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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과학 - 집파리에서 인공지능까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쓰레기의 모든 것
곽재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쓰레기는 문제였다
환경공학을 전공한 나에게 쓰레기를 다시 보게 한 책
곽재식 『쓰레기 과학』 서평
『쓰레기 과학』을 읽으며 가장 먼저 놀랐던 사실은 조선시대에도 쓰레기가 사회적인 문제였다는 것이다.
역사책에서 왕과 전쟁, 정치와 제도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읽었지만 쓰레기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쓰레기 문제는 도시가 커지고 산업이 발달한 현대에 생겨난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는 언제나 먹고 남은 것과 쓰고 버린 물건이 있었을 것이다. 시대마다 쓰레기의 종류와 처리 방법은 달랐겠지만, 쓰레기는 인간의 생활과 함께 존재해 왔다.
그런데도 나는 지금까지 쓰레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환경공학을 전공했지만 쓰레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쓰레기와 폐기물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수업을 통해 폐기물 처리 방법을 배웠고, 필요에 의해 폐기물기사 시험을 공부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때의 공부는 학점과 시험을 위한 것이었다. 처리 방식과 공정을 외우고 문제를 푸는 데 집중했을 뿐, 쓰레기가 우리의 생활과 문명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게 쓰레기는 공부해야 할 대상이었지 궁금해할 대상은 아니었다. 일상에서는 그저 빨리 치워야 하는 하찮은 것에 가까웠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어쩌면 쓰레기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내 눈앞에서만 사라졌던 것인지도 모른다.
“쓰레기는 문명의 가장 마지막 결과다”
책 표지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쓰레기는 문명의 가장 마지막 결과다.”
처음 이 문장을 보았을 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쓰레기와 문명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니 우리가 버리는 것들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물건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자원과 기술, 그것을 사고 소비하는 생활 방식,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회의 모습이 모두 모여 마지막에 쓰레기로 남는다.
그렇게 생각하니 쓰레기는 단순한 찌꺼기가 아니었다. 우리가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소비하며,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문명의 기록이었다.
잘 만들어진 물건과 화려한 도시만이 문명의 모습은 아니다. 그것들을 사용한 뒤 남겨진 쓰레기까지 바라봐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시대의 휴지부터 우주 쓰레기까지
책에는 ‘휴지라는 말은 언제부터 쓰였을까?’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나온다.
『조선왕조실록』의 1425년 음력 8월 22일 기록을 통해 조선시대에도 ‘휴지’라는 말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경기도에서 군기감이라는 관청으로 매년 휴지를 보내는 제도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우리가 지금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휴지’라는 말이 수백 년 전 기록에도 등장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왕과 신하들의 정치적인 이야기만 있을 것 같은 조선왕조실록에 휴지와 관련된 내용이 남아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쓰레기는 현대에 갑자기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이 생활하고 물건을 사용했던 모든 시대에는 쓰고 남은 것과 버려지는 것이 존재했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쓰레기에서 시작해 난지도와 수도권 매립지, 집파리, 위생매립, 매립가스, 불법으로 쌓아둔 폐기물과 쓰레기 대란을 다룬다. 더 나아가 지구 밖을 떠도는 우주 쓰레기까지 이야기한다.
익숙한 휴지 한 장에서 우주를 떠도는 거대한 폐기물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쓰레기의 범위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다는 것을 알게 된다.
쓰레기를 말하는 1부, 재활용을 말하는 2부
1부가 쓰레기의 발생과 매립, 그로 인해 생겨나는 여러 문제를 이야기한다면 2부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인 재활용에 대해 다룬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에 들어 분리수거와 재활용이 더욱 익숙한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종이와 캔, 유리병, 플라스틱을 나누어 버리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매일 분리수거를 하면서도 각각의 물건이 수거된 뒤 어떤 과정을 거쳐 다시 자원으로 사용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책의 2부에서는 알루미늄과 철, 희귀 금속과 배터리, 종이와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와 건설 폐기물 등을 품목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소각과 쓰레기 분류에 활용되는 인공지능에 관한 내용도 함께 소개한다.
