삼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한다.

3부 ‘선택하다’에서는 꿈과 용기를 이야기한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나를 만들고, 도전하는 순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4부 ‘자유로워지다’에서는 불쾌한 생각과 지나친 욕망을 내려놓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연습을 권한다. 모든 것은 변하며, 때로는 멈추고 흘려보내는 것도 삶에 필요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5부 ‘살아가다’에서는 오늘이라는 시간과 관계, 행복, 삶의 지혜를 이야기한다. 오늘을 잘 살아내는 것이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벗어나다, 바라보다, 선택하다, 자유로워지다, 살아가다’라는 흐름 자체가 나로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처럼 느껴졌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내 마음을 바라본 뒤, 내가 원하는 방향을 선택한다. 불필요한 생각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마침내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날

이 책에는 사람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문장들이 많다.

꿈이 클수록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말, 아직 내 안에 피지 않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말, 고통이 나를 완전히 이길 수는 없다는 말이 이어진다.

무조건 잘될 것이라고 가볍게 말하기보다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자고 이야기한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다.

잘하고 있는지 의심하게 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내가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열심히 걸어왔지만 길이 보이지 않아 멈추고 싶은 날도 있다.

그럴 때 이 책을 펼쳐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 한 줄을 따라 써보면 좋을 것 같다.

책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제목을 찾아 그 장을 읽고, 가장 마음에 남은 문장을 써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책 대신 나의 노트에 남긴 문장들

책에는 글을 읽은 뒤 직접 필사할 수 있도록 줄이 그어진 공간이 깔끔하게 마련되어 있다.

여백이 넉넉하고 작은 그림이 더해져 있어 책에 바로 필사해도 좋다. 한 편의 글과 필사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 읽고 쓰는 흐름도 편안하다.

하지만 나는 책을 깨끗하게 보관하고 싶어서 별도의 노트에 필사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을 발견하면 잠시 멈추고 노트에 옮겨 적었다. 책에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나만의 노트에 문장을 다시 적으니 그 말이 더욱 오래 기억에 남았다.

같은 문장이라도 내 손으로 직접 쓰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책 속에 있던 작가의 문장이지만, 천천히 따라 쓰는 동안 나의 생각과 경험이 더해진다. 문장 옆에 그날 떠오른 감정이나 다짐을 함께 적으면 단순한 필사를 넘어 지금의 나를 기록하는 일기가 되기도 한다.

책은 깨끗하게 보관하고, 필사 노트에는 마음에 남은 문장과 내 생각을 차곡차곡 모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른 뒤 노트를 다시 펼쳐보면 그때의 내가 어떤 말에서 위로받았고 무엇을 고민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잘쓰는 것보다 내 마음잘을 만나는 일

필사를 할 때 글씨를 예쁘게 써야 한다거나 모든 문장을 빠짐없이 옮겨 적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 장을 읽고 나에게 가장 오래 남은 말 한 줄만 써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글씨의 모양이나 필사한 문장의 양이 아니라 그 문장을 쓰면서 내 마음과 만나는 시간일 것이다.

왜 이 문장이 오늘 나에게 들어왔는지, 지금의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선택하고 싶은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한 문장을 따라 쓰며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바쁘게 흘러가던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질 수 있다.

필사는 책의 문장을 베껴 쓰는 일이면서 동시에 나의 마음을 천천히 읽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책

『나로 살아가는 연습』은 특별히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자신감을 잃은 사람, 새로운 시작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하루를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모두 도움이 될 것 같다.

긴 글을 읽을 시간이 부족한 사람도 하루에 한 장씩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필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구성이다.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며 한 편을 읽어도 좋고, 잠들기 전 조용한 시간에 마음에 남는 문장을 적어도 좋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이나 위로가 필요한 날에는 목차에서 지금의 마음과 닮은 제목을 찾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읽어두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나로 살아가는 연습은 오늘부터

책 제목처럼 나로 살아가는 일에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기대와 시선을 의식하며 살았다면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하루에 한 번이라도 내 마음을 바라보고,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작은 선택을 나의 의지로 해본다면 조금씩 나다운 삶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누구도 나를 대신해 내 인생을 살아줄 수 없다.

결국 내 삶의 주인공은 나이고, 내가 어떤 생각과 선택으로 오늘을 살아가느냐가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갈 것이다.

『나로 살아가는 연습』은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좋은 문장을 따라 쓰며 나 자신에게 질문하도록 이끄는 책이었다.

