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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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 이창실 (옮김) | 1984books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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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이 있기 전, 글이 써지기도 전에 모든 것이 시작된다.

위대한 책은 그 책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에 시작된다.

어떤 책이 위대하다는 건, 그 책에서 점차 드러나 보이는 절망의 위대하다는 건,

그 책에서 점차 드러나 보이는 절망의 위대함을 의미한다.

책 위에 무겁게 드리워져 책이 태어나지 못하도록 한참을 가로막는 그 모든 어둠을 의미한다.

책은 그렇게 시작된다.

이 작고 예쁜 책이 구겨지고 틀이 엉성해지도록 읽고 또 읽은.. 오랜만의 에세이다. 프랑스 대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CHRISTIAN BOBIN의 작품. 펼침과 동시에 그의 문체에 빠져들었다. 나를 향한, 모든 독자를 향한 그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가슴에 펴져든다. 그러나 묘한 향기와 함께.... 당신이 내 고독의 원인은 아니다. 고독은 당신보다 훨씬 앞서 내 안에서 잠자고 있었다. 당신은, 그것을 깨어나게 한 당신은, 그 고독을 가장 닮은 여자일 뿐. 시인의 팬 끝에서 나온 문장들이어서인지 매우 아름답다. 명확함보다는 몽롱함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 듯 그의 문장을 온전히 담기 위해 여러 번을 읽어야 했다. 단순하게 읽고 지나치려다... 어느새 읽었던 페이지를 다시 보고 있는 나를 느낀다. 분명 보고자 해서 보는 .. 그렇게 그의 문장들이 내 안의 무언가를 자극한다. 아름답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문장과 문장이 어둠에서 밝은 곳으로 나오는 느낌이랄까? 나를 깨우는 느낌.

책, 독서, 사랑.... 그가 책 속에 담아놓은 여러 소재 중 단연 '책'에 대한 문장들에서 더 집중하는 나를 발견한다. 피로와 지속적인 분망함 속에서는 가능하지 않는 경험. 책을 읽지 않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크리스티앙 보뱅은 그가 말했 듯 황금도 잉크도 박탈당한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일까? 그들은 결코 읽지 않을 한 권의 책을 그들에게 바치기 위해 글을 쓴다고...




날 것인 삶을 생각해 본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소리,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 아무것도 추가하지 않은 고독...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단어와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문장, 문장들. 쉽게 읽을 수 없는 묘한 맛이 있었다.

아주 작은 보뱅의 산문은 그에게 빠지기에 충분했다. 시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한 그가 만들어 낸 장면 속에 어느새 풍덩. 그가 보는 무엇인가를 함께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조용한 날 어딘가에 편하게 기대어 읽기 좋은 산문.

책을 정리하면서 생각해 보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보뱅이 말한 것처럼 내가 책을 읽는 건, 고통이 제 자리를 찾게 하려는 것인 듯...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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