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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들이 고양이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달로브 이프카 글.그림, 김서정 옮김 / 보림 / 2016년 12월
평점 :
밤나들이 고양이
달로프 이프카
Dahlov Ipcar의 1969년 작품 「The Cat at Night」이 절판되었다가 보림출판사에 의해 「밤나들이 고양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어 ‘세계 걸작 그림책 지크 시리즈’로 한국에서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작가 달로프 이프카는 40여년간 30권이 넘는 책을 쓰고 그렸으며, 아흔 살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1860년대에 지어진 농장에서 살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이 60년대에 쓰인 책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 딱 한군데 있는데, 시작부분에 나오는 농부아저씨가 잠자리에 들기 전 ‘시계에 밥을 준다.’는 표현이다. 일곱 살 아이에게 이 문장을 어떻게 이해했냐고 물으니, 아저씨가 밤새 고양이가 먹을 수 있게 시계 안에 고양이밥을 놔준 것 같다고 한다. (아이 앞에서 푸하핫...하고 웃었지만, 그림의 정황상 전혀 엉뚱한 추측은 아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시계에 배터리를 넣지 않고 태엽을 감아 썼다는 엄마만의 잔소리 같은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책 속표지를 넘기면, ‘나의 특별한 고양이, 골리앗에게’란 문구가 있다. 이 책의 탄생이 저자의 고양이 골리앗이 매일 밤 나들이 가는 것을 보고 “고양이는 캄캄한 밤에 무엇을 할까?”란 질문에서 시작된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본다. 작가는 언제 어디서나 영감을 받으니깐.
이 책의 특징을 뽑으라면,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같은 배경에 낮과 밤에 따라 대비되는 장면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첫 장은 사람에게 보이는 풍경이고 뒷장은 고양이에게 보이는 풍경이다.
“고양이는 밤눈이 밝아요.
밤하늘이 캄캄해도 한 낮처럼 모든 걸 볼 수 있어요.“
책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보다 먼저 책을 꺼내 본 아이는 까만 배경이 나올 때마다 숨은그림찾기 하듯 연신 그 안에 감춰진 그림이 무엇인지를 맞추며 놀았다.
“이건 고양이 꼬리이고.... 여긴 닭장이야.
(뒷장을 넘기며) 이봐 내가 맞췄지?”
이렇게 맞추기 놀이를 하며 아들과 즐겁게 그림책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말하길 “책은 예쁜데, 과학적이진 않네요.”
허걱...이건 무슨 말인가 했더니, 고양이는 적녹색맹이라 빨간색과 녹색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마침 집에 있던 ‘과학책’을 찾아보았다.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그림책은 엄연히 분류기호 840! 미국문학이다. 과학책이 아니란 말씀. 더불어 60년대에는 고양이가 적녹색맹이란 것이 밝혀지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이것은 확인해보지 않았음)
어찌되었건 문학책의 판타지 부분을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할 수 없다는 결론. 그러나 아이가 책을 보며 ‘상상력’과 더불어 ‘과학지식’까지 가져가면 더 좋은 사심 가득한 엄마는 두 개 다 챙긴다.
자연을 표현해내는데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달로프 이프카의 그림들은 세계 곳곳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160년 전에 지어진 농장에서 50여 년 전에 지금보아도 촌스럽지 않고, 예쁜 색감의 조화가 환상적인 이러한 그림책을 그렸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오래된 농장에서 자연과 어울려 사는 그녀의 삶이 낳은 자연스러운 결실이자 비결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아이들이 자연과 친하고, 자연을 아끼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나부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활양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환상적인 상상의 나라 이야기를 덮었다.
「사과가 쿵」 「엄마가 알을 낳았대」 「이야기 이야기」 「뛰어라 메뚜기 」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개구리 왕자 그 뒷이야기」 「따로따로 행복하게」 「낮잠 자는 집」 등.. 세계의 좋은 그림책을 선별하여 한국어로 출간해주는 보림출판사 지크시리즈 고맙고 좋다!