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야 할 강이 물 위에 있지 않다
이병철 지음 / 좋은땅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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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늘한 가을에 만난 뜨거운 시, 마음속의 강을 건너다/이병철 『건너야 할 강이 물 위에 있지 않다』 


어린 날의 놀이에서 오늘의 삶까지 이어지는 시인의 시선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이다. 계절이 바뀌면 옷차림도 달라지지만, 책을 읽는 마음도 조금 달라지는 것 같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고, 평소에는 지나쳤을 문장 앞에서 오래 머물게 된다.

이번에 읽은 책은 이병철 시인의 『건너야 할 강이 물 위에 있지 않다』다.

제목부터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강을 건넌다고 하면 물과 다리, 배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건너야 할 강이 물 위에 있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강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나온 기억 속에 있을 수도 있고, 지금 내 마음속에 있을 수도 있겠다.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넘지 못하는 두려움이나 미루어둔 선택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강을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시집에는 바이크를 타고 마주한 풍경과 여행, 고향과 기억,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사회와 일상을 향한 시선이 담겨 있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시인의 뜨거운 열정이었다. 바깥에는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지만, 세상을 보고 느끼고 문장으로 옮기는 마음은 여전히 뜨겁게 움직이고 있었다.


‘낭만바이크’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누비는 이병철 시인

책의 작가 소개에 따르면 이병철 시인은 ‘낭만바이크’라는 필명을 사용한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세상을 누비며 자신만의 해방감을 즐긴다고 한다.

춘천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책에서는 횡성 춘당초등학교 교장으로 소개되어 있다. 교육의 길을 걸으면서도 대학 시절 시와 소설을 쓰던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 시간 일을 해오면서도 마음속에 글쓰기의 불꽃을 남겨두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동안, 좋아하는 마음을 계속 지켜내는 일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시인은 바이크뿐 아니라 클래식 기타와 테니스도 즐긴다고 한다. 서로 다른 활동 속에서 얻은 경험과 삶의 리듬이 시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작가 소개를 읽고 목차를 다시 보니 바이크와 이동, 수련과 여행에 관한 제목들이 더 가깝게 다가왔다. 몸으로 움직이며 만난 풍경을 안으로 가져와 생각하고, 다시 문장으로 풀어내는 시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네 부분으로 펼쳐지는 풍경과 기억, 성찰과 현실

이 시집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 제1부 철마의 심장을 깨우다

  • 제2부 건너야 할 강은 물 위에 있지 않고 — 기억과 고향

  • 제3부 밤의 뼈마디를 긁어 내며 — 수련과 성찰

  • 제4부 비릿한 현재를 일깨우는 광장 — 사회와 일상

제1부에는 바이크와 여행, 이동 중에 만나는 풍경을 담은 시들이 실려 있다. 「더위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 인제 바이크 라이딩」, 「바이크」 연작, 「하늘이 가까운 마을에서 자전거를 타다」 등의 제목에서 움직임과 현장감이 느껴진다.

제2부에서는 기억과 고향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겨울, 남해 여행 — 선돌 위에서 바라본 마을」, 「요양병원 다녀오는 길」, 「아이들과 사진 찍기 놀이하다」 등 장소와 사람을 통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제3부에는 「수련」 연작과 「빈약한 생의 점검 — 건강검진을 한 후」, 「낭비하는 인생을 위한 변명」, 「가슴이 뜨겁거나 얼굴이 벌게질 때」 등이 담겨 있다. 바깥으로 향하던 시선이 자신에게 돌아와 삶의 태도와 몸, 시간을 살피는 부분이다.

마지막 제4부에서는 사회와 일상의 여러 장면을 만난다. 음식과 집안일처럼 가까운 소재부터 역사와 전쟁, 광장과 현실에 관한 이야기까지 폭이 넓다. 가장 마음에 남았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모두 꼭꼭 숨으세요!」도 이 부분에 실려 있다.

목차를 따라가다 보면 시인의 삶을 움직이게 하는 관심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멀리 떠나는 일과 자신을 돌아보는 일, 일상을 살아가는 일과 사회를 바라보는 일이 한 권 안에서 이어진다.


가장 마음에 남은 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작품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모두 꼭꼭 숨으세요!」다.

