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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뇌를 깨우다 - 발달과 치유를 잇는 음악치료의 세계
김양휘 지음 / 프로방스 / 2026년 8월
평점 :

음악은 마음을 열고 뇌를 깨운다/『음악, 뇌를 깨우다』 서평

음악으로 마음을 달래던 시절
나는 발라드를 좋아한다.
예전 직장에 다닐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이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드라이브를 하곤 했다. 창밖에 비까지 내리는 날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한참을 달리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이 조금씩 정리되고, 무겁게 눌려 있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음악을 듣고 드라이브를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한때는 피아노를 무척 배우고 싶어 점심시간을 쪼개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체르니까지 배우며 피아노를 쳤다.
조용한 카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도 좋아했다. 나에게 음악은 그 정도의 감성이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지나간 추억을 불러오며, 때로는 지친 하루를 위로해주는 존재였다.
그런데 한양희 작가의 『음악, 뇌를 깨우다』를 읽으며 음악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음악은 단순히 기분을 좋게 해주는 배경음이 아니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과 연결되고, 감정을 움직이며, 발달장애인의 성장과 소통을 돕는 치료적 도구가 될 수 있었다.
음악과 뇌의 관계를 이해하게 해준 책
『음악, 뇌를 깨우다』는 인간의 뇌가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음악이 감정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음악치료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책은 인간의 자아 형성과 발달에서 시작해 뇌 발달과 신경가소성의 원리, 발달장애인이 경험하는 현실적인 어려움, 음악의 특징과 효과, 음악치료의 실제 적용으로 이야기를 넓혀간다.
음악치료라고 하면 좋은 음악을 들려주거나 악기를 연주하게 하는 정도로 막연히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면 음악치료는 단순한 음악 감상이나 연주 활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치료사는 대상자의 행동과 감정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음악을 통해 정서적인 공감을 형성한다. 또한 아이가 자신의 선택과 방식으로 음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존중하고, 창의적인 접근을 통해 소통의 가능성을 찾아간다.
같은 리듬을 느끼고 서로의 반응을 주고받는 순간도 중요하다. 말로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음악은 감정과 욕구를 드러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 대한 관심으로 더 깊이 읽게 된 책
나는 평소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 심리상담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사람의 마음은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다른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지, 상처받은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회복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 설명하는 음악과 심리, 뇌와 감정의 관계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발달장애 아동과의 상담에서는 언어만으로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정확한 문장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이에게 계속 말로 설명하라고 요구한다면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음악은 말보다 먼저 마음에 닿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악기를 두드리는 힘과 속도, 음악을 들을 때 나타나는 표정과 몸짓, 치료사와 리듬을 주고받는 반응 속에도 그 사람의 감정과 의사가 담길 수 있다. 음악치료사는 그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관찰하며 소통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책을 읽으며 발달장애인의 상담과 음악치료사라는 직업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심리상담과 음악이 만나는 지점에 이렇게 깊고 전문적인 영역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졌다.

치료보다 먼저 사람을 바라보는 일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음악치료의 기술만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료사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를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다. 아이와 보호자의 성향, 심리 상태와 욕구를 이해하고, 그 사람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를 부족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일 것이다.
무엇을 못하는지보다 무엇에 반응하는지를 살펴보고, 작은 눈빛과 몸짓에도 의미가 있음을 믿어주는 것. 빠른 변화만을 재촉하지 않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 기다려주는 것. 음악치료의 출발점에는 결국 사람을 향한 관찰과 공감이 있었다.
이러한 내용은 발달장애 아동을 만나는 전문가에게만 필요한 태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듣기 전에 판단하고, 내가 생각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가 많다.
음악치료사의 역할을 읽으며 좋은 상담과 관계의 시작은 먼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 사례가 있어 더 생생했던 음악치료 이야기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음악치료 현장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접촉 자체를 거부했던 아이, 음악적 상징을 통해 더 자유로운 세계를 꿈꾼 소녀, 만화 주제를 통해 세상과 접촉했던 아이, 청소년기의 분화가 필요했던 소녀, 인정과 위로가 필요했던 아이 등 서로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말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음악에 반응하고, 조금씩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론만 읽었다면 음악치료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막연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례가 함께 소개되어 있어 앞에서 읽었던 뇌 발달과 신경가소성, 감정 조절과 음악의 효과를 실제 상황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작은 반응 하나를 발견하고 그 반응을 치료의 시작으로 이어가는 과정에서는 음악치료사의 전문성과 인내도 느낄 수 있었다.
치료실에서 이루어지는 변화가 언제나 크고 극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눈맞춤이 늘어나고,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표현하고, 누군가와 같은 리듬을 나누는 작은 순간들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남았다.

책 속 그림이 전해준 또 하나의 이야기
각 장에 실린 발달장애인들의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서툴지만 솔직한 선과 강렬한 색, 악기와 음표,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그림에서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생각이 느껴졌다.
본문을 읽지 않고 그림만 바라보아도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림은 단순한 삽화가 아니었다. 발달장애인이 바라보는 세상과 마음을 직접 보여주는 또 하나의 표현 방식이었다. 음악이 말이 닿지 않는 마음을 연결하듯, 그림 또한 자신의 내면을 세상에 전하는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부모가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
이 책은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나 음악치료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자녀에게 발달장애가 없더라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아이의 발달 속도와 표현 방식은 모두 다르다. 어른의 기준으로 아이를 재촉하기보다 아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지 살펴보는 태도는 모든 양육에 필요하다.
또한 우리 사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다.
발달장애를 특정한 가정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 할 삶의 한 모습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성장하거나 같은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시작일 것이다.
음악을 다시 바라보게 되다
『음악, 뇌를 깨우다』를 읽고 나니 내가 좋아했던 음악의 순간들도 새롭게 떠올랐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차 안에서 크게 틀어놓았던 발라드, 비 오는 날의 드라이브, 점심시간을 쪼개 배우던 피아노, 조용한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었던 시간.
그때 음악은 이미 내 감정을 움직이고 마음을 위로하며 일상을 회복하도록 도와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고, 오래전 기억이 떠오르며,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조금씩 정리되는 경험은 알고 있다.
이 책은 그 경험이 단순한 기분의 변화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음악은 인간의 뇌와 감정에 영향을 주고, 말로 표현되지 않는 마음을 세상과 연결하며, 사람의 성장과 회복을 도울 수 있다.
익숙하게 듣던 음악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준 책이었다.
음악과 심리, 뇌의 작용에 관심이 있는 사람, 발달장애인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 음악치료사의 역할과 현장이 궁금한 사람에게 『음악, 뇌를 깨우다』를 권하고 싶다.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때로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언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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