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날로그 인간학
최병석 지음 / 좋은세상바라기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AI에게 일은 맡겨도 인생은 맡기지 마라/DOS에서 인공지능까지 경험한 내가 읽은 『아날로그 인간학』/최병석 지음
요즘은 AI가 없으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검색과 번역, 문서 작성과 자료 정리뿐만 아니라 그림과 영상 제작, 상담과 교육, 의료와 행정업무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분야에서 AI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던 일을 이제는 AI가 몇 초 만에 처리해준다. 우리는 질문을 입력하고 잠시 기다리기만 하면 정리된 답을 받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최병석 작가의 『아날로그 인간학』은 이렇게 편리해진 시대에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우리는 AI를 활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AI에 우리의 생각과 삶을 맡기고 있는가.
흑백 모니터에서 AI 시대까지
나는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절부터 컴퓨터를 사용해온 세대다.
처음 컴퓨터를 배웠을 때는 DOS라는 운영체제를 사용했다. 지금처럼 화면에서 아이콘을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검은 화면에 명령어를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모니터도 컬러가 아닌 흑백이었고, 원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명령어를 직접 기억하고 정확하게 입력해야 했다. 한 글자만 잘못 입력해도 프로그램이 실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286, 386, 486 컴퓨터가 차례로 등장했다. 새로운 컴퓨터가 나올 때마다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기능도 다양해졌다. 윈도우가 보급되면서 컴퓨터는 훨씬 편리해졌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거쳐 이제는 사람의 질문을 이해하고 글과 그림, 영상까지 만들어주는 AI 시대가 되었다.
불과 40여 년 만에 우리는 화면에 명령어를 하나씩 입력하던 시대에서, 말로 부탁하면 복잡한 업무까지 대신 처리해주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아날로그 인간학』을 읽으며 처음 컴퓨터를 배우던 시절과 지금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비교해보게 되었다.
기술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발전했지만,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였다.
나는 생각하며 AI를 사용하고 있는가
나 역시 행정사로 일하면서 AI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복잡한 자료를 요약하고, 서류 내용을 정리하고, 문장의 초안을 작성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분류할 때 AI를 활용한다. 과거에는 몇 시간 동안 자료를 읽고 정리해야 했던 일을 지금은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업무의 효율이 높아졌고 시간도 많이 절약됐다. AI는 일을 하는 데 분명 유용하고 편리한 도구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나는 과연 생각하면서 AI를 사용하고 있을까.
AI가 작성해준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있는지, 그 답이 맞는지 다시 확인하고 있는지, 나의 경험과 판단을 더해 최종 결론을 내리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행정업무는 사람의 권리와 의무, 사업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AI가 자료를 정리하고 초안을 작성하는 일은 도와줄 수 있지만, 법령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책임까지 대신 질 수는 없다.
AI가 실무를 도울 수는 있어도 의뢰인의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어떤 방향이 그 사람에게 가장 적절한지를 결정하는 일은 결국 행정사인 내가 해야 한다.
AI에게 일을 맡기는 것과 판단까지 맡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며 잃어버린 감각
책을 읽으며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기 전과 후의 운전 습관도 떠올랐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는 새로운 곳에 가기 전에 지도를 확인하고 큰 건물이나 교차로를 기억했다. 어느 길에서 방향을 바꿔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운전하는 동안 주변의 도로와 건물을 유심히 살폈다.
한번 다녀온 길은 다음에 갈 때 어느 정도 기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차에 타면 목적지부터 입력한다. 익숙한 곳을 갈 때도 습관적으로 내비게이션을 켠다. 안내하는 길을 따라 무의식적으로 운전하다 보니 여러 번 다녀온 곳인데도 길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내비게이션 덕분에 길을 잃을 가능성은 줄었지만, 스스로 길을 찾고 기억하는 능력은 약해진 것이다.
AI도 이와 비슷할 수 있다.
AI가 빠르게 답을 찾아준다고 해서 내가 그 내용을 이해한 것은 아니다. 정리된 문장을 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곧 나의 생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며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계속 생략한다면, 생각하는 힘도 길을 기억하는 감각처럼 조금씩 약해질 수 있다.
편리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편리함 속에서 나의 감각과 판단을 완전히 내려놓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기술을 거부하는 사람이 아닌 주도권을 지키는 사람
『아날로그 인간학』이 말하는 아날로그 인간은 새로운 기술을 거부하거나 과거의 방식만을 고집하는 사람이 아니다.
AI를 사용하되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AI가 제시한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다시 질문하고, 자신의 경험과 가치에 비추어 판단하며, 그 선택의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책의 핵심은 AI와 인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다.
