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깨비 신이 돌아오도다 도트 시리즈 4
위래 지음 / 아작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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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작' 도트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 위래 작가의 『허깨비 신이 돌아오도다』(2024)를 읽었다. 서평단으로 참여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작품이기도 했는데 일단 표지부터 노란색이라 마음에 들었다. 귀여운 도깨비 픽셀까지. 사실 이 작품이 궁금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허깨비 신'이라는 게 대체 무엇일까, 감조차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목은 참 발랄한데 내용은 심오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노란색에 안심하지 말걸 그랬나! 생가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었다.

작가의 말을 보면 '되먹음 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내용 상에 등장하는 바가 있으나…… 작가가 다소간 신경을 쓴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사실 '되먹음 말'에 관해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소설 속에서 '감응관'으로 등장하는 초점 화자 '시운'의 기능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시공간의 기억을 읽는다는 설정의 '감응관'이라는 존재부터 재미있다. 어쩐지 '치트키'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재미 포인트. '시운'은 이것으로 인해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받기 때문이다.

'시운'이 감응할 때마다 묘사되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작가의 작법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미리 장면을 전개해놓고 그것을 뒤엎는 방식으로 썼을까? 그것이 아니면 처음부터 뒤엎어 놓은 채로 쓰기 시작했을까? 읽는 데에 약간의 수고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불편한 독서 경험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었다. 되먹음 말처럼 문자를 되감아 읽는 신선함 때문일까? 읽고 싶은 텍스트의 향연이었다.

'시운'과 '나연'이 쫓기는 대목은-과장 보태서-숨을 헐떡거리며 볼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여기저기서 총성이 울려 퍼지고 공안들이 픽픽 쓰러지는 장면을 상상하니까 현장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다 좋았지만…… 나에겐 딱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나는 '이도'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았는데. '나연'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도'가 사라지고 말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앞서 '이도'와 '시운'이 쌓아온 유대감이 무색할 정도로 일순간 일이 발생했던 터라 어떻게 수습할 수는 없겠으나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헛헛함이 들었던 캐릭터 갈무리였던 것 같다.

여러 인상적인 장면들이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간다. 소설의 결말 부분이 특히나 강렬하게 여운을 남겼다. 소설에서 '되먹음 말'이 중요한 수단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시운'과 상황과 다른 인물들이 수거되며 자리를 찾아가는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다. 아주 오래 고민하여 쓴 느낌이 들어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비록 이 소설을 100%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조금 더 길게 소설을 볼 수 있었으면 충분히 그렇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 역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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