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계절
진분홍 지음 / 좋은땅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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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사람에게/『무채색 계절』/전필홍 지음 | 좋은땅

책 표지에서부터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위를 잿빛 물감이 덮고 있고, 그 물감은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다. 밝은 하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무채색 물감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삶도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는 이 표지와 비슷하지 않을까. 분명 어딘가에 파란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존재하지만, 지금 눈앞을 가득 채운 어둠 때문에 그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책 뒷면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색이 없는 계절에도 사람은 살아간다.”

이 한 문장이 책 전체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사람들은 소리 없이 무너지기도 하고 아무도 모르게 힘든 시간을 버티기도 한다. 그래도 언젠가 찾아올 다음 계절을 기다리며 오늘을 살아간다.

『무채색 계절』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곁에 조용히 놓아두고 싶은 책이다.




겨울, 봄, 여름, 가을에 담긴 짧은 이야기들

이 책은겨울, 봄, 여름, 가을로 나뉘어 있고 각 장은 짧은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삶과 그 안에서 겪게 되는 상실, 외로움, 불안, 가난, 관계의 아픔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아침마다 출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삶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지만 저마다 마음속에는 쉽게 꺼내놓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의 인물들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고 때로는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각 이야기가 길지 않아 한 편씩 천천히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책 전체에는 우울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많이 담겨 있다. 마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음껏 울고 싶은 날 읽는 책

삶이 힘들어 책을 읽으며 마음껏 울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때로는 누군가의 밝은 위로보다 나와 비슷한 아픔을 겪은 사람의 이야기가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나의 아픔을 억지로 덮으려 하지 않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은 성급하게 힘을 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힘든 사람의 곁에 조용히 앉아 그가 흘리는 눈물을 바라봐주는 듯하다.

책을 읽으며 울 수 있다면 그것도 마음이 회복되는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고 나면 가슴속에 단단하게 뭉쳐 있던 감정이 조금은 풀어지기도 한다.


삶이라는 긴 터널

나는 운전을 하면서 터널을 자주 지나간다.

터널 안은 어둡고, 바깥 풍경도 보이지 않는다. 때로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터널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터널을 지나면서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길을 계속 달리다 보면 반드시 출구가 나오고, 그 끝에는 밝은 하늘과 햇빛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인생을 살면서 긴 터널 속에 갇혀 있던 것처럼 느껴진 시절이 있었다.

터널 안에 있을 때는 그 시간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다. 아무리 걸어도 출구가 보이지 않았고, 언제쯤 다시 밝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많이 힘들었다.

“내 삶은 왜 이렇게 힘들까.”

“이 시간이 정말 끝나기는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조금 더 살아보니 알게 되었다.

아무리 긴 터널에도 끝은 있었다.

그때는 보이지 않았을 뿐, 나는 조금씩 출구를 향해 가고 있었다. 특별히 잘해서도 아니고 강한 사람이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오늘을 견디고, 다시 찾아온 하루를 살아냈기 때문에 결국 터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혹독한 겨울 뒤에는 반드시 봄이 온다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봄은 온다.

얼어붙었던 땅이 녹고 그 아래에서 작은 새싹이 자라난다. 추운 겨울 동안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는 이미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다시 살아갈 힘이 조금씩 자라고 있을지 모른다.

『무채색 계절』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힘든 시간을 버틴다. 넘어지고 흔들리면서도 다음 계절의 문을 두드린다.

책의 분위기는 어둡고 우울하지만 그 안에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희망이 있다. 무채색으로 가득한 삶 속에서도 사람은 살아가고, 다시 찾아올 계절을 기다린다는 희망이다.


비가 온 뒤 무지개는 더 선명해진다

비가 내리는 동안에는 하늘이 온통 흐리고 어둡다.

그러나 비가 그친 뒤에는 무지개가 떠오르기도 한다. 비를 통과한 뒤 만나는 무지개는 그래서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삶의 힘든 시간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지나고 있을 때는 그 시간의 의미를 알 수 없지만, 훗날 뒤돌아보면 그 시간을 견딘 내가 얼마나 단단해졌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지금 버티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한 번쯤 마음껏 울어도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당장 괜찮아지지 않아도 된다. 빨리 밝아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지금의 계절이 무채색이라면 그 계절을 하루씩 견디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음 계절은 반드시 온다.

터널은 언젠가 끝나고, 어둠 뒤에는 빛이 기다리고 있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얼어붙었던 땅에서 다시 새싹이 돋아난다.

그리고 무채색의 시간이 지나면 우리 삶에도 다시 색이 번지는 날이 올 것이다.

오늘은 보이지 않더라도 희망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비가 온 뒤 무지개가 더 선명하게 보이듯, 힘든 시간을 지나온 사람의 삶에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무지갯빛이 펼쳐질 것이다.

『무채색 계절』은 삶이 힘겨운 사람에게 섣불리 힘을 내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그저 조용히 곁에 머물며 함께 울어주고, 다음 계절이 올 때까지 조금만 더 살아보자고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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