AI가 잘하는 일은 AI에게 맡기되 인간이 지켜야 할 영역은 분명하게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복적인 업무와 자료 정리, 초안 작성과 정보 분류는 AI가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 중요한지 정하는 일,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 서로 다른 가치 사이에서 선택하는 일, 관계를 맺고 결과에 책임지는 일은 인간의 몫이다.
AI는 많은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지만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결정해주지 못한다. 설령 AI의 제안을 따랐더라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사람에게 남는다.
그래서 “AI에게 일은 맡겨도 인생은 맡기지 마라”라는 문장이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

아날로그 인간학습법 HLF
책의 후반부에서는 ‘아날로그 인간학습법 HLF(Human Learning Framework)’를 통해 AI 시대에도 지켜야 할 인간의 능력을 이야기한다.
그 핵심은 질문하고, 생각하고, 기준을 세우고, 결과를 감당하며, 사람과 연결되는 힘이다.
‘깨우는 사람 Question’은 이미 주어진 답을 받아들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더 깊이 질문하는 사람이다. 좋은 질문은 단순히 답을 얻는 문장이 아니라 익숙했던 문제를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한다.
‘품는 사람 Thinking’은 빠르게 결론을 내리기보다 질문을 오래 품고 충분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AI 시대의 사고력은 즉시 답하는 능력보다 성급한 결론을 견디며 자기 생각을 만들어가는 힘에 가깝다.
‘세우는 사람 Decision’은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사람이다. 결정은 단순히 하나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갈 것인지 방향을 정하는 일이다.
‘감당하는 사람 Responsibility’은 자신의 선택과 그 결과 앞에 서는 사람이다. AI가 실행을 도왔더라도 최종 판단과 책임까지 AI에게 넘길 수는 없다.
‘잇는 사람 Empathy’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무조건 동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상황과 삶의 맥락을 이해하려는 사람이다. 빠르게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관계를 깊게 만드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질문, 생각, 판단, 책임, 공감은 모두 인간만이 지켜야 할 자리와 연결되어 있다.
빠른 답보다 좋은 질문이 필요한 시대
AI는 질문을 입력하면 매우 빠르게 답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는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 질문이 잘못되면 아무리 정확하고 빠른 답이라도 필요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
우리는 흔히 답을 찾지 못해서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질문하지 못해서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행정사로서 의뢰인의 일을 처리할 때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어떤 서류가 필요한가”만 묻는 것과 “이 사람이 정말 이루려는 목적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AI가 서류 목록과 절차는 빠르게 알려줄 수 있다. 하지만 의뢰인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무엇을 걱정하며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 이해하려면 사람의 대화와 공감이 필요하다.
좋은 질문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고 사람을 깊이 이해하게 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리함과 인간다움 사이에서
우리는 이미 AI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AI는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사용될 것이고,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사람의 일을 도울 것이다. 따라서 AI를 무조건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태도만으로는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이다.
AI가 만들어준 답을 나의 생각으로 착각하지 않는 것, 중요한 결정 앞에서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것, 사람의 감정과 사정을 숫자와 자료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의 질문과 가치, 관계와 책임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AI가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더 빠르게 답하는 시대에는 무엇을 아느냐보다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인간을 구별하는 힘이 될 것이다.
AI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아날로그 인간학』은 AI를 사용하는 특정 직업군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회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 글과 그림을 만드는 사람, 행정과 상담업무를 하는 사람은 물론 일상에서 검색과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만하다.
이 책을 읽는다고 AI 사용을 줄이거나 편리한 기술을 모두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AI가 대신해준 일이 많아질수록 내가 직접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더욱 분명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나는 앞으로도 행정업무를 하면서 AI를 계속 활용할 것이다. 자료를 정리하고 초안을 만들며 반복적인 일을 줄이는 데 AI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AI가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확인하며, 나의 경험과 전문성을 더해 판단하려고 한다. 의뢰인의 말을 직접 듣고 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며 최종 결정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AI라는 또 다른 거대한 변화 앞에 서 있다.
도구는 달라졌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같다.
AI에게 일은 맡길 수 있어도 질문과 판단, 관계와 책임, 그리고 나의 인생까지 맡겨서는 안 된다.
『아날로그 인간학』은 편리함에 익숙해져 생각하는 과정까지 생략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AI와 경쟁하는 방법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AI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하게 했다.
AI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한 번쯤 자신의 사용 습관과 삶의 주도권을 점검하며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아날로그인간학 #최병석 #AI에게일은맡겨도인생은맡기지마라 #인공지능 #AI시대 #아날로그인간 #인간다움 #생각하는힘 #질문의힘 #판단과책임 #공감 #HLF #HumanLearningFramework #AI활용 #디지털인문학 #인문학책 #책추천 #서평 #독서기록 #도서리뷰 #나의책장 #그래언니독서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