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이 되었습니다
김선규 지음 / 부크크(bookk)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시를 읽으며 삶을 돌아보고, 잊고 있던 꿈을 떠올리다/김선규 『꽃이 되었습니다』
삶의 통찰과 지혜, 아버지의 시와 딸의 그림이 만나는 시간
김선규 시인의 시집으로 두 번째 서평을 쓴다.
한 작가의 책을 다시 읽는 일에는 처음과는 다른 반가움이 있다. 이미 한 번 만난 목소리를 떠올리면서도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게 된다.
『꽃이 되었습니다』는 삶의 통찰과 지혜가 담긴 시들로 가득한 시집이었다. 일상의 작은 장면에서 시작해 사람의 마음과 관계, 지나온 세월과 우리가 사는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어떤 시에서는 웃음이 났고, 어떤 시에서는 잠시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쉽게 읽히는 말로 쓰였지만 그 안에 담긴 생각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특히 「틀리다가 다르다 뒤에 숨어」를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 익숙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말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시였다.
그리고 이번 시집에서 또 하나 좋았던 것은 따님 김민지 작가의 그림이었다. 아버지의 시와 딸의 그림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 모습을 보며 예전에 내가 꿈꾸었던 ‘아이들과 함께 책 만들기’도 떠올랐다.
시를 읽으며 삶을 돌아보다가, 한동안 꺼내보지 않았던 나의 꿈까지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김선규 시인과 그림을 그린 김민지 작가
김선규 시인은 《문학고을》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책의 작가 소개에는 문학고을 신인문학상과 최우수 작가상, 무궁화나라꽃축제 대상, 청목문학상 작가대상 등의 수상 이력이 담겨 있다.
문학고을 강원지부 끌림동인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강원문인협회와 원주문인협회 회원으로도 소개되어 있다. 시집으로 『면도칼에 베였다』와 『꽃이 되었습니다』가 있다.
그림을 맡은 김민지 작가는 계원예술대학교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미술교육 서양화 과정을 이수했다. 책에는 여러 전시 참여 이력도 함께 소개되어 있다.
작가 소개를 읽고 시와 그림을 다시 바라보니 한 권의 책 안에 두 사람의 시선이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버지가 문장으로 담아낸 생각과 감정을 딸이 색과 선으로 함께 펼쳐놓았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들이 한 권의 책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다섯 부분으로 펼쳐지는 삶과 사랑
이 시집은 머리말 「여는 글」을 시작으로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꼴에 남자라고
2부 내가 사는 곳
3부 이제 돌아갈 때다
4부 꽃이 되었습니다
5부 내게도 사랑은
1부에는 「좌우명의 자기 고백」, 「말」, 「허무」 등 자신과 사람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들이 실려 있다. 익살스러운 표현과 솔직한 고백을 통해 인간의 허술함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시선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로 넓어진다. 「애국가」, 「지하철 공모 시」 등을 통해 익숙한 풍경 속에서 놓치고 있던 현실과 기억을 생각하게 한다.
3부에는 세월과 삶을 돌아보는 작품들이 이어진다. 「늙어도 마음만은」, 「이제 돌아갈 때다」와 함께 특히 인상 깊었던 「틀리다가 다르다 뒤에 숨어」도 이 부분에 담겨 있다.
4부에서는 꽃과 봄, 사랑과 슬픔,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 함께 놓인다. 제목과 같은 「꽃이 되었습니다」를 비롯해 「안부를 묻는다는 건」, 「광주 옛 도청 앞에서」 등의 작품을 만난다.
마지막 5부에는 사랑과 그리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룬 시들이 이어진다. 뒤에는 소개 글 「거목 아래에서 한 걸음 쉬어가며」가 실려 있다.
목차를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이 살아오며 마주했을 여러 마음을 만나게 된다. 자신을 바라보던 시선이 사회로 향하고, 다시 세월과 사랑을 돌아보는 흐름이 느껴진다.

“아…” 하는 탄성이 나왔던 「틀리다가 다르다 뒤에 숨어」
이번 시집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작품은 「틀리다가 다르다 뒤에 숨어」였다.
우리는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배운다. 나와 다른 의견을 무조건 틀렸다고 판단하지 않는 태도는 중요하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시는 그 익숙한 생각 앞에서 한 번 더 멈추게 한다.
