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인터넷 - 표현의 자유인가? 프라이버시 침해인가? AcornLoft
솔 레브모어 외 엮음, 김상현 옮김 / 에이콘출판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인터넷 공간에 대한 각종 황금빛 전망들이 난무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소통의 장, 수평적인 의사소통의 장, 그리고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교류의 장으로서의 인터넷의 측면에 주목한 것이지요. 모두 맞는 말입니다. 분명히 온라인 공간들은 그러한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현실 공간'과 '온라인 공간'의 밀접한 연관성을 과소평가했음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공간의 몇몇 매커니즘들은 현실 공간에서도 문제가 되는 여러 가지 행위들 -예를 들면 혐오 발언, 집단 따돌림, 언어적 협박 혹은 폭력, 각종 사기성 범죄 등-이 더 쉽고 빠르게 일어나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도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 또한 인터넷 공간에서 어디가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어디까지 개인들의 명예와 프라이버시, 그 밖의 여러 법에 명시된 혹은 사회적으로 인정된 권리들을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거의 전적으로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합니다. 때문에 미국 수정헌법 제 1조와 CDA 230조(통신 품위법 230조)의 큰 틀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표현의 자유나 언론법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두 법조항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아시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타국의 법인 만큼 사뭇 생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법 조항들에 대한 완전한 이해(저도 물론 학교에서 학부생 수준으로 배운 것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없이도 책의 내용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책에 제시된 각종의 문제들은 현재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뉴스 게시판의 댓글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문제이며, 트위터아 페이스북, 사내 게시판 등은 한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에 말씀드린 법과 이와 관련된 몇 가지 논의들을 알아보신 뒤 책을 읽으신다면 더 많은 내용을 담으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한국에서 아직까지 인터넷상에서 일어난 명백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 및 기타 권리와의 충돌 사례들은 일부 네티즌들의 '개념 없음'으로 환원되어서 도덕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특히 '신상털기'와 같은 프라이버시 침해는 피해자의 도덕성 논쟁과 맞물려서 종종 논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도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이러한 행위들을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처벌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확실히 더 적은 피해와 좀 더 나은 인터넷 공간, 조금이라도 '덜 불편한 인터넷 공간'을 원하고 이를 보장할 수 있는 현명한 제도적 장치의 도입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저의 말에 동의하시든, 저의 말에 동의하실 수 없든 이 책은 분명히 흥미로운 논점들을 던져줄 것입니다. 이 문제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에게 자신있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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