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윈도

우먼 인 윈도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필딩박사는 그렇게 간단하고 효율적인 단어로 애나의 상태를 표시했다.

"광장공포증"

커튼 너머로 바깥 세상을 관찰하는, 어쩌면 이웃집을 훔쳐보는 애나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녀는 왜 이웃집을 염탐하는걸까. 한때 소아정신과 의사였던 그녀는 현재 현관 밖으로 발 한쪽 내딛을 수 없는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환자일 뿐이다. 가끔 새입자 데이비드를 만나는것, 추리영화를 보는것, 술을 마시는 것이 일상인 애나. 그녀의 주치의 필딩박사는 절대 술과 함께 약을 먹지 말라 말했지만, 애나는 늘 와인과 함께 약을 먹는다. 외부로 부터 스스로를 완벽하게 차단한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과는 카메라를 통해 바깥 세상을 보는 것. 어느날 앞집으로 이사온 이선과 그의 엄마 제인러셀. 이선이 애나에게 이사선물을 가져오게 되면서 안면을 트고 쓰러진 애나를 도와준 제인러셀과 인사를 하면서 두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려는 중 이었다. 주치의 외에는 외부 사람과의 만남이 거의 없었던 애나였기에 제인과의 교섭이 반가웠을 것이다. 행복하기 까지 했을 애나였다. 별거중인 남편과 자신의 딸, 지금의 현실을 인식하면 막 이사 와 행복해 보이는 제인러셀이 마치 애나 자신을 보는 것 처럼 여겨졌으리라. 그렇게 애나는 제인러셀과 함께 와인도 마시고 체스도 즐기며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제인러셀에게 자신이 광장공포증을 앓고있다 말하는 애나를 보며 자신의 속을 내보일 만큼 제인러셀과의 만남을 행복해 하는 그녀를 느낀다. 그 잔잔한 드라마에 사건이 발생한다. 여느때 처럼 영화를 보며 와인을 마시던 애나는 카메라를 통해 제인러셀의 집을 훔쳐 보던 중 제인러셀이 누군가가 휘두른 칼에 피가 튀고 창밖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너무 놀란 애나는 신고를 했고 충격으로 정신을 잃는다. 병원에서 깨어난 애나는 뜻밖에도 애나가 목격한 살인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버젓이 살아있는 제인러셀을 확인했다는 형사의 말을 듣게 된다. 함께 보낸 시간이 있었기에 제인러셀의 얼굴을 알고있는 애나로선 도무지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다. 애나가 알고있는 제인러셀의 모습이 살아있는 제인러셀의 모습과 달랐기 때문이다. 자신의 엄마가 맞다 말하는 제인러셀의 아들 이선. 신고자인 애나의 집에서 빈 술병을 발견한 형사는 광장공포증의 애나를 어떤 마음으로 보았을까. 입장이 난처해진 애나. 과연, 그녀가 목격한 살인은 그저 허상이었을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믿어주기는 커녕 그녀를 더욱 세상 밖으로 숨게 한다. 그저 술주정뱅이 광장공포증 환자가 만들어낸 허상쯤으로 여기는 것일까. 애나 스스로도 자신이 목격한 그 상황을 의심하기에 이른다. 제인러셀이 말하는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인 알리스타. 그녀의 남편이 과연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이를 알고있지만 두려움에 이선이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 이 모든것을 새입자 데이비드는 보았을까?

이쯤 되면 독자는 발을 동동 구를테지. 애나의 상황이 조금은 억울하고, 애나가 목격한 상황의 진실여부를 빨리 확인하고 싶은 독자로서의 최대 흥미를 이끌어 낸 작품이었다. 한 편의 영화를 책으로 본 느낌 그대로 였다. 카메라와 온라인만으로 세상을 대하고 있는 그녀. 약과 술에 취해 그리고 추리영화를 즐겨보는 광장공포증 환자가 만들어낸 허상쯤으로 인식하는 주변 사람들. 애나가 본 것은 사람들 말처럼 그저 상상이었을까? 안면이 있는 제인의 얼굴이 전의 모습이 아님에도 제인의 아들 이선마저도 애나의 말을 부정한다. 애나가 목격한 그 살인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장편 소설이 마치 내가 단만극을 보았단 말인가? 싶을만큼 후루룩 지나갔다. 가독성이 뛰어나고 소재또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굿!!

<뉴욕타임즈> 40주 베스트셀러인데는 아무래도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싶다. 역시 추리물의 묘미는 반전 아니겠는가. 이 책 <우먼 인 윈도>속에 숨겨진 반전을 찾아 책장의 마지막 순간까지 쉬지 않고, 아니 쉴새 없이 달렸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표현이겠다. 커튼 너머에 숨어 카메라 렌즈를 통해 앞집을, 옆집을 염탐하고 그들의 이름과 직업 취미등을 수집하는 광장공포증 환자의 재미와 낛.

애나가 목격한 사건과 그녀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재미는 어쩌면 애나가 카메라를 통해 보았던 바깥세상의 풍경보다 훨씬 재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