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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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힘!

우리가 지켜줄게



『 꼬리와 파도 』


최근 드라마, 영화, 뉴스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했다.

사건을 은폐와 축소로 답하는 어른들과 외면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많이 묘사되었다.

이런 모습들은 어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들에게서도 가해자는 두려움과 불안의 대상이다.

'도와주었다가 내가 당하면 어쩌지?'

외면이 그러하다.

『 꼬리와 파도 』는 다양한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폭력을 당했음에도 오히려 2차, 3차 가해의 피해자가 되고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보며 자책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아이들은 폭력에 저항했으나 좌절하는 모습, 현실적인 벽이 만들어 놓은 권력, 남성 위주의 사회적 틀, 대항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들도 담았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권리를 찾기 위해 파란 꼬리 리본으로 파도의 물결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파장이 점점 커지는 것처럼 아이들의 꼬리가 파도가 되어 사회를 바꾸었으면 하는 마음에 절로 응원하게 된다.



『 꼬리와 파도 』는 우리 주변에서 쉬쉬하지만 자주 접하게 되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노출된 모습들을 담았다. 학교 폭력뿐만 아니라 사제 간 폭력, 데이트 폭력, 사이버 폭력 등 다양한 폭력을 다루고 있다. 자극적인 문장은 없음에도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어두운 현실과 방관자적 선생님 모습과 사건을 축소시키거나 오히려 또 다른 가해자가 되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에서 화가 났다. '어떻게 선생님이 저럴 수 있지?', '어른이 되어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축소하려는 어른에 비해 폭력에 대항해 문제를 해결하고 바로잡으려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두 주먹을 쥐게 된다. 나도 아이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작은 용기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첫걸음이 되었다. 그들의 걸음으로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받은 언어적, 신체적, 정신적 폭력은 도움을 요청하는 어른으로부터 외면받거나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아이들의 행동은 오히려 반사회적 효과로 피해자를 더욱 괴롭히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폭력에 대한 가해자들의 당당함과 무책임함에 오롯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만 하는 피해자.

이럴 때 아이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걸까?

과연 믿을 수 있는 어른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무책임한 어른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 또한 은연중에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주인공 무경이 학창 시절에 경험한 무기력함. 어른이 되어 도와주고 싶은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해 주려고 하는 책임 있는 모습에 아직은 살만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면, 그다음엔 자신을 용서하기만 하면 되니까. 잘못한 것도 나, 용서하는 것도 나, 용서받는 것도 나, 그것으로 끝. 그러나 지선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피해를 입은 지선이 결국 자신만을 탓하게 되는 현실에서 가슴이 아팠다.

'내가 ~을 하지 않았더라면'을 수업이 되뇌며 자책감으로 스스로를 원망하는 모습.

가해자에 대한 당당한 저항이 아닌 피해자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모습.

문제가 빨리 해결되고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현실.

자신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이 깔끔하다는 결말을 도출하는 모습이 우리 아이들을 사지로 내보는 현실 같아 가슴이 아팠다.

연일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청소년 자살. 인기 그룹의 아이돌의 자살, 유튜버의 자살시도와 생중계 등.

소설 속 주제들이 현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더 무서웠다.

"이쯤 하자. 그렇게 매달려서 네가 얻는 건 또 뭐냐"

교사의 무기력하고 지친 목소리. 굳이 소란을 피우지 말고, 사건을 키우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지.

모든 선생님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단편적 모습들에서 회의적 모습이었다.

무마시키고자 하는 모습이 낯부끄러웠다.

오늘의 폭력이 내일 그리고 모래도 반복되는데, 제대로 저항 한 번 못하면 결국에는 누구든 '그래도 되는 애'가 될 것 같았다. 이제 곁에 아무도 없는데. 나를, 우리를, 우리의 마음을 지키려면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용기'가 아닐까

물론 용기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되리라고 믿어본다.


그들은 무경이 듣는데도, 아니 오히려 들으라고 더 그랬다. 그들은 여럿이었고 그래서 당당했다. 잘못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서로에게 떠넘기고 죄책감은 뒤로 숨기면서 나쁜 짓거리가 주는 달콤함만 맛보았다.

