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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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펴냄)

사고와 판단의 기준은 모두가 다르고, 해석과 이해는 각자의 몫이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다르게 읽히는 이유는 읽는 이마다 환경과 사고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마음의 여유가 다른 이유 때문은 아닐까?

글쓴이의 은유를 제대로 보는 세련된 눈은 나의 시야를 업그레이드해 줄 것임에 틀림없다.

첫아이를 타인의 강요에 의해 낙태하고 아들을 낳기 위해 7명의 딸을 낳은 여인. 낙태해야 했던 첫아이가 분명 아들이었을 거라는 '화'를 간직한 채 젊은 나이에 병을 얻어 그 귀한 아들이 장성하는 것을 끝내 보지 못하고 일찍이 세상을 떠난 여인. 여인은 살아생전 임신과 출산이 반복되는 '배부르고 등 따신 삶'을 살아야 했다. 아들을 낳지 못해 딸을 낳는 내내 시어머니로부터 구박을 받았던 여인의 삶.

옛날이야기 같지만 내 어머니 세대만 해도 분명 존재했던 이야기다. 여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나만의 삶'.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대를 잇기라도 하듯 여전히 지속되는 풍토 아닌 대물림이 있다.

소설가 조남주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왜 그렇게도 생소하지 않을까. 그의 작품들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내가 보았던 드라마와 영화, 소설들을 기억해 내도록 한다. 세상은 변했고 사람들의 가치관은 성숙해졌다. 그럼에도 그 속 어딘가에는 아직도 멍울이 존재하다.

조남주의 신작 『우리가 쓴 것』 속에 담긴 8개의 짧은 이야기 역시 그랬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는 짧은 이야기 속에는 나름의 생각을 자아내게 한다. 노인세대의 이혼을 보면서 이제는 좀 편하게 살면 좋으련만 왜 이혼녀 타이틀을 가지면서까지 황혼 이혼을 할까?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다 늙어서 뭘 하겠다고???? 나도 나이를 먹을 텐데... 나라면 어땠을까? 이제라도 나의 삶을 찾고자 했을까?

유독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 '오로라의 밤'에서 나는 나의 어머니를, 친구의 어머니를 보았다.

57세의 나이에 외손녀 양육 문제로 딸과 트러블이 생긴다. 보통의 엄마들 같으면 자신의 버킷리스트 실현보다는 손녀딸을 키웠을지 모르겠다. 그 나이에 오로라를 보러 여행을 떠난다니. 하지만 조남주는 57세의 그녀의 꿈을 이루어주고자 했다.

지은이 조남주가 하고자 했던,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모두가 있을법한 이야기들이고 실로 존재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렇기에 낯설지 않다.

조남주의 은유는 편가름을 위함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소중히 하는데, 큰 울림으로써 잊지 않도록 해준다.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들은 그를 괴롭게 하기도 했다는 데서 울컥 설움 비슷한 것이 올라왔다. 나는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아내이며 누군가의 어머니인 동시에 나 자신이다. 노릇하며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보다 더 어려운 건 나답게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자기 생각을 또렷하게 밝히고 나의 행동을 누구에게도 허락받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누군가의 나는 현실적으로 장애물이 많은 게 사실이다. 누군가의 내가 아닌 나만의 나로 사는 것은 내가 이루고 싶은 꿈도 희망도 아닌 당연한 권리인데 그걸 잊고 사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반대로 누군가는 나의 누군가가 아니므로 비난하거나 탓할 권리도 없는 것이다.

전작을 통해 지은이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었기에 신간 『우리가 쓴 것』 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다. 8개의 이야기 모두 쉽게 읽히면서도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누구 나의 이야기이기에 앞으로의 나를 계획하고 나의 삶을 살아가면 그뿐이리라. 조남주의 바람이 곧 나와 같지 않을까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 출판사 지원도서 (소신껏 작성한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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