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내가 죽은 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6년간 연인이었던 여인 사야카가 7면만에 연락을 해왔다. 아빠의 유품을 보여준다. 지도로 보이는 약도와 사자머리의 황동열쇠.

사야카는 어릴적 기억이 없다. 그 잃어버린 시간과 아빠가 남긴 유품이 연관되어 있을거라 믿는 사야카는 함께 지도 속 그 집에 가달라고 부탁한다.


인적도 없는 스산한 기운. 원래는 흰색이었었을.... . 지금은 회색으로 변해버린 집. 담장도 초인종도 없었다. 현관 정반대 쪽 문 크기의 금속판. 창고처럼 보이는 그곳에 사야카의 아빠가 준 황동 열쇠를 끼웠다. 빛도,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하지만 누군가 살았던 느낌이 드는 이 외딴 집.

사야카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두 사람은 이 곳에 얽힌 수수께끼를 먼저 풀어야했다.


그곳엔 모든것이 정지되어 있었다. 모든 시계가 11시 10분에서 멈춰있었다.

도대체, 이 집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금방이라도 이 책상에 앉아있었을 것만 같은 아이의 일기장이 발견되고 그 내용에서 양파껍질 까듯 하나하나의 추리를 시작해 나간다.

이 집의 주인이었을 남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편지들과 형사에게로 부터 온 편지.

그리고 발견된 성경책 속 동물원 입장권 두장.

사야카의 기억속 존재하는 사라진 방. 그 방에 있었던 초록색 커튼과 까만 화병.


과연, 이 집은 산자를 위한 집일까? 죽은자를 위한 집일까?



"이런 유령의 집 같은 데 뭐가 있을까? 있다고 해도 그걸 찾아낼 수 있을까?"

"처음부터 일이 술술 풀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이십여 년 만에 봉인된 자물쇠를 열려고 하는 거니까."

"녹슬지 않았어야 할텐데...."






이름만으로도 이미 흥미를 자극하는, 썼다하면 베스트셀러 정상에 오르는 '히가시노게이고'의 야심작 <옛날에 내가 죽은 집>. 1994년 작품이다.

옛날에 내가 죽었다니? 제목 또한 으스스하다. 명성만큼이나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내용의 흐름이 꽤나 흡입력이 좋아 단숨에 읽어버렸다.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는 눅눅한 스산한 공기, 그리고 먼지과 어두움. 금방이라도 누군가 나타나 내 어깨를 툭' 칠것만 같은 살짝 공포스러운 기분.

마지막장을 덮은 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손을 씻는 것이었다.


이야기에 취해 내손에 얼마나 많은 먼지가 묻은 듯 답답했던지, 손을 씻고 긴장으로 뭉쳐진 어깨를 주물러야 했다. 깊숙히도 빠졌던 모양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천재적 추리력을 가진 사야카의 결혼전 애인이자 화자인 주인공.

히가시노게이고의 분신같은 그 주인공이 이 집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얼마나 흥미진진했던지.

단 한룻밤 만에 주인공은 히가시노게이고가 만들어 놓은 수수께끼를 풀어 버렸다.


과연 이집의 정체는 무엇일까? 옛날에 죽었다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무엇 하나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사건과 연관지어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능력은 과연 이집에서 사야카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인간의 어릴적 기억을 통째로 떼어낼 수 있는 충격의 강도는 과연 어느정도 일까.

크노소스? 얼마나 안타까운 사랑이면 죽은 자를 위한 집이 존재할 수 있는 걸까.





잔인함 없이 잔잔한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보고 그 여운을 오래 간직 했더랬다.

커다란 교훈보다는, 어떻게 이야기를 이렇게 엮었지?? 싶은 스토리에 감동받았다고 할까? 이 책 <옛날에 내가 죽은 집> 역시도 그런 느낌의 기묘한 추리작이다.

더운 여름 잔인함 보다는 시원한 분위기의 설레임을 기대하신다면 이 책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을 권해 본다.

나의 두뇌를 적당히 가동시키고 나의 체온 냉각기를 발동하여 재미와 흥미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