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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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희망의 따뜻한 기적

『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또 다른 수중 세계가 열리고 문이 열릴 때마다 새로운 수중 세계로 판타지 여행을 떠날 것 같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하지만 『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은 나의 예상과 달랐다.

나의 상상력의 한계란.

역시 작가님답다. 작가님의 상상은 따라갈 수가 없구먼.

바쁜 일과를 마친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은 후 조용한 수조관 사이로 내 눈앞에 문어가 나타난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한다.

보랏빛 푸른빛을 발하는 대왕 문어가 나를 바라본 다는 것만으로도 낯설고 무서울 것 같다.

하지만 이곳을 담당하고 있는 청소부의 눈에는 대왕문어가 매일 눈 맞춤과 인사를 하는 다른 세계의 친구다.

아쿠아리움에 갇힌 채 늙어가는 문어와 나이가 지긋한 청소부는 얼마 남지 않은 생의 길 앞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서로에게 진실한 용기와 위로를 전한다. 다른 두 부류의 종이 만나서 서로 통할 수 있다는 설정. 뛰어난 사고와 능력을 가진 대왕 문어의 노력은 사근어 들어가는 늙은 친구에게 '희망'이라는 큰 선물을 전한다. 늙은 청소부는 소멸을 앞둔 대왕 문어에게 자유를 주므로 스스로 즐기는 소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를 하며 희망과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인간들의 모든 비밀을 꿰뚫고 있는 문어와 야간 청소부 할머니가 만드는 따뜻한 기적


가족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슬픔과 그에 얽힌 비밀, 쇠퇴해가는 노년의 삶이라는 무채색의 장면 장면들이 아쿠아리움 속 문어 마셀러스를 만나 전혀 다른 색채의 이야기로 거듭난다. ​

바다생물과 인간의 우정이 가능할까?

이기적 사회 속에서 도시 공동체의 삶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에는 주인공들이 가진 각자의 상처들을 포용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치유가 이루어진다.

각자의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난다.

큰 위기와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이야기들에서 만나게 되는 아픔을 잔잔한 파도처럼 서술한다. 파도가 잦아든 바다에서 만나는 평온함을 이야기의 말미에 함께 만날 수 있다.


아들을 먼저 보낸 슬픔을 가슴에 담아두고 늘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아쿠아리움 야간 청소부 할머니 ‘토바’, 평생을 함께한 남편과 사별하며 아픔을 외롭게 견뎌간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이모의 손에 자라며 세상을 향한 불평, 불만으로 가득한 채 무엇 하나 확실하게 하지 못하고 생을 낭비하는 '케머런'

나이가 많고 지식이 풍부한 특별한 문어. 하지만 인간들로부터 ‘구조’되어 아쿠아리움 수족관에 갇혀 살게 된 거대 태평양 문어 ‘마셀러스’.

누군가를 상실함으로써 겪는

절망의 깊이에는 끝이 있다는 것을.

영혼이 슬픔에 한번 푹 젖고 나면 그 이상의 슬픔은 넘쳐서 흘려보내게 된다.

토바, 케머런, 마셀러스.

각자의 개성 강한 존재들이 각자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다가 영업이 끝난 아쿠아리움의 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밤의 아쿠아리움에서 펼쳐지는 세 존재의 이야기들. 각자의 이야기들을 서로 알아가면서 서로에게 의지와 희망을 품어가는 따뜻한 이야기다.

『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는 동화 속 상상 이야기 같다.

디즈니 영화에서 볼법한 깊은 바다와 수조관이 절로 떠오른다.

선명한 캐릭터들의 모습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생겼다.

깊고 푸른 바다를 헤엄치는 마셀러스의 모습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구조'와 '보호'라는 미명 아래 태평양 문어는 수조에 갇히게 된다.

아쿠아리움은 문어에게는 안전한 공간이었을까?

오히려 자유롭지 못한 구속의 공간은 아니었을까?

잦은 탈출 시도와 맛있는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수조를 탈출하는 '마셀러스'를 보며 목숨을 건 마셀러스의 행보를 응원하게 된다.

『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을 읽으며 거대 태평양 문어 ‘마셀러스’의 시선으로 인간들을 바라보며 일기를 남기는 장면이 이색적이었다.

태평양 거대 문어의 입장에서 바라본 인간의 모습.

서로를 모른 채 상실과 소멸이라는 각자의 입장에서 방황하고 외로워하는 인간을 연결해 주는 마셀러스.

'마셀러스의 이야기가 조금 더 많았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드러나는 솔직한 내면의 모습들을 통해 인간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는 듯하다.

'토바'와 '캐머런'의 관계가 밝혀지는 복선에 비해 그들이 진실을 알게 되는 시간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점, 케머런의 엄마와 아빠의 그날의 이야기가 조금 더 자세하거나 단서를 더 제공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책을 읽는 동안 아쿠아리움과 어우러진 바다의 풍경,

아쿠아리움의 모습들이 그려졌다.

삶의 고달픈 모습과 좌절, 희망까지도.

상상 속 영화 같은 느낌.

자유를 찾아 깊고 푸른 바다로 들어가는 마셀러스의 모습에 응원과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이제는 편안해졌을 마셀러스에게

그곳의 쉼이 안식이 되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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