집단의 무모함과 강력한 힘.

개인적인 판단이 아닌 무비판적 몰이 현상이 상황을 더욱 깊고 치밀하게 변화시킨다.

SNS 상에서 나타나는 폭력적 댓글들이 그렇다.

무비판적 참여와 무의식적 행동들은 상대에게 칼이 되어 돌아간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언제나 그 대상이 내가 될 수 있다.

왜 우리가 서로에게 미안해야 하는 거지? 대체 왜.

불편한 진실을 밝히고 사과를 받고자 했던 피해자는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하는 자신들을 서로가 서로에게 고개 숙여 사과를 했다. 그들의 아픔과 미안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마음으로.

겪어 보니까 알겠니? 도와줄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런데 넌 그때 어디 있었니? 미란이에게 도움이 필요했을 때, 다들 방치했을 때, 너도 똑같았잖아. 무관심했잖아. 서연은 현정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 될까 봐 두려워졌다. 서연의 고개가 다시 떨어졌고 현정이 말했다.

"그럼 이제 뭐부터 할까?"

외면, 방치가 또 하나의 가해가 된다는 것.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주변인들 또한 마음은 불편했다는 것을.

그들이 다시 힘을 모으기까지 각자의 아픔과 사회적 벽을 극복하기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제는 무엇인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들의 용기를 응원한다.

최아라가 여전히, 안전하고 정의로운 어른이라는 확신이 이었다.

아이들에게 믿을만한 어른들이 있는가?

'나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어른인가?'

질문을 던졌지만 정작 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나 역시 비겁해질 것 같아서였다.

'내 아이의 문제라면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면적 모습에 '나 또한 정의로운 어른은 아니구나'

다만 전체에 포함되긴 하겠지만 정의라는 이름으로 단체에 힘은 실어줄 것이다. 마음으로 하는 응원을 듬뿍 담아서.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귀엽다. 우리 꼬리들!"

"꼭 파도 같네."

가을바람을 따라 나란히 흔들리는 수백의 파란 꼬리들이 달빛 아래 너울대는 파도처럼 보였다.

더 이상 아이들이 부담을 지는 일은 없었으면, 최아라는 바랐다. 오후 내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어른으로서의 책임감 같은 거창한 말을 쓰고 싶진 않았지만, 사실 어른이 된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닌가 싶었고,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어른답게, 책임을 져 줄 작정이었다.

꼬리는 정말로 파도가 됐다.

최아라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은 세상에 최아라와 같은 어른들도 있다는 생각에 감사했다.


'나도 지켜 줄게.!

라고 함께 응원하고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꼬리는 정말로 파도가 됐다.

현실 사회에서 발생하는 많은 사건들.

불확실한 소문 하나가 어느 날 날카로운 집속탄이 되어 돌아온다.

집속탄은 무방비 상태의 아이들에게 큰 폭탄이 되어 터져버린다.

너덜너덜해진 아이들을 방관하는 사람들.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도움이 아니었을까.

푸른 리본이 파도가 되어 확산되듯

우리이 관심과 참여가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아픔을 딛고 성장 중인 우리 아이들을 응원한다.

미약하지만 나도 지켜줄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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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뿐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법 -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좋은 사람들에게
바바라 베르크한 지음, 장윤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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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있게 거절하는 법

『 가뿐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법 』


​거절에 어려움을 느끼는가?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필자 역시 거절을 잘 못하는 예스맨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성격 탓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저자는 거절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자기 고유의 영역을

구분 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바로 '나'와 '너'의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니'라고 말할수록

인생의 본질인 '삶의 즐거움'에 더 가까워진다고 한다.

'과연 아니라고만 외친다고 즐거울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읽다 보니

나를 위한 삶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아니'였다.

'아니'라는 말은 단순한 거절을 넘어

경계선을 긋는 일이다.

'아니'라고 말하기는

자기 결정권의 표현으로

타인의 기대치가 아닌

나의 기준과 기대치를

채워주는 기준이 된다.