제목을 보는 순간 어린 시절의 놀이가 떠올랐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익숙한 말과 함께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며 놀던 옛 추억도 되살아났다.

술래를 피해 몸을 숨기고, 친구의 움직임을 살피고, 들키지 않으려고 숨죽이던 시간. 놀이에 정신이 팔려 다른 것은 잊고 뛰어다니던 어린 날의 마음이 생각났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놀이의 이름이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함께 따라오는 장면들이 있다. 시의 제목 하나가 한동안 떠올리지 않았던 기억을 불러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반가운 기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봄의 변화와 외출길에서 시작한 시선이 평온한 일상 뒤에 스며드는 불안으로 옮겨간다. 이어 전쟁이 벌어지는 먼 나라와 그곳에서 쓰러지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놀이 속에서 숨는 일과 실제 위험을 피해 숨어야 하는 일이 같은 말 안에서 겹쳐지는 순간, 제목의 느낌도 달라진다.

처음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읽었던 문장이 뒤로 갈수록 무겁게 다가왔다. 누군가에게는 즐겁게 외치던 놀이의 말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했다.


추억을 불러온 시가 현재를 돌아보게 할 때

이 시가 특히 기억에 남은 이유는 내 마음의 움직임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반가웠다. 어릴 때 듣고 외쳤던 말이라 친숙했고, 친구들과 놀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내가 누리는 평온한 생활의 바깥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끼고, 책을 읽고, 오늘의 일을 정리하며 하루를 보낸다. 같은 시간에 누군가는 안전한 곳을 찾아 몸을 숨겨야 할 수도 있다.

시를 읽으며 그 서로 다른 하루를 떠올렸다. 먼 곳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현실이 누군가의 아들과 딸, 가족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이 작품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면서도 현재를 외면하지 못하게 했다. 익숙한 놀이의 말을 통해 이렇게 다른 감정과 생각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시가 멋지다고 느끼는 순간은 이런 때다. 이미 알고 있는 말을 다시 보게 하고, 그 말이 놓인 자리와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울림을 만들어낸다.




바이크를 타는 몸과 시를 쓰는 마음

시집의 앞부분에는 바이크와 관련된 작품들이 여러 편 등장한다.

바이크를 타는 일에는 속도와 바람, 길의 감각이 함께할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뿐 아니라 이동하는 동안 몸으로 받아들이는 풍경도 중요할 것 같다.

작가 소개와 시의 제목들을 함께 읽으며 시인이 세상을 만나는 방식을 생각해보았다. 직접 움직이고 부딪치며 얻은 감각을 오래 간직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여행지에서 바라본 풍경은 사람마다 다르게 남는다. 같은 길을 지나도 누군가는 산과 강을 기억하고, 누군가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나 자신의 마음을 떠올릴 것이다.

시인은 그 풍경을 문장으로 남긴다. 지나간 장소가 글 속에서 다시 펼쳐지고, 독자는 자신이 가보지 않은 곳에서도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보면 이동하는 시간도 글쓰기와 이어질 수 있겠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뿐 아니라 밖으로 나가 보고 듣는 시간이 문장의 바탕이 될 것이다.


차가운 가을바람 속에서도 뜨거운 열정

이 시집을 읽으며 시인의 열정이 뜨겁다고 느꼈다.

교육 현장에서 일하면서 바이크를 타고, 기타를 연주하고, 운동을 하고, 글을 쓴다. 여러 활동을 이어간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지만, 그 경험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작품으로 남기는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누구나 하루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하지만 그것을 붙잡아 생각하고 문장으로 옮기는 데에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마음이 움직였던 순간을 기억하고, 어떤 말로 담을지 고민하고, 다시 읽으며 고치는 시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시집 한 권에는 그런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일을 하고 책을 읽으며 서평을 쓰고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글을 미루고 싶을 때도 있지만, 쓰기 시작하면 읽을 때는 몰랐던 생각이 정리되기도 한다.

시인의 활동과 글을 보며 좋아하는 일을 오래 이어가는 마음을 생각했다.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자신에게 질문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태도가 작품에도 힘을 주는 것 같다.

