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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위대한 열매
최정숙.김무일 지음 / 희스토리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랑, 그 위대한 열매』|사랑은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책을 덮고 나니 표지의 ‘마침내’라는 말에 자꾸 눈이 갔다.
사랑은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함께 걷는 표지에 어울리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다 읽고 나니 그 말 안에 아이를 어디에 재울지 걱정하던 밤도, 쌀독을 열어 보고 가슴이 철렁했던 아침도, 정든 아이를 친부모에게 돌려보내고 한참 문가에 서 있던 시간도 들어 있었다.
『사랑, 그 위대한 열매』는 최정숙·김무일 부부의 집을 거쳐 간 110명이 넘는 아이들과, 책을 쓸 당시 그 집에서 함께 살던 열여덟 아이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품으며 자신들도 사랑을 받았다고 고백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책과 저자
『사랑, 그 위대한 열매』 | 최정숙·김무일 지음 | 히스토리
최정숙은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응용미술을 공부한 아동 일러스트레이터로, 생명숲배움공동체 교장이자 생명을주는나무 NGO 원장이다. 김무일은 한세대학교 영산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을 공부했으며, 생명빛교회 담임목사이자 생명숲배움공동체 교목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목소리로 지난날을 들려준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부부가 어떻게 한 아이를 함께 품게 되었는지, 그 선택이 두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따라가게 된다.

목목차

1장. 한 남자의 방황: 무일
어린 무일은 주일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교회에 갔다. 무슨 기도를 하는지도 모르면서 어머니가 눈을 감으면 따라 눈을 감았다. 자라서는 옥탑방과 예배실을 잇는 삐걱거리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누구에게도 못 하던 질문을 하나님께 꺼내놓았다. 열여섯에는 목회자로 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신학대학에 가겠다는 아들을 가장 단호하게 말린 사람도 그 어머니였다.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교회에 가던 마음과, 자란 아들이 고단한 길을 갈까 봐 막아섰던 마음. 어느 쪽에도 아들을 아끼는 마음이 있었다는 생각에 잠깐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일반대학에 진학하고 직장과 사업을 거치며 잊고 지냈던 약속은 2002년 새벽기도에 나가면서 다시 떠오른다. 아산 기도원에서 목회의 부르심을 마주한 무일은 자신을 쓰시려거든 아내를 먼저 만나 달라고 기도한다. 자신이 확신하는 길이라고 해서 아내에게 당연히 따라오라고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 기도에 아내를 아끼는 마음이 담겨 있어 오래 기억에 남았다.

2장. 한 여자의 변화: 정숙
정숙에게 어린 시절 교회의 기억은 손등에 떨어진 뜨거운 촛농이었다. 결혼하고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남편 옆에서 눈을 감고도 다른 생각을 하곤 했다는 고백이 오히려 친근했다.
일과 육아에 지쳐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향하던 날, 내려오는 길에도 빚은 그대로였고 몸은 여전히 지쳐 있었다. 그래도 정숙은 등에 업힌 아이를 고쳐 업고 큰아이 손을 다시 꼭 잡는다. 나는 형편이 달라지기 전에 먼저 달라진 그 손길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하나님을 만나고 싶다고 울며 기도했던 정숙의 변화는 아이들과 영어책을 펼치기 전 조용히 기도하는 일처럼 평범한 하루에도 스며든다. 설거지대 앞에서 많은 아이의 엄마가 되리라는 음성을 들었을 때도, 정숙은 자신이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솔직함 덕분에 뒤이어 펼쳐지는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3장. 순종의 열매: 무일과 정숙
다섯 가정이 모이는 작은 교회에서 두 사람은 어떤 교회가 되어야 할지 묻고 기도한다. 정숙은 아이가 찾아오기 전부터 얼굴도 모르는 그 아이를 위해 울며 기도했던 시간을 갈라디아서 4장 19절의 해산하는 수고에 빗대어 돌아본다.
첫 아이를 품고 2년 안에 아이가 열네 명으로 늘었다. 첫 아이를 안았을 때 감사했던 무일도 둘째, 셋째가 오자 겁이 났다. 통장 잔고를 들여다보고 아이들을 어디에 재울지 고민했다. 밤에 혼자 앉아 이 길이 맞는지 되묻고,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도 숨기지 않는다.
그 대목을 읽으며 ‘순종’이라는 말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밤에는 하나님께 힘들다고 털어놓고, 날이 밝으면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잠자리를 챙기는 일. 두 분이 함께 걸었다는 말에는 그렇게 흔들리면서도 하루하루 아이들 곁을 지킨 시간이 들어 있었다.