재활용이라고 하면 단순히 쓰레기를 잘 분리해 버리는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질을 구별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골라내며,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기까지 복잡한 기술과 과정이 필요하다.
재활용의 황제, 알루미늄
2부의 알루미늄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책은 알루미늄을 ‘재활용의 황제’라고 표현하며 경상북도 영주시의 이야기와 비행기의 역사까지 연결한다. 알루미늄이라는 금속 하나를 설명하면서 지역과 역사, 과학기술의 발전을 함께 보여주는 방식이 흥미롭다.
평소 알루미늄 캔을 분리수거하면서도 그것이 왜 중요한 자원인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캔 하나에도 자원과 에너지, 재활용 기술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알루미늄뿐 아니라 철과 배터리, 종이, 플라스틱 등 재활용 품목별로 내용이 정리되어 있어 궁금한 부분을 찾아 읽기에도 좋다.
각각의 자원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다시 활용되는지를 알 수 있어 좋은 자료가 된다. 가볍게 읽을 수도 있지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깊이 있는 내용까지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쓰레기로 배우는 뜻밖의 과학
『쓰레기 과학』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강조하는 책이 아니다.
쓰레기와 관련된 역사와 사회 문제뿐 아니라 화학, 물리학, 생물학, 에너지와 인공지능에 이르는 과학 지식을 함께 들려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상식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 과학 상식이라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과학책이라고 하면 어렵고 딱딱할 것 같지만, 이 책은 휴지와 캔, 음식물 쓰레기처럼 익숙한 물건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곽재식 교수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본 적이 있다. 교수이면서 SF소설가로도 활동해서인지 평범한 소재를 바라보는 시선과 상상력이 남다르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에서도 그 특징이 잘 드러난다. 얼핏 관계없어 보이는 역사와 과학, 지역과 기술, 쓰레기와 문명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연결한다. 그래서 환경 문제를 다룬 책이면서도 뜻밖에 재미있는 과학책으로 읽힌다.
버린 뒤의 일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쓰레기는 내게 그저 쓰레기였다. 쓸모를 다해 버려진 것, 가능하면 빨리 눈앞에서 치우고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버린 플라스틱과 배터리, 음식물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땅에 묻히는지, 불에 타는지, 새로운 자원으로 재활용되는지도 궁금해졌다.
쓰레기는 버리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새로운 과정이 시작된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버린 물건을 누군가는 수거하고 분류해야 한다. 어떤 것은 재활용되고 어떤 것은 매립되며, 어떤 것은 오랜 시간 분해되지 않은 채 환경에 남는다.
쓰레기 문제를 개인의 분리배출 습관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학기술과 처리 시설, 사회 제도와 정책도 함께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우리가 버리는 것에 관심을 갖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읽어볼 만한 책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기후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쓰레기는 더 이상 하찮게 여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일만큼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고, 버리고, 다시 활용할지도 중요하다. 쓰레기를 바라보는 일은 결국 우리의 소비와 생활 방식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폐기물기사까지 공부했던 나조차 쓰레기를 제대로 바라본 것은 이 책을 통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전공 공부를 할 때는 시험을 위해 외웠던 내용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살아가는 사회와 환경의 문제로 다가온다. 같은 내용을 접하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느꼈다.
『쓰레기 과학』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쓰레기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환경이나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평소 쓰레기를 버린 뒤의 일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책을 읽고 나면 쓰레기는 더 이상 단순한 쓰레기로만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 남긴 흔적이자 문명의 마지막 모습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늘 내가 버리는 작은 쓰레기 하나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환경과 기후 위기에 관심이 있는 분
쓰레기의 처리와 재활용 과정을 알고 싶은 분
알루미늄, 철, 플라스틱 등 품목별 재활용 방법이 궁금한 분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과학책을 찾는 분
익숙한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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