날씨는 서늘해졌지만, 책 안에서는 계속 움직이려는 마음과 세상을 향한 관심이 느껴졌다. 그 열정이 읽는 내게도 전해졌다.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시선

제3부 ‘수련과 성찰’이라는 구성이 눈에 들어왔다.

바이크를 타고 여행하며 바깥세상을 만나던 사람이 다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본다. 건강검진과 일상의 감각, 반복되는 수련이 시의 소재가 된다.

살다 보면 나 자신을 점검할 일이 생긴다. 몸의 상태를 확인할 때도 있고, 지금의 생활을 계속 이어가도 괜찮을지 생각할 때도 있다. 무엇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지 묻게 되는 순간도 있다.

시집의 이런 흐름을 보며 바깥으로 나가는 시간과 안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모두 필요하겠다고 느꼈다.

경험을 많이 하는 것만큼 그 경험이 내게 무엇을 남겼는지 생각하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반대로 생각에만 머물러 있다면 직접 움직이며 새로운 장면을 만나볼 필요도 있겠다.

이 책에서는 그 두 방향이 함께 느껴졌다. 길 위에서 얻은 풍경과 혼자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서로 이어져 있다.


일상의 작은 일도 시가 된다

목차에는 음식이나 생활과 가까운 제목들이 많다.

닭갈비와 붕어빵, 곤드레밥이 등장하고, 설거지와 도시락, 샴푸 같은 익숙한 대상도 시의 제목이 된다. 시를 쓰기 위해 꼭 특별한 장소나 거창한 사건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매일 하는 일에도 관찰할 것이 있고, 그때그때 달라지는 마음이 있다. 같은 일을 반복해도 어느 날은 전혀 다른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요즘 여러 시집을 읽으며 사물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생활의 장면뿐 아니라 내가 움직이고 머무는 시간도 조금 더 살펴보고 싶어졌다.

어디에 갔는지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보다 그 일이 내 마음에 어떻게 남았는지 적어보면 좋겠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읽으며 어린 시절을 떠올렸듯, 지금의 작은 기록도 시간이 지나면 오늘을 불러오는 문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건너야 할 강은 어디에 있을까

책을 읽고 다시 제목을 바라본다.

『건너야 할 강이 물 위에 있지 않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문장이 읽고 난 뒤에는 조금 가까워졌다. 내게는 바깥의 길을 따라 움직이다가 결국 마음속의 문제와 마주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지나간 기억을 받아들이는 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일, 익숙한 생활을 조금 바꾸는 일에도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고 잠시 멈추는 일 역시 쉽지만은 않다.

내가 건너야 할 강이 무엇인지 당장 한 가지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제목은 그 질문을 피하지 않고 생각해보게 한다.

앞으로 무엇을 더 이루고 싶은지와 함께 지금 무엇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시집을 읽으며 생긴 질문을 일상에서도 조금 더 이어가고 싶다.


추억과 열정이 함께 남은 시집

이병철의 『건너야 할 강이 물 위에 있지 않다』는 여행과 기억,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과 사회를 향한 시선이 함께 담긴 시집이다.

가장 마음에 남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모두 꼭꼭 숨으세요!」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던 추억을 되살렸다. 그러면서도 그 익숙한 놀이의 말을 통해 오늘의 불안과 다른 사람의 삶을 생각하게 했다.

시집을 읽는 동안 웃으며 떠올린 기억도 있었고, 잠시 멈추어 생각하게 된 현실도 있었다. 한 사람이 살아가며 품는 여러 관심이 작품 속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여행과 일상의 경험이 시로 이어지는 과정을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시와 사회를 향한 질문이 담긴 작품을 함께 읽고 싶은 사람에게도 잘 맞을 것 같다.

가을바람은 차가워지고 있지만 시인의 열정은 뜨거웠다. 그 뜨거움이 내게도 작은 자극이 되었다.

나 역시 오늘 마음이 움직인 장면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적어보고 싶다. 오래된 추억이 떠올랐다면 그 기억을, 어떤 문장에 멈추었다면 그 이유를 남기고 싶다.

그렇게 읽고 쓰는 시간이 쌓이면 지금 내 앞에 있는 강의 모습도 조금씩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책을 덮고도 제목을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읽어본다. 내가 건너야 할 강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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