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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모자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지음 / 보림 / 2017년 8월
평점 :
하늘을 나는 모자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지음
빨간 목도리와 신발에 체크무늬 바지, 녹색 줄무늬 스웨터를 입고 커다란 모자를 반쯤 들어 올리며 인사하는 듯한 편안한 복장의 남자가 파란하늘은 배경으로 걸어간다.

그림 자체가 아기자기하고 따뜻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낯설지 않는 이 그림책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의 그림책이다.
내가 아끼는 '수잔네의 사계절 시리즈' 그림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수잔네의 그림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동양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친근하고 편안한 우리의 이웃처럼 다가온다. 그녀의 그림은 그런 매력을 지닌다.
표지 왼쪽 아래에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수상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써 있는 파란 스티커가 붙어있어서 이 상이 어떤 상인지 찾아보니, ‘작은 노벨 문학상’이라고도 불릴 만큼, 그림책 출판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명예로운 상이라고 한다. 수잔네는 2016년도 수상자이다. 올해 나이 일흔 살인 그녀가 작년인 예순아홉 살에 이 명예로운 상을 받았다니, 오랜 시간 사랑 받고 인정받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자 그녀가 부러워진다.
이 책은 글자 없는 그림책이지만, 글자가 없다는 것을 못 느낄 만큼 그림들만 보고도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들려오는 듯 하다.오히려 글자가 그 풍성한 이야기에 방해가 될 듯 할 정도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여덟 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일정에 맞춰서 어디론가 향한다.
(이들은 서로 모르는 혹은 그 중에 몇 명은 아는 이웃일 수도 있겠다. 참고로 책장을 넘기기 전에 각각의 인물들은 유심히 봐두면 책 중간 중간에 반가운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시간 순서대로 장소를 이동하며 전개된다.

바람에 의해 날아가 버린 주인공의 모자는 강을 건너, 날아가는 모자를 관심 있게 보던 청둥오리의 몫이 된다.
자랑스럽게 모자의 주인이 된 청둥오리가 참 귀엽다. 그러나 그 뒤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따라붙는 개가 보였는데....
역시 모자를 빼았겨서 화가 잔뜩 나있는 청둥오리를 배경으로 주인에게 모자를 물어다 주는 개가 나온다.
주인은 다름 아닌 그림책 첫 장면에 등장했던 '엄마와 아이'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으며 이어진다. 그림 속에 서로 연관된 깨알 재미를 가진 고리들이 많아서 아이와 함께 찾아가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에 좋다. 글로 다 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이야기를 한 장의 그림에 담을 수 있다는 것에 감탄을 한다.
여덟 명의 인물들이 그림책 중간 중간 구석구석에 카메오처럼 등장하고, 그것을 고리로 또 연관된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재미가 어마어마하다!

마지막 장에는 여덟 명의 인물들이 씌고 있던 모자가 모두 바람에 날아가는데, 그 뒷이야기는 독자가 두고두고 이어갈 수 있겠다. 네버앤딩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간혹 아이와 같이 볼 때는 글자 없는 그림책이 엄마가 이야기를 지어내야 해서 힘들 수 있는데, 수잔네의 <하늘을 나는 모자 >는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연령의 아이와 부모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