서로의 취향과 관점이 다른 것과, 잘못된 행위의 책임을 흐리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인은 전쟁과 식민 지배, 역사 속 인물들의 선택을 불러오며 ‘다름’이라는 말이 어디까지 쓰일 수 있는지 묻는다.
이 대목에서 “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
좋은 뜻으로 익숙하게 사용하던 말도 상황에 따라 잘못을 가리는 표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름을 존중한다는 태도가 모든 판단을 멈추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타인의 생각을 열린 마음으로 듣는 일과 분명한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하는 일은 함께 필요하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시가 오래 남은 이유는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말을 다시 살펴보게 했기 때문이다. 익숙한 문장을 반복하는 동안 그 말의 뜻과 쓰임을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짧은 시 한 편이 이렇게 생각의 방향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내게는 이 작품이 이번 시집의 통찰을 가장 선명하게 느끼게 한 순간이었다.

웃음 속에 담긴 지혜, 「좌우명의 자기 고백」
「좌우명의 자기 고백」은 무게 있는 제목으로 시작하지만 친숙한 일상 장면을 보여준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용기 있게 결정하겠다는 원칙을 가진 사람이 정작 음식점에서는 메뉴를 고르지 못한다. 결국 주변 사람의 주문을 따라가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비슷하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고, 그렇게 살겠다고 말하면서도 사소한 순간에 흔들린다. 원칙은 분명한데 행동은 그 원칙을 따라가지 못할 때가 있다.
나 역시 일을 하면서 신중함과 결단력 사이에서 고민한다. 더 확인해야 할 때가 있고, 어느 정도 준비되었다면 실행해야 할 때도 있다. 그 시점을 구분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 시는 그런 허술함을 숨기지 않는다. 자신을 근사하게 설명하려던 말이 일상의 작은 선택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이 솔직하다.
그래서 웃으면서도 나를 돌아보게 된다. 좋은 말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보다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지혜는 대단한 결론으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런 작은 장면을 알아보고 자기 모습을 인정하는 데서도 배울 수 있다.
익숙한 장소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바라보다
「지하철 공모 시」도 쉽게 지나갈 수 없는 작품이었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시는 바쁜 이동 중에 잠깐 쉬어가는 글이 될 수 있다. 짧은 문장을 읽으며 위로받거나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 시는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떠올린다. 구의역에서 목숨을 잃은 김 군과 그의 가방에 남아 있던 컵라면이 등장하면서 지하철이라는 장소가 다르게 다가온다.
누군가는 잠시 시를 읽으며 지나가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곳에서 시간에 쫓기며 일한다. 같은 공간 안에서도 사람마다 하루의 모습은 다르다.
시인은 그 현실 앞에서 자신이 준비한 서정시를 내놓지 못하는 마음을 보여준다. 그 머뭇거림이 오래 남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표현할지 고르는 일이면서, 무엇을 외면하지 않을지 생각하는 일이기도 하겠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눈과 함께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살피는 눈도 필요할 것이다.
서평을 쓰며 책 속 문장을 내 삶과 연결하려고 하는 나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 작품이었다.
술병 하나에서 발견한 변화, 「꽃이 되었습니다」
표제작 「꽃이 되었습니다」는 가까운 사물에서 시작한다.
마신 술을 담았던 병을 씻고 꽃을 꽂자 그 병은 다른 쓰임을 갖게 된다. 한숨과 함께 놓여 있던 사물이 꽃을 담는 자리가 되는 변화가 담겨 있다.
크게 특별할 것 없는 행동이다. 하지만 그 작은 변화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을 찾아낸다는 점이 좋았다.
사물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도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다르게 다가온다. 같은 하루도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마음을 담는지에 따라 다른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며 삶을 바꾸는 일을 너무 거창하게만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느꼈다. 가까운 곳을 정리하고, 작은 꽃 하나를 놓고,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것을 살피는 일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시집의 제목을 다시 보니 처음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과 꽃을 담게 된 사물의 변화가 함께 떠올랐다.

시와 그림이 함께 머무는 책
이번 시집에서 특별하게 느껴진 또 하나는 시와 그림의 어울림이었다.