『 가뿐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법 』는

각자의 성격과 기질에 맞는

경계선 긋기에 대해 말한다.

각 장에서는 점검을 위해 질문과 함께

자신을 위한 경계선 긋기를 연습할 수 있다.


1장은

의식적으로 고유의 경계선을 긋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자기 고유의 영역'을 찾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아니오/예 목록'에 '

그래'라고 말할 수 있게 돕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다.

2장은

'경계선 긋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 마음속에 있는

비평가, 감독관, 걱정 생산자의

관계를 가리지 않고 거리를 두는 법,

내면의 음모와 계략을

의식적으로 알아내는 법을 제시한다.

2장은 주로 나의 부정적인 생각을

인식하는 데 집중한다.

'머릿속 소란에서 벗어나는 네 단계'의 전략과,

'부정적인 생각을

이로운 생각으로 바꾸는 세 단계 생각법'

연습 노트를 추천한다.

3장은

각자에게 어울리는

거절의 말을 발견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스트레스, 갈등 없이

자신만의 경계선을 긋는 법을 알게 된다.

직접적인 소통에 도움이 되는 전략도 제시한다.

일상 속에서 사람을 대할 때

받을 수 있는 유용한 보호 전략도 있다.

전략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속도에 따라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 가뿐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법 』을 읽으면

내면의 지혜로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다.

단순히 찾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소통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지혜

나 자신에게서 찾게 된다.


내 삶이 지치거나 예민하다고 느낀다면

자신의 '영역'에 대해 경계선을 긋지 않았거나

경계선을 그었으나

주변에서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내가 그은 경계선이

너무 흐릿하기 때문에 지치게 된다.

다른 사람의 문제를

내가 해결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 맞는 것, 좋은 것을 찾고

그것을 지키면 그만이다.

생의 모든 단계에서 선명하게 경계선을 긋는,

'아니'라는 거절의 말이 필요하다.

그래야 새로운 것에 대해 확실하게

'그래'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관성 있게

내 삶의 자기 결정권을 쥐고

'아니'라고 말하는 법을 제시했다.

'아니오/예 목록'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아니'라는 말을

스스로 의식하고, 말에 힘을 싣는 데 도움이 된다.

목록은 나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유익한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마음을 잡은 문장은

나의 삶은 오롯이 나 자신의 것이다.

실제 필자가 자주 쓰는 문장이기도 하다.

당신의 생각과 그 생각에서 파생되는 것은

모두 당신과 관련된 일이다.

내 생각에는 내가 책임이 있다.

당신의 감정은 당신의 고유 영역에 속한다.

당신의 몸도 당연히 당신의 영역에 속한다.

당신이 당신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결정하는 것 역시

당신 고유의 영역이다.

나의 선택은 오롯이 나의 몫~

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나의 몫이다.

책을 읽는 동안 진정

나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잘 그어진 경계선은

나의 일상을

훨씬 더 가볍게 만들고 긴장을 줄여준다.

나만의 고유의 영역이 확실해지면

두툼한 보호막을 얻게 된다고 한다.

필자는 어떤 유형에 속하기에 거절을 못 하는 것일까?

하나의 특성만으로는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두루두루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아서이다.

그럼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버튼이 무엇인지 파악하면 된다.

오래된 나의 틀을 깨는 버튼을 찾아 거절하면 된다.

오래된 습관에서부터 자동적인 반응이 사라지도록.

말할 용기를 이끌어내는 생각들,

필자의 용기를 북돋을 수 있는

두 가지 촉진제도 제시했다.

첫 번째는

필자의 고유한 내면의 요구를 잘 다루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내가 뭘 원하는지 먼저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가져

내면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생각이 정리되었다고 해서

거절이 편한 것은 아니다.

거절했을 때의 불편함을 극복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분명히 밝히면서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아니오/예 목록'을 기록해

필자의 상황을 파악하면

거의 모든 상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정말? 이렇게 말하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아니오/예 목록'을 통해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 안의 비평가로부터

나를 찾아 나를 향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반복적 표현들이 보였다.

