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력 - 나를 지키는 가장 똑똑한 까칠함
필로소피랩 지음 / 각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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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까칠하다는 말을 들었던 나에게/무례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힘

『무례력』을 읽고

『무례력』의 표지에는 ‘나를 지키는 가장 똑똑한 까칠함’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처음에는 무례함도 능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일까 싶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무례함과 무례력은 전혀 다른 의미였다.

이 책은 두 개념의 차이를 정확하게 구분하고, 인간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기 위한 무례력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무례함과 무례력은 다르다

무례함은 상대방의 감정과 경계를 무시하는 태도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행동도 무례함에 해당할 것이다.

반면 무례력은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힘이 아니다.

원하지 않는 부탁을 거절하고, 부당한 요구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나의 시간과 감정을 지키는 능력에 가깝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태도가 아니라 내가 함부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필요한 태도인 것이다.

책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무례력은 공격이 아니라 방패다.”

이 문장이 책에서 말하는 무례력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


직장생활을 하며 자주 들었던 말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직장생활을 할 때 자주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좀 까칠하다.”

일을 할 때나 사람을 대할 때 심심찮게 들었던 말 중 하나였다.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일과 생활을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늘 바빴다. 주변 사람들에게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이거나 모든 관계를 챙길 만큼 마음의 여유도 많지 않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필요한 일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소 까칠한 사람으로 보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까칠하다’는 말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 말 덕분에 불필요한 일이나 원하지 않는 관계까지 억지로 떠맡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분명하게 드러내는 태도가 때로는 나를 보호해주기도 했다.


까칠함보다 무례력이라는 말

책을 읽다 보니 ‘까칠하다’는 말보다 ‘무례력이 있다’는 표현이 어딘가 더 고급스럽고 근사하게 느껴졌다.

까칠하다는 말에는 예민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느낌이 담겨 있다. 그러나 무례력이 있다는 말에는 자신의 기준을 알고 필요한 순간에는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긴 것 같았다.

앞으로는 나도 까칠한 사람보다 무례력이 있는 사람으로 불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례력은 무조건 차갑고 단호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나 자신까지 희생하지 않는 태도다.

부드럽게 말하되 뜻은 분명하게 전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되 그 사람의 감정까지 모두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무례력은 가장 현명한 거부 반응이다

우리는 거절해야 할 상황에서도 상대방과의 관계가 불편해질까 봐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퇴근 후나 휴일에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급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책임감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곧바로 답장을 보낸다.

한두 번 즉시 응답하다 보면 상대방은 언제든 업무를 부탁해도 되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나의 배려와 성실함이 어느 순간 상대방에게 당연한 권리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런 상황의 본질과 심리적인 함정을 설명하고, 실제로 어떻게 대응하면 좋은지 구체적인 예시를 보여준다.

주말에 업무 메시지를 받았다면 무조건 답을 해주는 대신, 출근 후 확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하는 식이다. 상대방에게 화를 내거나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응답할 수 있는 시간의 기준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행동이 바로 책에서 말하는 현명한 거부 반응일 것이다.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에도 기준이 필요하다

책에는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상황도 나온다.

친한 사람의 부탁일수록 거절하기는 더 어렵다.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우정을 의심받을 것 같고, 어려운 친구를 외면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마음이 불편해진다.

하지만 감정에 끌려가면서 무조건 부탁을 들어주면 이후의 관계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책은 상대방의 말을 듣고 즉시 반응하기보다 필요한 만큼만 질문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분명하게 결정하라고 이야기한다.

무례력은 모든 부탁을 무조건 거절하는 능력이 아니다. 상황과 상대방을 살펴본 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판단하는 힘이다.


거절하는 순간 뇌는 미래의 충돌을 예상한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우리가 거절을 어려워하는 이유를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탁을 거절하려고 하면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심장이 뛰고 입술이 마르기도 한다. 상대방이 서운해하거나 나를 싫어하게 될 상황을 미리 상상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가 거절 이후에 생길지도 모르는 갈등과 소외를 먼저 예상해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거절하고 나면 관계가 틀어질 것 같고, 나쁜 사람으로 평가받을 것 같다. 결국 그런 불안 때문에 하기 싫은 부탁도 받아들이게 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례력은 생각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무례력은 지식이 아니라 근육이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무례력은 지식이 아니라 근육이다.”

거절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서 실제 상황에서 바로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부탁을 받았을 때 습관처럼 “알겠다”고 대답하거나, 거절하고 싶으면서도 상대방이 서운해할까 봐 결국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작은 거절부터 연습해야 한다.

바로 대답하지 않고 생각할 시간을 요청하는 것, 하기 어려운 일은 어렵다고 말하는 것, 내 책임이 아닌 문제까지 떠안지 않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처음에는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거절한 뒤 상대방이 나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근육을 기르듯 무례력도 반복해서 사용해야 단단해진다. 무례력에 관한 내용을 많이 아는 것보다 실제로 한 번 거절해보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


달라지는 인간관계도 받아들여야 한다

무례력을 실천하면 인간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언제나 부탁을 들어주던 사람이 거절하기 시작하면 누군가는 서운해할 수 있다. 나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던 사람은 이전과 달라진 태도를 불편해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서 멀어지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변화까지 받아들여야 진정한 무례력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거절 한 번으로 무너지는 관계라면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였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계속 참고 희생해야만 유지되는 관계라면 건강한 관계라고 말하기 어렵다.

모든 관계를 붙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기준을 세운 뒤 달라지거나 멀어지는 관계를 인정하는 것 역시 자신을 지키는 과정이다.


거절이 어려운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

『무례력』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초년생이나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직장 상사의 퇴근 후 연락, 친구의 금전적인 부탁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어 자신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기에도 좋다.

각 상황의 본질과 심리적인 함정, 대응 방법과 기대 효과까지 나누어 보여주기 때문에 거절을 연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끝내지 않는 것이다.

거절하는 방법을 아무리 많이 알아도 실제 상황에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작은 부탁부터 거절해보고, 나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고, 불필요한 관계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 실천으로 인해 달라지는 인간관계도 받아들여야 한다.


나까지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 힘

돌이켜보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들었던 ‘까칠하다’는 말은 내가 나름의 방식으로 나를 지키고 있었다는 뜻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것을 무례력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 돌아보니 불필요한 일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게 해준 면도 있었다.

물론 무조건 까칠하게 행동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무례함과 나 자신을 지키는 무례력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힘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까지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 힘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된다. 모든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도 되고, 모든 관계를 끝까지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나의 시간과 감정을 먼저 살펴야 한다.

앞으로 누군가 나를 보고 까칠하다고 말한다면 예전보다 조금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해볼 것이다.

‘나는 까칠한 사람이 아니라, 나를 지킬 수 있는 무례력을 기르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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