아버지의 시와 따님이 그린 그림이 너무 잘 어울렸다. 문장을 읽고 그림을 바라보면 시에서 느꼈던 감정이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글을 읽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같은 시에서도 어떤 사람은 풍경을 보고, 어떤 사람은 색을 떠올리며,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기억을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시와 그림이 함께 놓인 책은 두 가지 표현을 나란히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시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그림 앞에서 잠시 쉬고, 다시 문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무엇보다 가족이 각자의 방식으로 한 권의 책을 함께 만들었다는 점이 마음에 남았다. 아버지가 쓴 시와 딸이 그린 그림이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책이 되었다는 사실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책을 만든 두 사람에게는 작품과 함께 그 과정의 시간도 남아 있을 것이다. 어떤 그림을 고르고 어떻게 배치할지 이야기했을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예전에 꿈꾸었던 ‘아이들과 책 만들기’
그 시와 그림을 바라보다가 예전에 내가 꿈꾸었던 일이 떠올랐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었다.
각자의 생각과 표현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남기는 일.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펼쳐보면 그때 어떤 마음으로 함께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김선규 시인의 글과 따님의 그림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니 그 꿈이 다시 생각났다. 한동안 꺼내보지 않았던 마음이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같은 가족이라도 바라보는 세상과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다. 그래서 함께 만든 책에는 혼자서는 담기 어려운 이야기가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글로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을까. 아이들은 그 기억을 어떻게 바라볼까. 같은 시간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고, 내가 몰랐던 생각을 들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차이를 발견하고 이야기하는 과정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완성도 높은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쉽게 시작하지 못할 것 같다. 짧은 글 한 편과 사진, 그림처럼 각자가 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부터 모아보아도 좋겠다.
지금 당장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래도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떠올렸다는 사실만으로 반가웠다.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작품을 만나다가 내 안에 남아 있던 바람까지 발견하게 된 것이다.
삶의 통찰은 가까운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번 시집을 읽으며 느낀 것은 삶의 통찰이 꼭 어려운 말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메뉴를 고르지 못하는 모습, 지나가며 주고받는 말, 오래된 기억을 불러오는 물건, 꽃을 꽂아둔 병처럼 가까운 것들에서 생각이 시작된다.
그런 장면을 알아보는 눈이 시를 만들고, 독자는 자신의 경험을 겹쳐 읽는다. 같은 시도 살아온 시간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나 역시 지금의 나이와 경험이 있기에 더 마음에 닿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말과 행동의 간격을 돌아보는 마음, 사람을 판단할 때의 기준,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는 방식 같은 것들이 가까이 느껴졌다.
시인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도 있고, 한 번 더 읽으며 내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 그 과정이 이 시집을 읽는 즐거움이었다.
한 편을 읽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지만, 읽고 난 뒤 생각하는 시간은 길어질 수 있다. 시가 가진 힘을 다시 느꼈다.
두 번째 만남이 남겨준 것
김선규 시집으로 두 번째 서평을 쓰면서 이번에는 삶을 바라보는 통찰과 지혜가 특히 마음에 남았다.
「틀리다가 다르다 뒤에 숨어」에서는 익숙한 말의 쓰임을 돌아보았고, 「좌우명의 자기 고백」에서는 나의 허술함을 웃으며 인정하게 되었다. 「지하철 공모 시」에서는 내가 지나치는 공간 안에 다른 사람의 삶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그리고 시와 그림의 어울림은 예전에 품었던 꿈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시집 한 권이 생각을 깊게 하면서도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일상의 언어로 삶을 돌아보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따뜻한 감상과 함께 사회를 바라보는 질문이 담긴 시를 읽고 싶은 사람,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잘 맞을 것 같다.
책을 덮고 나니 나도 가까운 장면을 조금 더 잘 기록하고 싶어졌다. 마음에 남은 말과 오늘 느낀 생각, 시간이 지나도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적어두고 싶다.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만들게 된다면 그런 기록들이 첫 페이지의 재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지만 다시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꽃이 되었습니다』는 내게 삶을 돌아보게 한 시집이면서, 오래 품고 있던 작은 꿈을 다시 꺼내게 한 책으로 남을 것 같다.
#꽃이되었습니다 #김선규 #김선규시집 #김민지 #부크크 #시집추천 #한국시집 #현대시 #삶의통찰 #삶의지혜 #틀리다가다르다뒤에숨어 #시와그림 #아이들과책만들기 #서평 #도서리뷰 #독서기록 #나의책장 #그래언니독서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