그만큼 저자가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었겠지.

적극적으로 '아니'라는 거절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저자의 주장에 따라 실천을 한다면 조금 '아니'라고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무엇에 진정으로 '그래, 좋아'라고

말하고 싶은지 깨닫게 돕는다.

거절을 하지 못해

내 삶의 일부를 낭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거절을 좀 더 우아하고 합리적으로 하고 싶다면

『 가뿐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법 』을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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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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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희망의 따뜻한 기적

『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또 다른 수중 세계가 열리고 문이 열릴 때마다 새로운 수중 세계로 판타지 여행을 떠날 것 같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하지만 『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은 나의 예상과 달랐다.

나의 상상력의 한계란.

역시 작가님답다. 작가님의 상상은 따라갈 수가 없구먼.

바쁜 일과를 마친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은 후 조용한 수조관 사이로 내 눈앞에 문어가 나타난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한다.

보랏빛 푸른빛을 발하는 대왕 문어가 나를 바라본 다는 것만으로도 낯설고 무서울 것 같다.

하지만 이곳을 담당하고 있는 청소부의 눈에는 대왕문어가 매일 눈 맞춤과 인사를 하는 다른 세계의 친구다.

아쿠아리움에 갇힌 채 늙어가는 문어와 나이가 지긋한 청소부는 얼마 남지 않은 생의 길 앞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서로에게 진실한 용기와 위로를 전한다. 다른 두 부류의 종이 만나서 서로 통할 수 있다는 설정. 뛰어난 사고와 능력을 가진 대왕 문어의 노력은 사근어 들어가는 늙은 친구에게 '희망'이라는 큰 선물을 전한다. 늙은 청소부는 소멸을 앞둔 대왕 문어에게 자유를 주므로 스스로 즐기는 소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를 하며 희망과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인간들의 모든 비밀을 꿰뚫고 있는 문어와 야간 청소부 할머니가 만드는 따뜻한 기적


가족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슬픔과 그에 얽힌 비밀, 쇠퇴해가는 노년의 삶이라는 무채색의 장면 장면들이 아쿠아리움 속 문어 마셀러스를 만나 전혀 다른 색채의 이야기로 거듭난다. ​

바다생물과 인간의 우정이 가능할까?

이기적 사회 속에서 도시 공동체의 삶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에는 주인공들이 가진 각자의 상처들을 포용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치유가 이루어진다.

각자의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난다.

큰 위기와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이야기들에서 만나게 되는 아픔을 잔잔한 파도처럼 서술한다. 파도가 잦아든 바다에서 만나는 평온함을 이야기의 말미에 함께 만날 수 있다.


아들을 먼저 보낸 슬픔을 가슴에 담아두고 늘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아쿠아리움 야간 청소부 할머니 ‘토바’, 평생을 함께한 남편과 사별하며 아픔을 외롭게 견뎌간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이모의 손에 자라며 세상을 향한 불평, 불만으로 가득한 채 무엇 하나 확실하게 하지 못하고 생을 낭비하는 '케머런'

나이가 많고 지식이 풍부한 특별한 문어. 하지만 인간들로부터 ‘구조’되어 아쿠아리움 수족관에 갇혀 살게 된 거대 태평양 문어 ‘마셀러스’.

누군가를 상실함으로써 겪는

절망의 깊이에는 끝이 있다는 것을.

영혼이 슬픔에 한번 푹 젖고 나면 그 이상의 슬픔은 넘쳐서 흘려보내게 된다.

토바, 케머런, 마셀러스.

각자의 개성 강한 존재들이 각자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다가 영업이 끝난 아쿠아리움의 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밤의 아쿠아리움에서 펼쳐지는 세 존재의 이야기들. 각자의 이야기들을 서로 알아가면서 서로에게 의지와 희망을 품어가는 따뜻한 이야기다.

『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는 동화 속 상상 이야기 같다.

디즈니 영화에서 볼법한 깊은 바다와 수조관이 절로 떠오른다.

선명한 캐릭터들의 모습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생겼다.

