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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소명
한경자 지음 / 티쿤올람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과 소명은 같다
“나는 전도하듯 세일즈했고, 세일즈하듯 전도했다. 그 마음은 언제나 하나였다.”
— 『일과 소명』, 프롤로그, 35쪽
앞서 서평을 쓴 『사랑, 그 위대한 열매』에 이어 이번에도 목사님이 쓴 책을 읽었다. 두 저자에게 주어진 일과 살아온 자리는 다르지만, 내게는 두 책 모두 소명에 관한 이야기로 읽혔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하나님 나라를 넓혀 간다는 점에서 두 책이 만났다.
두 권을 나란히 떠올리니, 두 책이 내게 같은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기독교인으로 살아왔지만, 일과 소명을 하나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신앙은 신앙대로, 일은 일대로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경자 목사가 교회에서든 고객의 현관 앞에서든 같은 마음으로 사람을 만났다는 고백이 낯설면서도 마음에 걸렸다. 책을 펼치게 한 것은 전도왕이자 세일즈왕의 이야기였지만, 책을 덮고 가장 오래 남은 말은 따로 있었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책과 저자
『일과 소명』 | 한경자 지음 | 티쿤올람
한경자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용천노회에서 3년 연속 전도왕에 올랐고, 웅진코웨이에서 정수기 세일즈를 하며 최우수상을 받고 팀을 이끌었다. 세일즈 현장에서 목회자로서의 부르심을 느꼈고, 목회자가 된 뒤에도 일터를 떠나지 않았다. 이 책은 그가 교회와 일터에서 사람을 만나며 배운 신앙과 일의 이야기다.

목차
간략한 내용 정리
1부. 전도와 세일즈, 그 하나의 소명
복음을 전하러 간 집에서 저자는 청소를 하고 밥을 지었다. 정수기를 설명하러 간 집에서는 카탈로그를 펼치기 전에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는 일은 달랐지만, 상대의 형편부터 살피는 태도는 같았다. 나도 상담할 때 준비해 둔 설명부터 꺼내느라 정작 상대가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뒤늦게 알아차린 적이 없었는지 돌아봤다.
2부. 가장 낮은 자리로의 부르심
저자 부부는 남편이 월급 150만 원을 받던 직장을 두고 사례비 25만 원인 교회 관리집사 자리를 택했다. 저자는 화장실을 닦고 밥을 짓던 그 시간을 섬김을 배운 자리로 기억한다. 그 마음의 뿌리에는 새벽마다 기도하고, 이웃집에 호박을 가져다주고, 교회 부엌에 늦게까지 남아 설거지하던 어머니가 있었다. 왜 한 번이라도 더 안아드리지 못했을까 되묻는 저자의 편지를 읽으며 나도 우리 어머니를 떠올렸다. 자녀를 키우고 나서야 알게 되는 어머니의 마음이 있다.
3부. 하늘의 상, 그리고 새로운 부르심
미용실에서 우연히 만난 스님에게 저자는 커피 한 잔을 건넨다. 스님은 부처님 이야기를, 저자는 하나님 이야기를 하며 한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눈다. 그분이 훗날 교회에 왔다는 결말보다 내게 오래 남은 것은 저자가 파마 롤을 만 채 그분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는 장면이다. 하롱베이에서는 세일즈로 한창 인정받던 저자가 여행지의 배 위에서 조용히 울며 새 부르심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일이 잘 풀릴 때에도 내가 가진 시간과 힘을 어디에 쓸지 다시 물을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4부. 세일즈에 담긴 진심
마감이 급해지면 고객에게 제품이 필요한지보다 오늘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줄지가 먼저 보인다는 대목이 현실적이었다. 저자는 교회에서도 사람을 등록 인원이나 성장의 숫자로 보기 시작하면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말한다. 자신이 따낸 계약을 팀원들과 나누어 준 일화도 그 말과 이어진다. 고객에게든 동료에게든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건, 내 몫이 걸린 순간에야 그 뜻이 분명해지는 것 같다.
5부. 세일즈, 전도와 만나다
저자가 두 현장에서 배운 다섯 걸음은 접촉, 관계, 필요, 전달, 결신이다. 나는 ‘필요’가 ‘전달’보다 앞선다는 데 밑줄을 긋고 싶었다. 제품을 권하러 간 자리에서 고객에게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친척에게 거절당하고 달빛 아래 한참 울었던 저자가 다시 다음 사람에게 다가가는 장면에도 다른 종류의 용기가 있었다. 상대의 답을 존중하면서도 그 거절을 내 가치에 대한 판단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다.
6부. 창조부터 지금까지, 일은 예배였다
저자는 교회에 모여 예배드린 사람이 다시 각자의 일터로 흩어져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하나님 앞에서 일한다’는 말도 이 책에서는 정직한 거래 한 건으로 구체화된다. 아무도 확인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야 할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내게 유리해도 상대에게 맞지 않는 선택은 권하지 않는 일이다. 하나님 나라를 넓혀 간다는 말이 내 일터에서는 이런 정직한 선택에서 시작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부.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저자는 마지막 부에서 아들과 딸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지금 하는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는지 묻는다. 앞의 여섯 부까지는 한경자 목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읽었다면, 이 대목부터는 자꾸 내 이야기를 하게 됐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가?
처음에는 얼마나 부지런히 일하고 있는지를 묻는 말처럼 들렸다. 가만히 생각하니 그보다 더 어려운 질문이었다. 내가 믿는 것을 일하면서도 살아내고 있는가. 바쁠수록 상대의 형편을 먼저 살피고 있는가. 그동안 신앙과 일을 따로 생각해 왔기에 한 번도 제대로 묻지 않았던 질문들이었다. 그래서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라는 말 앞에서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분들
신앙을 지키며 살아왔지만, 내가 하는 일과 소명을 연결해 본 적은 없는 분
영업이나 상담을 하며 실적이 급할 때도 상대의 형편을 먼저 살피고 싶은 분
‘하브루타 나눔 질문’을 따라 가족이나 교회 소그룹에서 일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
책을 덮으며
예전에는 소명이라고 하면 언젠가 새롭게 시작해야 할 일이 먼저 떠올랐다. 『사랑, 그 위대한 열매』와 『일과 소명』을 이어 읽고 나니, 그 질문을 먼 훗날로 미룰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두 책을 읽고 내게 남은 질문이다.
내게는 다음 상담이 그 질문에 답해 볼 자리다. 준비한 설명을 꺼내기 전에 상대가 무엇을 가장 걱정하는지 묻고, 그 대답을 끝까지 들어보고 싶다. 내게 유리한 선택과 상대에게 필요한 선택이 다를 때는 그 차이를 정직하게 말하고 싶다. 내가 믿는 것을 내가 하는 일에서 살아낸다는 건, 내게는 그런 한 번의 선택에서 시작될 것 같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이번에는 좋은 문장으로 마음에만 남겨 두고 싶지 않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이제는 내가 실천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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