4장. 사랑의 기적: 무일과 정숙, 그리고 아이들
만삭의 여성이 대문을 찾아왔을 때 정숙은 그의 손을 잡아주면서도 속으로는 그 삶을 판단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날 밤 기도 중 마음에 들려온 질문이 있다.
“너라면 어떡하겠니?” (195쪽)
그 질문 뒤에 이어지는 일들이 좋았다. 잘 곳을 내어주고, 기저귀와 배냇저고리를 함께 마련하고, 산후조리와 보육에 드는 비용도 힘닿는 만큼 보탠다. 아이가 잘 자라려면 아이를 낳은 엄마도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워간다. 그 곁을 지키는 동안 정숙도 먼저 판단하던 사람에서 옆에 앉아 함께 울어주는 사람으로 조금씩 바뀐다.
부모가 형편을 추슬러 아이를 다시 데려가는 날에는 잘 지내라고, 언제든 놀러 오라고 보내주고는 문가에서 한참 뒷모습을 바라본다. 또 어느 날에는 다섯 살쯤 된 아이가 자신을 낳아 준 엄마를 한 번만 만나 함께 자고 싶다고 한다. 정숙은 아이를 꼭 안고 함께 울었다. 안전하게 지낼 집을 내어준 뒤에도 아이에게는 자기만의 그리움이 있다는 걸 마음으로 받아주는 장면이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돌봄은 배움으로 이어졌다. 학교에서 위축되던 아이들이 각자의 속도로 배울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가 생명숲배움공동체로 이어졌다. 리듬체조 학원 원장님처럼 아이들을 무료로 가르치겠다고 나선 사람도 있었다. 내게는 이것이 하나님 나라가 넓어지는 모습으로 읽혔다. 한 아이에게 내어준 잠자리가 그 엄마도 숨을 돌릴 자리가 되고, 함께 밥을 먹던 집에서 아이들의 배움을 고민하고, 그 일에 이웃이 자기 몫을 보태는 모습 말이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분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과 교사,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분들, 그리고 저마다의 자리에서 사랑으로 누군가를 섬기는 모든 분께 권하고 싶다.
아이의 재능을 알아봐 주는 일도 귀하지만, 아이가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리고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을 들어주는 일도 그만큼 귀하다는 걸 이 책이 보여준다. 돌보는 일이 익숙해진 분에게는 매일 해온 작은 일의 의미를, 누군가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막막한 분에게는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을 건네는 책이다.

책을 덮으며
나도 기독교인이다. 그래서인지 김무일 목사님과 최정숙 사모님이 감당하기 벅찬 날에도 하나님께 묻고, 눈앞에 온 아이를 한 명씩 품는 이야기가 더 깊이 다가왔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오랜 세월 사랑으로 살아낸 두 분의 열정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자신이 받고 있었다는 사모님의 고백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러다 문득 내 삶을 돌아보게 됐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내가 믿는다고 고백하는 사랑은 내 하루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나. 바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않았던 때도, 마음이 쓰이면서도 한 걸음 더 다가가지 않았던 때도 떠올랐다. 두 분이 맺은 사랑의 열매에 깊이 감명받았고, 그만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책을 덮으며 나도 작은 일 하나를 떠올렸다. 마음에 걸리는 사람에게 먼저 안부를 묻고, 그 대답을 서두르지 않고 들어주는 일이다.
사랑은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그 문장을 다시 읽으니, 내일도 아이들 이름을 하나씩 부르고 밥을 차릴 그 집의 아침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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