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무얼 부르지
박솔뫼 (지은이) / 민음사 (펴낸이)
세기적으로, 세계적으로 극찬하는 명화를 보면서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문외한이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거라는 위안으로 오히려 작품을 혼자만 인정하지 않았던 기억. 누구나 인정하는 명작을 대할 때도 그렇다. 이 작품을 통해 글쓴이가 하려 하는 말은 무엇일까? 도무지 쉽게 그 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 글쓴이. 그런 작품이 고전에도 현대문학에도 존재한다.
이 책 <그럼 무얼 부르지>의 저자 박솔뫼의 작품이 내게는 그렇다.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마치 낯선 세상의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느낌.
그런데 그녀의 작품은 내게 큰 자극을 준다. 보편적일 것 같지 않은 주제를 선택했을 그만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묘한 느낌. 이 책 <그럼 무얼 부르지>에 담겨있는 작은 이야기들은 때론 독립적이고 때론 퍼즐처럼 이어지는 느낌을 함께 전해준다. 순식간에 읽힐 이야기들이지만 책장을 덮고는 생각의 시간을 절대 짧게 주지 않는다. 긴 여운이 남는 이 책 <그럼 무얼 부르지>로 저자 박솔뫼의 생각에 한걸음 다가가본다.
'차가운 혀'라는 단편에서 두 사람을 본다. 시간이 있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르바이트 생. 시간이 날 때면 여행이며 책이며 친구를 만나는 사장.
그 두 사람을 통해 저자에게서 생각을 강요받는 느낌. 꿈이나 희망이 없을 것만 같은 나태하고 지루한 느낌의 아르바이트생. 뭔가 열심히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윗세대 사장. '안해' 와 '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서도 독특한 박솔뫼의 캐릭터 설정과 생각을 강요받는 느낌이다.
노래방에온 손님을 감금하고 노래를 시키며 '열심히'를 설명하는 검은옷의 남자. 갖힌 사람들은 젊은이들이었다. 작품 속에서 그들의 특별한 저항이나 탈출의 시도를 발견하지 못하였기에 저자가 의도한 생각의 초점을 다른곳을 탐색하게 만들었다. 역시 작품을 이해하기에는 짧은 시간이 아쉽기만하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를 가장 깊은 생각의 늪으로 끌어들였던 작품 '그럼 무얼 부르지'.
작품 전체가 나와는 거리가 먼 세상의, 나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느낌으로 이 책을 보았다.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 중 다섯번째 도서 '도시의 시간'을 통해 독특한 설정과 문체를 경험한 이유로 이번 작품 <그럼 무얼 부르지>역시도 내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시간차, 즉 세대. 다른 세대에게서 느껴지는 새로운 시각이랄까? 그럼에도 작품속에서 전세대와 이어지는 그 무엇의 작은 실타래를 발견한 느낌이다. 그 줄을 잡아당기면 결국 지금과 닿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첫 단편 '차가운 혀'와 두 번째 단편 '안해'에서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정확히 저자 박솔뫼의 생각을 읽지 못한 느낌이 남아 못내 아쉽다. 그녀의 작품 모두를 볼 생각으로 작품의 이해를 잠깐 미뤄두려 한다.
작품해설 속 평론가의 말로써 작품이 가지는 메세지를 머리속에 넣고 싶지 않기에,
몇번이고 읽고 싶은 책으로 남을 작품이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긴 이야기가 아님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글쓴이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이 독서의 목적이라 생각하기에,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 총서' 작품 3편을 통해 많은 메세지를 얻으려 노력했던 시간이었다. 세 작품 모두 오래 기억될 작품으로 책장에 고이 꽂아두니 뿌듯함이 남는다.
고전문학이 가지는 매력도 좋지만 현대문학이 가지는 매력이 이렇게 값지다는걸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