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없는 검사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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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없는 검사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 이연승 (옮김) | 블루홀6 (펴냄)




표정을 통해 상대에게 속내를 읽히느니 차라리 거리를 두는 게 낫다고


"자네 같은 사무관은 필요 없어. 나가 주게."오사카 지검의 검찰 사무관 채용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후 연수를 마치고 검사 보좌 일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미하루는 담당 검사 후와에게 모진 대접을 받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미하루의 상황에 따라 변하는 얼굴 표정 때문이었다. 피의자 및 관계자를 조사해야 하는 경우 질문자의 안색을 살피며 통찰력과 배짱을 가늠하는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쓸데없이 얼굴에 드러내는 사람이 그런 직무를 맡을 수 없다고 생각한 후와. 그러고 보니 후와는 표정이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어떠한 사람 앞에서도 표정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데... 사건을 해결하면서 후와를 이해할 수 있기도 이해할 수 있기도 한 미하루. 오사카 지검 누구도 그를 달가워하지는 않지만 사건 해결만큼은 프로급이다. 그의 별명은 '표정 없는 검사'였다. 처음부터 그는 표정이 없었던 걸까?


기시노사토의 한 주택가에서 젊은 여자와 남자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으로 지목된 남자는 평소 여자를 스토킹 한 남자. 그는 영락없이 피의자가 되어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 하지만 표정 없는 검사, 후와에게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사건의 초동수사를 했던 경찰서에 사건 관련 자료가 일부 분실된 것. 후와는 오사카 전 경찰서 자료실을 돌며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로 인해 잘못된 검거와 해결되지 못하는 사건들이 많다는 것을 본의 아니게 폭로한다. 그로 하여 76명의 경찰이 징계를 받게 되고, 모든 경찰의 적이 되고야 마는데...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 했다. '탕'-;

많은 경찰의 눈에 가시가 된 후와는 미하루와 함께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조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경찰의 적이 되었으니 후와를 돕는 경찰에게 쏠리는 눈길도 피할 겸 외부에서 볼일을 보던 후와는 길 한복판에서 총을 맞는다. 과연 누구였을까? 평소의 원한이 있었던 누구가 일까? 아니면 이번 경찰 비리 폭로로 궁지에 몰린 경찰 누군가가 그를 겨냥했을까? 총에 맞아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가면서도 의식이 돌아오는 순간순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는 철저한 표정 없는 검사. 후와. 그를 경외하는 사람은 있어도 경애하는 사람은 없다고.. 총을 맞고 의식을 잃은 후와 옆에서 미하루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술 후 깨어난 표정 없는 검사 후와가 진범을 찾아내기까지의 그 감춰진 표정 너머 그의 범인을 찾아내는 표정을 볼 수 있는 작품.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보면서 느끼는 건 이야기들이 매우 잔잔하다는 것이다. 잔혹한 추리소설을 좋아하진 않는 사람으로서 그의 작품에는 두 가지 특이점이 있다. 하나는 주인공들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왠지 모를 사람 냄새가 난다는 점이다.

때론 괴팍하고 때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처럼 매정하다 싶지만 그 내면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소개된 표정 없는 검사 후와 역시 사생활 노출이 전혀 되지 않고 철저한 자기관리로 사람들과 벽을 쌓은 듯 보이지만 그를 자세히 알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 그것만으로도 후와는 이미 나카야마 시치리의 시리즈 소설에 흠잡을 데 없는 반전을 선사해 줄 매력을 충분히 갖춘 인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는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재미있는 흐름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나는 초반부터 진범이 누굴 일지 맞춰내려 결론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도 나는 진범을 맞출 수 없었다. 주인공이 풀어내는 수수께끼의 나의 추리도 합류하였으나 아직 멀었나 보다. 새롭게 등장한 후와 검사의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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