깊고 푸른 바다를 헤엄치는 마셀러스의 모습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구조'와 '보호'라는 미명 아래 태평양 문어는 수조에 갇히게 된다.

아쿠아리움은 문어에게는 안전한 공간이었을까?

오히려 자유롭지 못한 구속의 공간은 아니었을까?

잦은 탈출 시도와 맛있는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수조를 탈출하는 '마셀러스'를 보며 목숨을 건 마셀러스의 행보를 응원하게 된다.

『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을 읽으며 거대 태평양 문어 ‘마셀러스’의 시선으로 인간들을 바라보며 일기를 남기는 장면이 이색적이었다.

태평양 거대 문어의 입장에서 바라본 인간의 모습.

서로를 모른 채 상실과 소멸이라는 각자의 입장에서 방황하고 외로워하는 인간을 연결해 주는 마셀러스.

'마셀러스의 이야기가 조금 더 많았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드러나는 솔직한 내면의 모습들을 통해 인간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는 듯하다.

'토바'와 '캐머런'의 관계가 밝혀지는 복선에 비해 그들이 진실을 알게 되는 시간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점, 케머런의 엄마와 아빠의 그날의 이야기가 조금 더 자세하거나 단서를 더 제공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책을 읽는 동안 아쿠아리움과 어우러진 바다의 풍경,

아쿠아리움의 모습들이 그려졌다.

삶의 고달픈 모습과 좌절, 희망까지도.

상상 속 영화 같은 느낌.

자유를 찾아 깊고 푸른 바다로 들어가는 마셀러스의 모습에 응원과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이제는 편안해졌을 마셀러스에게

그곳의 쉼이 안식이 되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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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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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리학사

세상을 바꾼 과학의 빛과 어둠

『 불확실성의 시대 』


철저한 문과적 성향을 가진 필자에게 물리학이란?

어려움 그 자체.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 불확실성의 시대 』 추천사를 읽으며

역사적 배경과 함께 설명된

스토리 물리학은 재미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아인슈타인의 직위 "특허청 2등급 심부름꾼"은 무엇일까?

타이타닉 생존자들을 구한 것은 마르코니와 말코니의

발명품 때문이다. 마르코니의 발명품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지금까지 믿었던 것과

전혀 다르게 작동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 불확실성의 시대 』는 적절하게 주어지는 질문들과 함께

고수의 물리학자들도 상당히 많은 고민과 실패를 통해 얻어낸 결과이자

아직도 진행 중인 물리학의 세계에 대해 알아 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불확실성의 시대 』는

1,2 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두웠던 물리학의 침체기에

빛을 밝힌 과학자들의 발견 이야기다.

100년 전 물리학자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회 모습,

세상의 원리를 밝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흔적들을 담고 있다.

무미건조한 말장난 같은 대화에서부터

세계를 넘나드는 초원리적 사고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학창 시절 들어본 과학자들.

퀴리, 아인슈타인, 보어, 아이젠베르크 등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들이 모여있었다.

단순히 단편적 지식으로만 알았던

과학자들의 모습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시킬 수 있었다.

사실 교과서에서 배운 과학자들의

특징만 익힌 터라

동시대를 살면서도

교류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했다.

『 불확실성의 시대 』을 보면서

하나의 원리가 나오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들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불확실성의 시대 』에는

과학자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물리학자별, 시간의 흐름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타 과학도서들에 비해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물리학의 원리만을 강조했다면 어려웠겠지만

『 불확실성의 시대 』는

물리학의 원론적 설명이 아니라

물리학의 탄생 순간

그 시점과 배경에 관한 이야기다.

몰랐던 과학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 불확실성의 시대 』는

역사적인 사건과 과학자들의 만남으로 이해하니

한결 쉽게 다가왔다.

100년의 혼란의 시대적 배경과 함께

그 시절 학자들의 이야기를 같이 읽으니

역사와 물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공허한 과학 분야를

좀 더 직접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

극단적 인종차별 속에서

많은 유대인들이 희생의 대상이 되었듯

과학자들에게 피해 갈 수 없는 순간의 시간들.