하루 한 장을 읽고 마음에 남는 한 문장을 노트에 적는 시간.

그 짧은 시간이 쌓이면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마음을 따라 살아가는 힘도 조금씩 커질 것 같다.

오늘도 한 문장을 천천히 써보며 나로 살아가는 연습을 시작해본다.



#나로살아가는연습 #책한민국 #박동수 #국일미디어 #인생필사 #하루한장필사 #필사책 #필사추천 #좋은문장 #마음공부 #자기계발서 #위로가되는책 #나답게살기 #책추천 #서평 #독서기록 #도서리뷰 #나의책장 #그래언니독서노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기가 묻고, 도덕경이 답하다 - 동양고전에서 찾은 인성의 법칙
신수정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기는 인간을 묻고 도덕경은 삶의 길을 답한다/어렵게 느껴졌던 동양고전을 오늘의 삶으로 읽는 시간/『사기가 묻고, 도덕경이 답하다』/ 신수정 지음 / 책나무



사마천의 『사기』와 노자의 『도덕경』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두 고전의 이름과 저자는 알고 있었다. 『사기』는 사마천이 쓴 역사서이고, 『도덕경』은 노자의 사상을 담은 책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읽어본 적은 없었다.

고전은 오랫동안 살아남은 만큼 분명 깊은 지혜가 담겨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읽으려고 하면 오래된 문장과 낯선 인물, 시대적 배경 때문에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사기가 묻고 도덕경이 답하다』는 그런 나에게 동양고전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 책이었다.



사람의 역사를 읽고 삶의 지혜를 찾다

이 책은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을 살펴보고, 그들이 마주했던 선택과 고민의 답을 노자의 『도덕경』에서 찾아간다.

『사기』에는 권력을 얻은 사람과 잃은 사람,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굴욕을 견딘 사람과 절망 앞에서 무너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대와 살아가는 모습은 달라졌지만 그들의 고민은 지금 우리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며, 성공과 실패를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사기』가 인간의 삶에서 질문을 발견한다면 『도덕경』은 그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추어 삶의 방향을 돌아보게 한다.

역사와 철학이 서로 만나면서 오래된 고전 속 이야기가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지혜로 이어진다.



얇지만 내용은 알차게 채워진 책

책의 두께는 그리 두껍지 않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노자의 사상과 사마천의 역사 기록을 함께 다루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과 태도를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설명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도덕경』과 『사기』가 어떤 책인지 살펴보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과 인생의 법칙을 설명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재능, 수모, 용기, 절망, 성공과 같은 개인의 문제를 중심으로 ‘나를 자유롭게 하는 인성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리더십, 말, 부, 관계, 문제 해결처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문제를 통해 ‘세상 속에서 흐르는 인성의 법칙’을 들여다본다.

목차만 읽어보아도 옛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물의 선택을 통해 바라보는 인생

책에는 사마천을 비롯해 백이와 숙제, 월왕 구천, 인상여, 굴원과 가의, 소하, 한비자와 이사, 유방과 항우, 범려, 한신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이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사마천은 참기 어려운 치욕을 겪으면서도 『사기』를 완성했다. 월왕 구천은 수모를 견디며 때를 기다렸고, 유방과 항우는 서로 다른 성격과 리더십으로 다른 결말을 맞았다.

같은 절망을 겪더라도 선택에 따라 삶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나뉜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때에 맞는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힘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것보다 물처럼 흐르며 사람을 품는 리더십이 더 오래갈 수도 있다.

오래전 중국의 역사 속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욕망과 두려움, 갈등과 선택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와도 닮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과거의 사건을 설명하는 역사책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을 거울로 삼아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각 장을 내 삶의 도덕경으로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고전의 내용을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 장에는 ‘내 삶의 도덕경’이라는 부분이 있어 노자의 문장을 나의 삶과 연결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고요함과 조급함, 자신을 드러내는 태도, 욕심과 만족, 강함과 부드러움처럼 우리가 살아가며 자주 마주하는 문제를 고전의 문장과 함께 생각하게 한다.

처음에는 한자 문장과 오래된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그 문장이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철학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지나치게 붙잡고 있는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한다.

책을 읽는 동안 고전이 정답을 명령하는 책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하는 법보다 살아가는 태도를 배우는 책

우리는 흔히 역사 속 성공한 인물에게서 이기는 방법을 배우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성공하거나 권력을 얻는 방법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성공한 뒤의 태도, 수모를 견디는 마음, 절망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힘, 사람과의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방법을 함께 생각하게 한다.

