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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희망인가 과장인가
신누리 지음 / 좋은땅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되 과장에는 속지 않기를
줄기세포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갈린다. 난치병과 노화를 해결할 미래의 의학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고가의 시술이나 광고부터 떠올리며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나에게 줄기세포와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이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기대가 컸지만, 연구 결과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민적 희망은 큰 실망과 불신으로 바뀌었다. 그 이후 줄기세포라는 말에는 희망과 가능성뿐 아니라 경계심도 함께 따라다니게 되었다.
신누리 작가의 『줄기세포, 희망인가 과장인가』는 바로 그 희망과 의심 사이에서 줄기세포와 재생의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설명하는 책이다. 줄기세포를 기적의 치료법으로 포장하지도 않고, 모든 가능성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화려한 광고와 막연한 기대에서 벗어나 어떤 기준으로 치료를 판단해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짚어 준다.

재생의학 현장을 경험한 신누리 작가
저자 신누리는 재생의학 전문기업 미라셀의 대표이사로, 2010년부터 바이오산업에 참여해 줄기세포 치료의 임상 적용과 기술 개발 현장을 경험해 왔다. 국내외 연구진과 의료진과의 협력을 통해 줄기세포 관련 의료기기와 재생의학 기술의 발전 및 표준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줄기세포를 무조건 홍보하기보다 현장에서 마주한 대중의 기대와 실제 의료 현실 사이의 간극을 설명한다. 줄기세포 치료가 정확한 정보와 분명한 기준 위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책 전체에 담겨 있다.

희망에서 선택의 기준까지 이어지는 목차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당신이 알아야 할 사실’에서는 줄기세포를 둘러싼 과대광고와 절박함이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한다. 2부 ‘재생은 요행이 아니라 설계다’에서는 질병과 세포의 관계, 몸이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설명한다.
3부 ‘시장은 왜 왜곡되는가’에서는 줄기세포를 둘러싼 마케팅과 해외 원정 시술, 제대혈, 난치성 질환 시장의 문제를 다룬다. 4부 ‘그래서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에서는 세포의 출처와 배양 여부, 치료를 선택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기준을 제시한다. 마지막 5부 ‘재생의학의 미래’에서는 인공지능과 생체 데이터가 재생의학과 만나 만들어 갈 미래를 살펴본다.
이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줄기세포’라는 이름만으로는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골수·지방·혈액·제대혈 등 어디에서 채취한 세포인지, 자가세포인지 타가세포인지, 배양했는지 최소조작인지, 어떤 방식으로 투여하는지에 따라 안전성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세포 수가 많다고 무조건 효과가 커지는 것도 아니다.
또한 ‘허가받았다’는 말이 곧 ‘효과가 보장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허가는 일정한 안전성과 제조 기준을 충족했다는 뜻일 수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같은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는 보증서는 아니다. 같은 치료를 받아도 환자의 몸 상태와 질환, 세포의 질, 적용 방식과 사후 관리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제대혈을 보관했던 나의 경험
나도 큰아이를 낳았을 때 제대혈을 보관했다. 혹시 아이에게 큰 질병이 생기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고, 부모로서 미래를 준비해 두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다행히 큰아이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 제대혈을 사용할 일은 없었다.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는 보관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제대혈의 보관 조건이나 실제 활용 가능성, 어떤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알지 못했다. 그저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이 책을 읽으며 중요한 것은 보관 여부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보관하는지, 실제 사용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조건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 주사나 항노화 시술, 줄기세포 화장품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유명인이나 해외 부유층이 고가의 시술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줄기세포에 대한 기대를 더욱 키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변화가 있었다는 사례가 나에게도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화장품 역시 줄기세포 자체가 들어 있는지, 배양액이나 추출 성분을 사용한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름과 가격보다 실제 성분과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

재생은 한 번의 기적이 아니라 설계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은 ‘재생은 요행이 아니라 설계’라는 말이다.
우리 몸의 회복은 한 번의 시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몸의 염증 상태와 면역 반응, 생활 습관, 세포가 작동할 수 있는 환경과 치료 이후의 관리가 함께 이어져야 한다. 좋은 세포를 넣었다고 해서 무너진 몸의 환경이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떤 줄기세포 치료가 가장 좋은가”라고 묻기 전에 “지금 내 몸은 어떤 상태인가”, “이 치료가 내 질환과 상태에 맞는가”, “어느 정도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완치와 증상 완화, 기능 개선, 진행 지연은 서로 다른 목표이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건은 간절한 기대와 유명인의 권위, 화려한 성과 발표가 과학적 검증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남겼다. 그러나 그 사건의 실망 때문에 줄기세포와 재생의학의 모든 가능성까지 외면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희망을 버리지 않되 과장에는 속지 않는 태도다. 치료의 이름보다 근거를 확인하고, 허가와 효과를 구분하며, 성공 사례뿐 아니라 한계와 위험도 함께 살펴야 한다.
줄기세포 치료를 고민하는 환자와 가족뿐 아니라 제대혈 보관, 항노화 시술, 줄기세포 주사와 화장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까지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희망을 꺾는 책이 아니라, 막연한 희망을 객관적인 판단으로 바꾸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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