그 시간을 견디며 연구를 한 과학자들의 모습과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전염병이 부른

과학의 굴욕과 미신의 붐은

황당하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 같아 씁쓸했다.

현대물리학의 황금기였던 20세기 초,

천재들의 놀라운 발견과 혁명의 순간!

세상을 뒤집은 과학자들의 위대한 드라마!

“새로운 과학은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꿨는가?”

『 불확실성의 시대 』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보어의 상보성의 원리’ 등

먼 나라 이야기 같은 과학사들이 등장한다.

'어~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인데...'

구체적으로 잘 몰랐던 물리학 이야기.

특히 양자역학이라는 미지의 세계,

현대 과학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초 과학을 다루고 있다.


『 불확실성의 시대 』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부터

양자역학의 연구의 탄생 과정을

과학자들의 노력과 결과를 담은

대중과학 논픽션이다.

100년 전 물리학의 시대를 열었던 당시 과학자들의

편지, 메모, 연구 논문, 저서 등을 토대로

역사적 흐름으로 과학적 발전 과정을 풀었다.

100년 전 고민 많았던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현재의 변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100년 과학의 시기는

과학적 발전과 암흑을 가져온 양면적 시대이다.

아무리 과학적 발견과 발명이 뛰어나더라도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기술의 가치는 달라진다.

가령 원자폭탄이

전쟁을 갈무리하는 재앙이 되는 것 처럼.


과학의 발전만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가치와 판단도 중요하다.

『 불확실성의 시대 』는

한 번쯤 과학에 대한 생각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찬란하지만 어두웠으며,

동기와 결과가 일치하지 않았던

이 시절을 저자는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이름 지었다.

『 불확실성의 시대 』는

현대물리학의 역사적 흐름을

파악하기 좋은 과학 기초 교양서이다.

『 불확실성의 시대 』는 과학 교양 입문서로 활용하기 좋을 것 같다.

과학의 날 추천도서로도 제격이다.

과학적 탄생의 순간들을 다각적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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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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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수치심이 만들어가는 산업 생태계

혐오를 즐기는가?

그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다!

『셰임 머신』


『셰임 머신』은 소셜미디어에서 '수치심'이 새로운 형태의 '권력'이자 ‘돈’을 창출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다양한 예시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미디어를 올바르게 판단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 현상들을 분석했다.

​​

수치심 영역은 대부분이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다.


저자는 수치심을 인간사에서 억압과 이윤, 통제의 도구로 쓰인다는 것을 파악하고, 수치심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치심을 이용해 업체들이 감정을 달래줄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접근하고, 정부는 수치심을 활용해 사회적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 현상들을 분석, 비판했다.


『셰임 머신』은 '수치심'을 통해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관심 있게 분석한 책이다. ​

'수치심'은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감정 중 하나이다.

저자는 수치심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다양한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감정 중 하나로 개인의 삶을 변화 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수치심'은 단순하게 생각할 때 부정적 개념으로만 활용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수치심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깨달음과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계기도 된다고 말한다. 수치심을 통해 타인에게 깨달음을 주는 계기가 되고, 수치심을 벗어나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마음을 자극하는 원동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

저자는『셰임 머신』을 통해 사람들이 느끼는 수치심을 활용해 개인, 기업, 정치, 등 다방면에서 이익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했다.

저자는 비만인 자신의 모습과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했지만 실패한 경험, 뚱뚱하다는 것에서 겪게 된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수치심을 느끼게 된 이야기, 다이어트에 실패하면서 겪게 되는 자기 비하, 사회적 편견과 모습들이 가져다주는 수치심들을 직접적 예시를 통해 설명한다.

누구나 겪어봄직한 일들에 크게 수긍하게 될 것이다.

