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언니에게 소설Q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 창비

나의 감수성을 알고 있는 동생과 남편은 내가 이 책을 보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언니가 봐도 되는 책인지 내가 먼저 볼께." 라며 검열을 해 주겠다는 동생, 책을 놓아주며 "이건, 소설일 뿐이야, 알겠지?"라고 말하는 남편. 절대 울지 않겠다고 말하고 받아들었지만, 기어이 한번 울고, 두번 울고, 세번째 울음에서는 대성통곡을 했다. 나의 정서로는 이 책 <이제야 언니에게>가 맞지 않는다. 재미? 이 책은 재밌지 않다. 메세지? 글쎄 읽는 사람마다 감동 포인트가 다를테니....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하느냐고? 그렇다! (격하게 그러하다). 재밌지도 않은데 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나를, 당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생각하기에.... 이 책을 보고 울었던 이유는 주인공 제야가 안스럽거나 불쌍해서가 아니었다. 주인공 제야가 겪는 고통을 내가 준 것 같은 자책 때문이었을가? 제야가 싫어하는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일어난 일은 종이가 아니니 찢어도 태워도 없어지지 않고 없던 일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p49

제야가 겪은 일은 없던 일이 될 수 없다. 제야를 더욱 아프게 하는것은 사고 자체만이 아니었다. 제야가 두려웠던 것, 제야를 질책하는 말들. 피해자이면서 오히려 불량한 아이였기에 당연히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듯 말하는 어른들.

학생 말하고 행동하는 거 보면 전혀 피해자 같지 않아. p116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하는 미안하다는 말. 모두가 제야를 아프게 했다. 그저 활자인데 글자로 씌여진 이야기만으로 감히 제야의 아픔을 이해한다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이제 가만히 있어도 음흉한 애다. 해픈 개고, 착각하는 애고 꿍꿍이가 있고, 남자는 꼬드기는 애다. 거짓말하는 애고, 부풀리는 애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애다. 그냥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나는 그런 애다. p129

나는 비난으로 더러워졌고 소문 속 그 여자애가 되었고 결국 도망쳐야 했다. p199

비난으로 더러워졌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찢어진 제야의 한 순간이 내가슴을 찢는 것만 같다.




폭력 남편에게 매맞는 여자들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성폭행을 당해 무너지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악플러들에게 고통받다 차마 죽음을 선택한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쌍방과실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유가 있으니 때렸겠지, 자신의 행동거지에 문제가 없지 않아 당한 사고겠지, 그러니 입조심 했어야지.... 너무나 부끄럽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맞고 당해야하는 존재는 없는것인데 이 책 <이제야 언니에게>에 나오는 괴물같은 어른들의 모습이 딱 내 모습이었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나는 제야처럼 동생과 사촌과 그렇게 예쁜 어릴적 추억이 없어서 제야의 소녀시절이 부럽기 까지 했다. 그림처럼 예뻤던 시절의 제야는 얼마나 밝고 바른 아이였는지... 그렇게 예쁜 아이가 몹쓸짓을 당하고 세상에 어떻게 놓여졌는지를 보면서 이게 정말 소설속 이야기이기만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현실에서 제야를 발견하면 우리 어른들은 어떻게 했는지. 눈빛으로써, 말로써 두번 가해하고 세번 가해했던 걸 인정하게 된다. 그 아이를 아프게 한 사람은 괴물같은 그 당숙만이 아니라 엄마도 동네 어른들도 파출소 아저씨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강릉 이모, 난 그런 이모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토록 사랑했던 제니와 승호가 만나기 싫어졌을 제야가 맘 아프다.

그 괴물이 그 괴물보다 더 크고 힘센 괴물에게 똑같이 당했으면 좋겠다. 다시는 어른들이, 주변사람들이 제야에게 미안할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었고, 주변에서도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 였기에 더 크게 공감했던 이야기였다.

그 괴물만이 아닌, 나는 또다른 가해자로써 제야에게 아픈 시선을 보냈던 적이 없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제야언니에게, #창비, #최진영, #베스트셀러, #소설Q, #한국소설, #최진영소설, #도서리뷰, #책추천, #리딩투데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