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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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 홍한별 (옮김) | 민음사 (펴냄)

지니야! TV 켜줘. 지니야! 불 꺼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에 살고있으니 허구임에도 허구로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최근 상상의, 현실가능성의 종점에 이르는 생각을 하게하는 영화나 책들을 많이 본 것 같다. 아이를 낳아주는 기계같은 여자들이 존재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되지 않는 세상. 로봇이 인간세상에서 인간과 함께 소통하고 로봇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세상은 과연 먼 이야기일까. 로봇 역시 하나의 인격체처럼 자립적 사고가 가능한 세상. 행복하기도, 슬프기도한 감정의 로봇! 얼마 후면 지금의 나의 상상이 우습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물을 사먹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었던 1987년 이야기를 보고 웃었던 기억이 있으니.... .

매니저가 스위치를 눌러 셔터를 끝까지 올리자 우리는 쏟아지는 눈부신 빛에 뒤덮였다.

"클라라, 우리가 쇼윈도에 가게 되면 양분을 아주 많이 받아서 다시는 부족해지지 않을거야."

아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만들어진 AF(Artificial Friend).

태양을 자양분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인공지능 소녀 로봇 클라라




특별한 인연이라 믿으며 조시의 AF가 된 클라라. 조시는 아픈 소녀였다. 조시의 부모는 안스러운 조시를 위해 소녀가 원했던 AF-클라라를 집으로 데려왔다. 클라라는 조시의 집에서 인간의 감정과 다양한 모습을 경험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절대적이었던 태양을 맹신하며 조시 역시 태양만이 치료할 수 있다 믿는다. 자신의 일부를 내놓는 희생을 감행하면서 조시의 건강을 소망했던 클라라.

조시는 조금씩 성장하고 성장한다. 조시를 보며 조시의 가족을 보며 생각하고 느끼는 클라라를 바라본다. 가엾기도 하고 숭고하기도 한.. 클라라는 알고있었다.. 자신이 있어야할 곳을.... 클라라가 느끼는 감정들은 한낱 기계로써의 그것이었을까? 고스란히 느껴지는 클라라의 외로움. 그럼에도 클라라는 후회하지 않았다. 진정한 사랑이 깃든 클라라의 마음이 느껴저 울컥한적이 여러번.

지은이 가즈오 이시구로가 이 책 『클라라와 태양』 을 통해 하고싶었던 말을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각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만약에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조시를 제대로 배우려면 조시의 습관이나 특징만 안다고 되는게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어?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하지 않아? 조시의 마음은 방안에 또 방이 있는 이상한 집을 닮았을 수 있지요. 하지만 이게 조시를 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 저는 최선을 다하겠어요.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든다. 클라라를 만든건 분명 인간일것이다. 사람들이 클라라에게 보여준 약간은 메마른? 감정들. 그 감정을 지닌 사람이 만들어낸 로봇 클라라는 감정이 풍부했다. 자신은 그렇지 못한데 풍부한 감정의 로봇을 만들었다면.... 인간의 감정은 태초부터 너그러운 감정을 가진게 아니었을까? 우리에게 필요한건 나의 외로움을 달래줄 AI가 아니라 감정을 나눌 진정한 친구라는것을....

너무나 필요하지만 더이상은 인간에게서는 자라나지 않는 감정을 로봇에게 심어놓은 이 씁쓸한 이야기. 내 가슴속에서 클라라는 더이상 로봇이 아닌 친구처럼 존재할 것이다. 감명깊었고, 벅차면서도 한편으로는 쓸쓸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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