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정대건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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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빌런 고태경

정대건 (지음) / 은행나무 (펴냄)





삶은 언제나 실망스러운 노굿(NG),

하지만때론 오케이가 없어도 가야 한다

- 2020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



호기심 많던 열아홉 살 조혜나. 영화 입시학원에서 K선생이 보여준 저주 받은 걸작 '초록 사과'를 보게 된다.

90년대 한국 멜로 영화인 '초록 사과'에 속절없이 매료된 조혜나는 영화감독을 꿈꾸며 결국 독립영화감독이 되었다.



독립 장편 영화 '원찬스'가 망하고 빚을 지게 된 서른셋의 조혜나는 '히치콕'과 '트뤼포의 전기'를 내다 팔고 다큐영화제에 매달 기부하던 후원금마저 중단해야 하는 이른바, 후원금이 필요한 백수 신세. 아르바이트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놓이게 된 혜나는 자신의 작품에 출현했던 이미 헤어진 종현의 배우전에 참여하고 관객과의 만남을 갖게 된다. 베레모를 쓴 50대 중반의 GV 빌런(Guest Visit + Villain= GV 빌런 : 시사회에서 비판적 질문을 하는 관객)은 혜나에게 당혹스러운 질문(콘티도 안 그리고 찍은 거냐?)을 하고, 이에 발끈해 대응한 장면에 유튜브에 떠돌게 되면서 자신이 아닌 고태경이란 인물에 더욱 초점을 둔다. 후에 촬영 현장 통제 아르바이트를 나갔던 혜나는 한국 영화 교육센터 동기 승호를 만나 베레모 GV빌런이 혜나를 매료시켰던 영화 '초록 사과'의 조감독 고태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태경에 대해 알게 된 전설적 이야기와 관심은 곧 GV 빌런 다큐멘터리를 찍어보겠다는 일념으로 바뀌고 고태경을 설득해 작업에 들어간다.


고태경을 따라다니며 그의 일상을 찍는 조혜나. 왠지 모르게 고태경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나이 먹도록 그럴싸한 작품 하나 만들지 못한 어찌 보면 실패한 영화인. 그럼에도 자신의 꿈을 언제가 이루기 위해 GV 빌런이 되어 갖가지 질문을 던지는 50대 영화감독 지망생 고태경. 우리가 알고 있는 작품을 비하하기 위한 GV 빌런이 아닌 언젠가 만들어질 자신의 작품을 위해 질문을 하고 있다는 고태경. 흥행할 줄만 알았던 작품이 엎어지고, 배신감을 느껴야만 하는 경험들과, 폐인처럼 살아가는 느낌마저 들게 하는 고태경은 그러나 혜나 자신과 다른 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선택한 영화감독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랄까? 하지만 그런 다른 점이 오히려 혜나의 속에 품어져 있는 같은 점으로 발동하여 다시금 활력을 찾아가는 느낌. 다른 듯 닮은 두 사람을 통해 저자 장대건님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난 사랑에 빠진 게 아니에요.

당신을 사랑하기로 내가 선택한 거지

- 10 페이지



책을 펼치자마자 내 눈에 들어왔던 한 문장이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면서 책을 덮기까지 이 한 문장이 여전히 남아 가슴을 울렸다. 성공이란 게 무엇일까? 제대로 된 삶을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어린 시절의 부푼 꿈이 성인이 되어 자신을 둘 곳 없는 위치에 놓아버린 꾸어선 안될 꿈이 되어버리는 현실. 그럴진대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한 사람을 통해 자신의 꿈과 열정을 다시금 살려내는 희망적인 소설. 이 이야기를 만들어낸 저자 장대건님의 히스토리를 살짝 보고 더 감동이 커진 이유는 아마도 동시대를 살면서 겪는 동질감이 존재하기 때문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작지만 결코 어둡지 않은 결말이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굉장히 긍정적인 에너지여서 아주 강한 흡입력으로 현실의 나를 끌어주고 잠시 접어두었던 나의 꿈을 끄집어내게 해준듯하다. 결과 보다는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취감의 의미를 새롭게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선택한 삶을 잘 살고 있는지도 아울러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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