넘쳐나는 광고와, 다이어트의 성공 사례, 근육질 몸매가 건강한 사람인 것인 양 과잉 홍보와 근육질 몸을 가지지 못하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방송, 이것만 먹으면 살이 빠질 것 같은 다이어트 식품들, 지독한 다이어터들의 성공 사례들을 실패 사례와 비교해 자기 비하 등 사회가 수침심을 활용해 여론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수치심을 활용한 기업의 자극적 마케팅이 기업의 이윤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홈쇼핑의 다이어트 식품 '전 회차 매진!'이라는 문구가 소비자의 심리를 잘 반영한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통계를 필요조건에 맞게 활용하는 악용 사례, 과학적 근거를 통한 분석은 흥미로웠다. 여론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들을 구체적으로 확인받는 시간이었다. '맞아! 이런 논리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었구나!'라고 깨닫는 시간이 될 것이다.

『셰임 머신』을 통해 사회적 이슈들을 좀 더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기르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주제로 약물 중독에 관해 설명할 때는 단순히 개인적인 측면에서의 중독만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제도 측면에서 잘못된 점들에 대해 논한다. 왜 그들이 중독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원론적 접근을 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각종 진통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환경과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 도움을 받고 싶지만 받을 수없는 환경적 여건에 대해 말한다. 특히 '중독'이라는 이름하게 겪게 되는 가족과 사회의 싸늘한 시선은 자신의 수치심을 극에 달하게 하고 중독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낙인찍기와 책임회피가 오히려 악순환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빈곤층은 게으르다.'라는 서사로 '게을러서 가난하다'라는 판단을 구체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저자가 살고 있는 미국을 예시로 설명을 했지만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빈곤층의 하위집단은 '도움받을 자격이 있는 빈곤층'으로, 일하려고 했으나 운이 없다고 증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도움을 받아도 되는 집단으로 여겨지지만 진정 빈곤층들은 자신을 증명하지 못해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된다. 그들의 가난이 단순히 게으름 때문일까? 아니다. '돈이 돈을 부른다' 경제적 불평등은 재생산된다는 관점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그들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가난의 수치심을 없애려면 사회는 빈곤층을 아무 조건 없이 도와주어야 한다. 빈곤층에게 생필품을 준다는 이유로 공무원들 앞에서 굽실거리게 하거나 각종 요건을 먼저 갖추라고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나친 다이어트 홍보, 다이어트 프로그램, 위험한 약 광고, 중독, 가난 등은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측면에서 개인의 '수치심'을 자극해 그것들을 활용하도록 자극을 했다. 『셰임 머신』은 일상에 깊숙하게 스며든 수치심을 파악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만 거대 힘에 저항할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SNS 사진 한 장의 파급력


무수히 많은 SNS에 노출된 우리의 일상들 속에서 타인을 비방하고 타인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그것이 의도를 가지든 무의식적 활동이든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게 된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누르게 되는 '좋아요'가 재생산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사이버 불링)

사람들은 어떤 사건 사고들에 대해 무작위적 악플을 단다. 개인의 정의로움이라는 이름하게 무작위적 악플들이 달리기도 한다. 이런 악플들은 당사자에게 비수가 되어 꽂힌다. 지금은 타인이지만 그 칼의 끝에 선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


이모티콘에 현혹되어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SNS 빠져 허우적거릴수록 기업은 더 많은 이익 창출을 위해 우리를 더욱 헤어나게 못하게 할 것이다. 타인의 비방으로 이익을 얻어 가는 언론과 기업들. 기업은 도덕적 우월감을 조성해 공개적 수치심으로 이용하고, 정부는 시민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우리는 기업과 정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셰임 머신』을 읽으면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누르는 좋아요, 댓글, 공유가 사회적 부의 척도가 된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카카오 뷰 등 다양한 소셜들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로 그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공개적 수치심이 특정 사람들의 사회적 부와 지위, 권력을 높여주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셰임 머신』은 우리에게 발생하는 사건들을 단편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사회적 구조와 틀에서 바라볼 것을 요한다. 우리가 타인을 비방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할수록 기업과 정부는 더욱 세력을 공고히 할 것이다. 분석과 비판이라는 측면에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될 것이다.

『셰임 머신』은 우리 주변에 발생하는 사회적 현상들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또한, SNS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분석하는 만큼 글의 방향성도 달라지기를 바라면서.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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