어떤 사람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도 자신의 욕망 때문에 무너지고, 어떤 사람은 굴욕적인 시간을 견디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까지 완성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눈앞의 성공만이 아니라 어떤 마음과 태도로 삶을 살아가느냐는 점일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은 강하기만 한 것보다 부드러움이 오래가고, 자신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것보다 때로는 낮추고 비워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빠르게 결과를 내야 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보여주어야 하는 시대에 이러한 가르침은 오히려 더 필요한 말처럼 느껴졌다.


사기와 도덕경을 직접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사마천의 『사기』와 노자의 『도덕경』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에는 두 책을 어렵고 방대한 고전이라고만 생각했다. 어디에서부터 읽어야 할지 몰랐고, 읽기 시작하더라도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두 고전에 담긴 인물과 사상을 조금씩 접하다 보니 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

사마천은 수많은 인물의 삶과 선택을 어떻게 기록했을까. 노자는 인간과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을까. 이 책에서 소개된 이야기 외에는 어떤 지혜가 담겨 있을까.

좋은 입문서는 한 권을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책으로 향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기가 묻고 도덕경이 답하다』는 나에게 동양고전을 더 읽어보고 싶게 만든 책이었다.


동양고전이 궁금한 사람에게

『사기』와 『도덕경』을 처음부터 읽는 일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먼저 두 고전을 만나보아도 좋을 것 같다.

고전의 모든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는 책이라기보다는 사마천의 인물 이야기와 노자의 사상을 연결해 동양고전의 의미를 맛볼 수 있게 해주는 입문서에 가깝다.

책의 두께가 부담스럽지 않고 각 장이 인물과 주제별로 나뉘어 있어 관심이 가는 부분부터 읽어도 좋다. 한 장씩 읽은 뒤 ‘내 삶의 도덕경’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본다면 고전이 더욱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오래된 고전은 과거의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 않았다.

사람의 욕망과 두려움, 성공과 실패, 관계와 선택에 관한 고민은 시대가 달라져도 반복된다. 그래서 수천 년 전의 역사와 철학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말을 걸어오는 것인지 모른다.

『사기가 묻고 도덕경이 답하다』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동양고전의 문을 가볍게 두드려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사기』가 사람의 삶을 보여주었다면 『도덕경』은 그 삶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했다.

동양고전이 궁금하지만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통해 먼저 그 깊고 오래된 지혜를 맛보아도 좋을 것 같다.



#사기가묻고도덕경이답하다 #사기 #도덕경 #사마천 #노자 #동양고전 #고전읽기 #인문학책 #철학책 #역사책 #고전입문 #인생의지혜 #책추천 #서평 #독서기록 #도서리뷰 #나의책장 #그래언니독서노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처방 PDE
이혜경 지음 / 북레시피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치료가 아닌 심리 지배를 처방하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심리 스릴러

이혜경 장편소설 『처방』

※ 이 글에는 작품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평소 추리소설과 스릴러를 좋아한다. 사건의 단서를 따라가며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도 좋아하지만, 인간의 뒤틀린 심리와 감춰진 욕망을 들여다보는 심리 스릴러에도 매력을 느낀다.

이혜경 작가의 장편소설 『처방』은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이야기다.

회색빛이 감도는 푸른 표지와 황금빛 꽃은 아름답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늘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표지가 소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정하고 사려 깊은 정신과 의사의 두 얼굴

주인공 이수현은 환자의 말을 세심하게 들어주고 자신도 알지 못했던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정신과 의사다.

마음이 힘들어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의사의 말은 큰 힘과 위로가 될 수 있다. 특히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라면 담당 의사를 믿고 의지하는 마음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이수현은 이러한 신뢰를 치료가 아닌 실험에 이용한다.

환자의 상처와 약점, 욕망과 죄책감,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뒤 조금씩 생각의 방향을 바꾼다. 겉으로는 환자 스스로 내린 결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수현이 오랜 시간 치밀하게 설계한 결과다.

의사의 따뜻한 말과 친절한 태도 뒤에 감춰진 차가운 계산을 알아갈수록 섬뜩함이 느껴졌다. 사람의 마음을 돌봐야 할 정신과 의사가 오히려 마음의 틈을 파고들어 파멸로 이끈다는 설정이 무서웠다.



