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러시아 ㅣ 머니 뭐니 세계사 3
강일우 저자 / 펜타클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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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화로 쉽고 재미있게 만나는 러시아 역사/강일우 『주식회사 러시아』 서평


도대체 러시아는 왜 저러는 걸까?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다. 문학과 음악에서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남겼지만, 정치와 전쟁에서는 차갑고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유럽에 속한 나라인지 아시아에 속한 나라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도 어렵다.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와 국제 정세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강일우 작가의 『주식회사 러시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듯하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러시아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무엇보다 딱딱한 설명문이 아니라 역사 속 인물과 나라들이 서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러시아라는 거대한 기업이 어떻게 성장하고 위기를 겪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졌는지를 한 편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는 것 같다.


30년 출판 경험을 지닌 강일우 작가

강일우 작가는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창비 출판사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를 기획했고, 창비교육도 설립했다. 현재는 AI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통찰력을 길러주는 책을 기획하고 집필하고 있다.

공저로 정치·경제·환경을 다룬 『고전톡』 1~3권이 있으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집 『난 뭐든지 할 수 있어!』를 번역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출판 현장에서 청소년을 위한 책을 만들고 기획해 온 작가답게, 이 책 역시 어려운 역사를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줄이기보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국제관계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구성했다.

쉽게 쓰였지만 내용까지 가볍지는 않은 책이다.




나라와 역사 속 인물들이 직접 나누는 대화

『주식회사 러시아』의 가장 큰 특징은 대화체로 쓰였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주변 국가들, 역사 속 인물들이 등장해 서로 대화를 나누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한다. 한 나라가 어떤 선택을 했고, 다른 나라가 왜 반발했는지를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보통 세계사 책에는 수많은 인물과 국가, 연도와 사건이 한꺼번에 등장한다. 역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누가 누구와 싸웠는지, 한 사건이 다음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놓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각 나라를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보여주고, 사건이 벌어진 순서에 따라 이야기를 이어간다. 복잡한 국제관계도 인물들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비교적 쉽게 이해된다.

연도를 외우는 데 집중하기보다 각 나라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살펴보게 한다는 점도 좋았다.

본문 곳곳에 등장하는 그림도 이해를 돕는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 전쟁 장면을 세밀하게 보여주어 글로만 읽을 때보다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소설을 읽듯 이야기를 따라가고, 그림 속에서 인물과 사건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는 역사책이다.


목차를 따라 읽는 러시아의 성장과 몰락

책은 「도대체 러시아는 왜 저러는 걸까?」라는 머리말과 「세상의 끝, 거대한 주유소」라는 프롤로그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열 개의 장은 러시아가 탄생하고 제국으로 성장해 소련을 거쳐 오늘날의 러시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시간순으로 보여준다.

1장 「늪지대에서 제국이 되다」에서는 키예프 루스와 몽골의 지배, 모스크바의 부상을 다룬다. 러시아라는 나라가 어떤 환경에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힘을 키웠는지를 설명한다.

2장 「수염을 자른 황제」에서는 표트르대제의 서유럽식 개혁과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을 만날 수 있다. 수염을 자르게 할 정도로 강하게 개혁을 추진했던 황제의 이야기를 통해 러시아가 유럽의 강국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3장 「드레스 입은 여제, 제국을 키우다」에서는 러시아의 영토 확장과 크림반도, 폴란드의 역사를 살펴본다.

4장 「눈밭에 묻힌 나폴레옹」에서는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과 불타는 모스크바를 다룬다. 혹독한 추위와 러시아의 전략이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5장 「곰과 사자의 땅따먹기」에서는 러시아와 영국이 벌인 그레이트 게임과 크림전쟁을 이야기한다. 영토와 영향력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경쟁이 지금의 국제관계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6장 「족쇄는 풀렸지만, 빚더미에 앉다」에서는 농노해방령의 한계와 황제 암살 사건을 다룬다. 제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곧바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7장 「작은 섬나라에게 물리다」에서는 러일전쟁과 마지막 황제의 몰락을 이야기한다.

8장 「붉은색 간판으로 바꿔 달다」에서는 러시아 혁명 이후 소련이 탄생하고 스탈린 체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한다.

9장 「붉은 깃발, 베를린에 꽂히다」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와 냉전의 시작을 다룬다.

10장 「붉은 제국의 부도, 그리고 돌아온 차르」에서는 소련의 해체와 푸틴의 에너지 제국까지 이어진다.

마지막은 「영원한 겨울은 없다」라는 에필로그로 마무리된다.

목차만 따라가도 러시아가 작은 공국에서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하고, 혁명을 통해 소련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오늘날의 러시아가 되기까지의 큰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이 책은 청소년을 주요 독자로 삼아 쓴 역사책이다.

하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다고 해서 내용이 부실하거나 지나치게 단순하지는 않다. 러시아 내부의 역사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독일, 폴란드,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도 함께 다룬다.

몽골의 지배부터 표트르대제의 개혁, 나폴레옹의 원정, 크림전쟁, 러일전쟁, 러시아 혁명,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소련 해체와 푸틴 시대까지 중요한 사건들이 빠짐없이 연결되어 있다.

어려운 용어를 늘어놓는 대신 사건이 왜 일어났고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설명한다.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러시아 역사의 큰 줄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작가의 배려가 돋보였다.



깊이 있는 역사책으로 가는 첫걸음

개인적으로 나는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형식의 책보다는 한 시대와 사건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다룬 역사책을 선호한다.

한 사건이 벌어진 정치적·사회적 배경과 여러 학자의 해석을 자세히 살펴보는 책을 읽는 즐거움도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러시아 역사에 익숙한 독자라면 대화체로 빠르게 전개되는 구성이 조금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어렵고 두꺼운 역사책을 읽으면 수많은 인물과 사건에 막혀 흥미를 잃기 쉽다. 전체적인 흐름을 모른 채 세부적인 내용부터 공부하면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단편적인 지식으로 남기도 한다.

먼저 『주식회사 러시아』와 같은 책을 통해 러시아 역사의 큰 흐름을 익힌 뒤, 관심이 생긴 인물이나 사건을 깊이 다룬 책으로 넘어간다면 훨씬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깊이 있는 역사책을 대신하기보다 그 책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는 입문서에 가깝다.


지루한 역사책이 어려웠던 독자에게

세계사에 관심은 있지만 딱딱하고 지루한 역사책이 부담스러웠던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글이 빽빽한 책보다 만화나 그림이 많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 역사적 사건의 순서를 자주 헷갈리는 청소년, 러시아가 왜 오늘날과 같은 나라가 되었는지 알고 싶은 성인이 읽어도 좋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은 뒤 표트르대제의 개혁이나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러시아 혁명과 소련의 해체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아도 좋을 것 같다.

어른도 세계사를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학창 시절 시험을 위해 외웠던 역사를 이제는 사건의 흐름과 나라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책이다.

러시아는 어느 날 갑자기 강대국이 된 것이 아니다. 몽골의 지배와 유럽 국가들과의 경쟁, 혁명과 전쟁, 소련의 탄생과 해체를 거치며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주식회사 러시아』는 그 길고 복잡한 역사를 대화와 그림으로 쉽고 흥미롭게 보여준다.

역사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러시아의 흐름을 다시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고, 처음 역사를 만나는 독자에게는 더 깊은 세계사로 들어가는 친절한 출발점이 되어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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