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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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 차은정 (옮기) | 민음사 (펴냄)

공작 자신은 이 문제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티그와 시골로 이사를 가는 것은 낙하산이 펼쳐질 거라고 믿으면서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같았다.

언니는 다 감당할 거야. (....) 언니는 뭐든 다 감당할 수 있어.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 버거워 보이는 ...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면서 종류가 달라졌을 뿐 넬의 삶이 보편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저자 '마거릿 애트우드'의 의도에 몰입되었기 때문이었을까. 이 책 『도덕적 혼란』에 등장하는 '넬'이라는 한 여성의 생에 저자는 무엇을 담아 보여주려 했던 것일까. 이 책의 제목이 『도덕적 혼란』인 이유와 떨어트려 생각할 수 없었던 저자의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며 책장을 덮는다.







'역사상 없었던 일은 넣지 않는다.'라는 원칙하에 글을 쓴다는 마거릿 애트우드.


"나는 소설가다. 그 사실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 (중략) ....... 이야기 재주가 아니었으면 ....... (중략) ....... 오늘 우리가 하는 인간 가치관 논의 따위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이여, 이야기꾼을 비웃지 말지어다. 내 분야는 그대들의 분야보다 뿌리 깊다."


캐나다의 적막한 숲속에서 곤충을 관찰하며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던 어린 소녀가 인류의 역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한 배경을 우린 조금 알게 되었다. 자신의 삶이 반영되었으리라 생각되는 『도덕적 혼란』을 읽으며 이 이야기가 주인공 '넬'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애트우드는 말하려 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엄마의 뒤늦은 출산으로 갓난아이 여동생을 감당해야 했던 어린 소녀 넬. 태어날 아이를 위한 옷을 만들고 민감하게 태어난 아이를 돌보게 된다. 힘에 부쳐 엄마에게 대들고는 따귀를 맞기도 한다. 당연히 엄마가 감당해야 할 몫이 어린 소녀 넬에게 부가되어 부당함을 토로할 수 없는 상태로 꾸역꾸역 해내야 했다. 그녀의 도피처는 독서였다. 조금 성장한 넬을 결혼을 피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 자신의 삶을 이제는 살 수 있을까. 좋아했던 책과 그녀의 학과목은 그녀에게 편집자라는 직업을 갖게 했다. 당당한 여성으로서 누구의 삶을 책임지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을 넬은 그러나 한 여자의 남자를 떠맡듯 맡게 된다.



오나는 자신의 책을 만들기 위해 프리랜서였던 편집자 넬을 만나게 된다. 넬이 본 오나의 삶은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쇼윈도 부부와 다르지 않았다. 오나는 자신의 남편 티그와 동료 넬을 의도적으로 소개한다. 넬은 완전히 이혼이 된 상태가 아닌 오나의 남편 티그를 사랑하게 되고 도피 아닌 도피처럼 시골로 이사한다. 농장을 임대하고 그들은 꽤 괜찮은 삶을 살게 될 것처럼 보였다. 채소를 가꾸고 가축을 키우며 자연을 만끽하지만 나름 좋을 수도 있었던 넬의 삶에 문제가 없지 않았다. 주말에 오나와 티그 사이의 아이들이 찾아온다. 설상가상으로 넬은 본의 아니게 예민한 여동생의 보호자가 되어야 했다. 티그의 전 부인 오나에게 집도 사줘야 하는 상황. 동료이기도 했던 티그의 아내 오나의 태도가 당황스러운 가운데 온전히 자신만의 삶이 보이지 않는 넬.





너무나 커다란 짐이 어린 넬과 성장한 넬, 이젠 나이가 들어버린 노년의 넬에게 벗어지지 않고 이야기에 빠져있는 동안 답답하기도, 억울하기도, 가엽기도 한 채 내 가슴을 짓눌렀다. '있을법한 이야기를 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자전적 냄새가 물씬 나는 이 이야기에서 '마거릿 애트우드'의 경험이 보인다. 저자는 이 책 『도덕적 혼란』를 통해 넬이 어릴 적 보았던 교과서의 안정적으로 보이는 가정의 모습, 오나를 통해 완벽해 보였던 가정의 모습, 그리고 넬의 현재의 가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릴리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가정의 모습도 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릴리. 넬의 시선을 통해 릴리를 보여주고 있는 애트우드의 의도가 꽤 멋있었다. 행복한 햇살부터 눅눅한 지하까지 모든 것을 경험했을 것이라 느껴지는 릴리, 그런 릴리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고 그녀에게 심적으로 기대게 된다. 고민이 생기면 그녀와 상담하는 형식으로 대화를 한다. 릴리의 삶은 또 완벽했을까?



이 책 『도덕적 혼란』은 역시나 마거릿 애트우드의 천재적 글쓰기에 몰입되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배치된 인물마다 소설 속에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넬이 보는 것, 생각하는 것들에서 설정 이유가 읽히니 역시 대단해!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고 이번 책 역시 내게 크게 기억될 책으로 남게 되기란 것을 짐작한다. 재미도 있었도 작품성도 매우 높아 보이는 넬의 이야기에 잔잔한 감동의 마침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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