정식 진료 기록 뒤에 숨겨진 PDE 파일

이수현의 책상 깊숙한 곳에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공식 진료 기록과 전혀 다른 검은색 파일이 숨겨져 있다.

병원 직원들은 ‘PDE’를 환자 진단과 평가를 의미하는 ‘Patient Diagnosis & Evaluation’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수현이 기록한 PDE의 진짜 의미는 ‘Psychic Domination Experiment’, 즉 ‘심리 지배 실험’이다.

환자의 진료 차트는 치료를 위한 기록이 아니라 실험 노트가 되고, 환자는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 아니라 실험의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대상이 된다.

이수현은 살인과 자살을 뜻하는 자신만의 기호까지 만들어 환자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기록한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차가운 기호로 남기는 모습에서 그가 타인의 감정에 얼마나 무관심한 인물인지 드러난다.

그래서 이수현은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인물로 읽혔다. 단순히 사람을 미워하거나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심리를 분석하고 무너뜨리는 과정 자체를 실험으로 여긴다는 점이 더욱 소름 끼쳤다.



전선영에게 내려진 가장 잔인한 처방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전선영은 남편과의 관계로 고통받으며 이수현을 찾아온다.

이수현은 상담을 통해 선영의 상처와 분노를 파악하고, 그녀가 원하는 답을 직접 말해주는 대신 특정한 선택을 하도록 조금씩 유도한다. 선영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과정은 이미 이수현이 설계한 길 위에서 이루어진다.

결국 선영은 남편을 죽이고 자신도 죽음을 선택한다.

이 모든 일이 이수현의 의도대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처방’이라는 제목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일반적으로 처방은 환자를 치료하고 살리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수현에게 처방은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고 파멸시키기 위한 명령에 가깝다. 약이 아니라 말과 기억, 두려움과 욕망을 이용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다.


정말 있을 법해서 더 섬뜩한 이야기

이 소설이 무서웠던 이유는 완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자는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을 의사에게 털어놓는다. 의사는 환자의 과거와 관계, 두려움과 욕망을 누구보다 자세히 알게 된다. 그 정보가 치료가 아니라 조종을 위해 사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전문가의 말에 쉽게 신뢰를 보낸다. 특히 몸이나 마음이 약해져 있을 때는 그 사람이 내리는 판단을 의심하기 어렵다.

『처방』은 바로 그 신뢰가 악용될 때 벌어질 수 있는 공포를 보여준다. 한 사람을 무너뜨리는 데 반드시 물리적인 폭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말과 암시, 교묘한 가스라이팅만으로도 누군가의 생각과 선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섬뜩하게 다가왔다.


관찰하던 사람이 관찰당하는 결말

이수현은 자신이 환자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통제한다고 믿는다. 다른 사람은 모두 자신의 실험 대상이며, 자신만은 언제나 관찰자의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에서 그 확신이 흔들린다.

환자들을 관찰하고 조종해왔던 이수현 역시 약혼자의 관찰 대상이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자신이 모든 상황을 지배하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 사실은 더 큰 실험 안에 놓여 있었다는 반전이 인상적이었다. 누가 관찰자이고 누가 실험 대상인지, 과연 누가 누구를 조종하고 있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결말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처음부터 지나온 장면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수현이 환자들에게 했던 말과 행동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관계까지 새롭게 보였다.



오랜만에 만난 재미있는 심리 스릴러

『처방』은 첫 장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마지막 장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은 소설이다.

진료가 거듭될수록 선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이수현의 실험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서 쉽게 책을 덮을 수 없었다. 목차가 ‘1차 진료’부터 ‘10차 진료’로 이어지는 구성도 실제 상담 기록을 따라가는 듯한 긴장감을 더해주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사건을 해결하는 전통적인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인물의 심리와 관계를 통해 긴장감을 높이는 심리 스릴러에 가깝다.

이혜경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읽었다. 그러나 『처방』을 읽고 나니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흔들리고, 신뢰가 어떻게 지배의 도구로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설. 잔인한 장면보다 심리적인 조종에서 더 큰 공포를 느끼게 하는 작품을 찾는다면 『처방』을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읽은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처방 #PDE #이혜경 #이혜경장편소설 #심리스릴러 #심리소설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스릴러소설 #소설추천 #책추천 #독서기록 #도서리뷰 #책리뷰 #나의책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